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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괴생명체, 사랑의 뿌리를 묻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 3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 3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제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때는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 정치적 대결만 아니라 우주 개발 같은 과학기술 연구에서도 팽팽한 경쟁을 벌이던 시대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비밀스러운 연구센터에서 물고기인 듯 인간인 듯 낯설고 기이한 생명체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려 한다. 괴생명체를 가둬놓은 연구실은 보안이 엄중한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엘라이자(샐리 호킨스 분) 같은 청소부는 이곳에도 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은 전혀 다른 생김새의 이질적 존재와 생명체로서 공감을, 나아가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다. 중심인물은 물론 엘라이자. 쇠사슬에 묶인 채 짐승처럼 학대 당하던 괴생명체에 엘라이자는 호기심 반, 연민 반 조심스레 다가가 소통의 문을 연다. 몸짓과 손짓을 통해서다.
 
어쩌면 엘라이자도 조금은 남과 다른 존재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그녀는 다른 사람과 수화로 소통한다. 본래 사람 말을 할 줄 모르는 괴생명체 입장에서는 조금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샐리 호킨스

샐리 호킨스

최근작 ‘내 사랑’을 비롯, 연기파 배우로 이름난 샐리 호킨스는 가녀린 듯하지만 강단 있는 엘라이자의 캐릭터를 말 한 마디 없이 풍부하게 완성한다. 몸짓과 표정만으로 엘라이자가 평소 품고 있는 욕망을, 괴생명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사랑에 빠진 환희를 극적으로 전한다.
 
냉전 시대라는 배경은 폭력적이고 위압적인 시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센터의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분)는 그런 폭력성을 집약한 듯한 남자다. 영화 ‘테이크 쉘터’,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 등 광기어린 연기에 정평이 나 있는 배우 마이클 섀넌이 연기하기에 맞춤한 캐릭터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이라면 현실과 판타지를 뒤섞는 듯한, 아니 판타지 같은 이야기를 생생한 현실처럼 눈앞에 펼쳐내는 시각적 연출력이다. 첫 장면부터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물의 이미지가 대담하고 강렬하다. 눈을 깜박이는 방식 등 물에 사는 괴생명체의 특징을 표현하는 데에도 각별히 공들인 태가 역력하다.
 
참고로 괴생명체를 연기한 사람은 더그 존스. 영화 ‘헬보이’의 양서류 닮은 캐릭터 에이브사피엔,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의 판타지 괴물 판 등 특수 수트를 입는 캐릭터에 익숙한 배우다. 달리 말하면 이들 영화를 연출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여러 번 호흡을 맞춘 사이다.
 
판타지라면 일가견 있는 감독 기예르로 델 토로의 이력에서도 이번 영화는 작가적 역량과 취향이 한껏 발휘된 정점으로 꼽힐만하다. 대중적 흥행은 몰라도 비평적 안목을 자랑하는 영화 팬들에게는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는 영화다.
 
냉전 시대, 괴생명체, 19금 로맨스를 결합해 사랑의 정수가 무엇인지 펼쳐내는 각본 역시 지인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감독이 직접 썼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을 썼던 바네사 테일러가 공동각본가로 참여했다.
 
3월 초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무려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올해 최다 후보작이다. 앞서 골든글로브에도 최다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 결과는 ‘쓰리 빌보드’(3월 15일 개봉)에 작품상 등을 내주고 감독상·음악상을 받는 데 그쳤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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