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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출신 베를린 영화제 스타 생활고로 숨져

나지프 무지치. [EPA=연합뉴스]

나지프 무지치. [EPA=연합뉴스]

베를린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생활고 끝에 숨졌다.
 
AFP통신은 “보스니아 배우 나지프 무지치(사진)가 건강 악화로 18일(현지시간) 보스니아의 스바토바치 마을에서 58세에 생을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집시 출신의 무지치는 가난한 집시 가족의 삶을 그린 보스니아 영화 ‘아이언 피커의 일생(국내 제목: 어느 남편의 부인 살리기)’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영화에서 무지치는 아이를 유산하고 입원한 아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연기를 펼쳤다. 처음이자 마지막 출연인 이 영화로 그는 2013년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인종차별과 관료주의의 민낯을 풍자한 이 영화는 그해 심사위원 대상(은곰상)까지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무지치는 영웅이 돼 금의환향했다.
 
실제 그의 삶도 영화 속 삶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지치는 고향 마을에서 변변한 직업 없이 고철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영화가 흥행한 뒤에도 그의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급기야 그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이 그토록 아끼고 자랑하던 영화제 트로피를 온라인 거래로 4000유로(약 530만원)에 팔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식들이 사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자동차는 물론 가재도구를 모두 팔았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트로피를 팔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무지치는 2014년 가족과 함께 독일에 난민 신청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트로피를 판 돈의 일부로 버스표를 구입, 독일을 방문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주최측에 가족의 상황을 전하고 도움을 청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난민 신청 당시 내야 할 벌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계자를 만나지 못한 채 귀국해야 했다.
 
집시는 유럽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집단에 속한다. 독일의 비영리 단체인 애틀랜틱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보스니아 집시들(7만5000여 명)의 취업률은 5%에 그쳤다. 무지치의 장례식은 오는 21일 가난한 고향 마을 스바토바치에서 치러진다. 
 
김상진 기자·이동규 인턴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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