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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육체노동 줄어들 것, 그 여유를 불평등 해소에 쓰자”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다음달부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명예대학장을 맡아 강단에 선다. 보코바 전 사무총장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문화 다양성, 양성평등을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다음달부터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명예대학장을 맡아 강단에 선다. 보코바 전 사무총장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문화 다양성, 양성평등을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득(得)일까 독(毒)일까. 과학 분야의 놀라운 발견이었던 핵반응이 원자력발전과 핵무기에 모두 쓰인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역시 명과 암이 있다.
 
이리나 보코바(66)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기술에 인간의 영혼을 불어넣어야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을 ‘뉴 휴머니즘’에서 접근하자”고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경희대에서 중앙일보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다. 그는 다음 달 이 대학 후마니타스 칼리지 명예대학장을 맡는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관련 학문을 연구하는 교육·문화·과학 분야 기구인 유네스코에서 쌓은 식견을 학생들과 나누게 된다. 보코바는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냈다.
 
AI 같은 기술의 발전이 SF영화에서처럼 인류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스티븐 호킹처럼 경종을 울리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러나 기술은 그걸 사용하는 인간의 의지에 달렸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을 개발했지만, 원폭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에 헌신했다. 전 세계 과학자와 지식인, 도덕적 리더, 정치인 등이 모여 미래기술의 올바른 사용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여전히 기술발전에 소외된 이들이 많다. 전 세계 40억명의 인구가 아직도 인터넷 접근성을 보장받지 못한다. 기술발전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켜선 안 된다. 수명 연장과 편의 증진 등에만 AI를 쓸 게 아니라 수자원 문제, 생물다양성 보호 등 지구적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뉴 휴머니즘’과 휴머니즘의 차이는.
“‘뉴 휴머니즘’은 기존엔 빠져 있던 세 가지가 강조된다. 첫째는 자연과의 연결고리로서의 인간이다. 인간만을 위해 살 게 아니라 멸종위기생물이나 기후변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다양한 환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문화다양성이다. 셋째는 여성·남성의 권익을 모두 보장하는 양성평등이다.”
 
미래엔 대다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다. 인간은 어디서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할까.
“많은 직업이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다. 인간이 가진 창의성과 감정은 AI와 차별화된다. 미래에 삶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공동체다. 로봇의 자동화로 인간은 육체노동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진다. 우리에게 생긴 여유를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고 자연을 보존하는 데 써야 한다. 그럼 삶의 가치와 보람도 커질 거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비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확산시키려면 교육도 변해야 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을 기술과 산업의 관점에서만 보는 경우가 많지만 핵심은 교육과 문화다. 산업혁명 직후에 만들어진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변화의 속도가 빠른 미래 사회엔 적합하지 않다. 또 경쟁과 발전에만 치중해 왔기 때문에 앞으론 ‘세계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특히 대학은 경제활동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동시에 공동체에 기여할 세계시민을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달라진 시스템에서 교수·교사의 역할은.
“교사가 존재하는 목적은 지식과 가치관의 가이드, 멘토 역할을 위해서다. 학생들의 마음을 열고 각자의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일, 창의성을 키워 혁신의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 올바른 윤리·도덕적 가치를 익히도록 돕는 게 교사의 역할이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최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한 국가로 발전했다. 그 밑바탕엔 교육에 대한 열정과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다. 이것은 미래 사회에서 매우 훌륭한 자원이다. 또 한국인들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많은 대가를 치르며 깨달았다. 강단에 서서, 또는 사회활동을 통해 이런 교육과 문화·평화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
 
◆이리나 보코바
불가리아 국회의원과 외무부 장관을 지냈다. 주프랑스 대사를 거쳐 유네스코 최초 여성 사무총장을 맡았다. 온화한 리더십으로 2016년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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