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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CJ가 베트남서 고추 농사 짓는 까닭은

이재일의 경영 핫 트렌드
CJ 제일제당은 베트남 닌투어성 농가에 고추 종자 및 농업기술을 전수한 후 농민들이 수확한 고추를 사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사진 CJ제일제당]

CJ 제일제당은 베트남 닌투어성 농가에 고추 종자 및 농업기술을 전수한 후 농민들이 수확한 고추를 사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사진 CJ제일제당]

지난해 12월 중순 미국 동부의 보스턴. 한파 탓에 찰스강 주변은 하얗게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버렸다. 하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원 강연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곳에선 ‘현대 경영전략 분야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이클 포터 교수와 그의 동료 마크 크래머 교수가 12월 11일부터 3일간 개최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전 세계 28개국에선 온 7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캐설린 맥로플린 월마트재단 이사장, 프란체스코 스타라체 에넬 사장, 애드리안 고어 디스커버리(남아프리카공화국 보험사) 창업자, 카를로스 로드리게스-파스톨 인터콥(폐루 대기업) 회장 등 기업인도 참석했다. 이들은 기업이 ‘공유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실행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 지를 이야기 했다. 또 두 석학의 강연, 이들과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공유가치창출은 ‘기업이 현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의무로 고려되는 반면 공유가치창출은 기업의 전사적인 자원과 역할을 연계해 적극적으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네슬레 ‘코코아 플랜’으로 상생 성공
 
세계적 식품기업 네슬레는 1990년대 기업 정체성 변화를 시도한다. 그때까지 음식료 회사로 인식됐던 네슬레를 ‘영양, 건강 그리고 웰니스(Nutrition, Health and Wellness)’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공유가치창출을 도입했다. 동시에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는데, 가장 중요한 원료였던 코코아 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4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이른바 ‘코코아 플랜(Cocoa Plan)’을 실행했다. 토지가 없고 자금력도 떨어지는 영세 농민들을 대상으로 기술 교육, 자금 지원, 판로 개척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 네슬레는 양질의 코코아 원료를 확보하고, 농민들은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의 고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코코아 플랜’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에는 커피농장에 대해서도 코코아 플랜과 유사한 네스카페 플랜(Nescafe Plan)을 실행했다. 5년간 네슬레 직원들은 14개국에 산재하고 있는 3만여 개의 커피농장을 방문, 7400만 그루의 병충해에 강한 커피 묘목을 공급했는데, 이는 고품질의 커피 원료를 제공받음과 동시에 농가 소득을 올린 성공 케이스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사회적 비난을 받아온 월마트는 2005년 여름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 복구 지원을 계기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켰다.
 
월마트는 2016년 기준 미국 전역에 150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데, 그중 6곳은 자연재해 발생 시 신속하게 지역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 차량 대기시간 줄이기, 공기역학적 설계, 연료효율 타이어 채용 등 물류센터 자체적인 에너지 절감 노력을 통해 2005년 대비 운영비용을 연간 10억 달러나 줄였다.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도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창출 비교

사회적 책임과 공유가치창출 비교

마이클 포터 교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이 처한 환경을 고려해 잘할 수 있는 분야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마크 크래머 교수는 “공유가치와 같은 비계량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월스트리트의 투자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며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국내 많은 기업도 공유가치창출 개념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베트남 김치시장 진출을 사업전략으로 정하고 김치의 중요한 원재료인 고추를 베트남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와 베트남 정부의 도움을 얻어 만성적 빈곤으로 시달리고 있는 소수민족 마을인 닌투어성 지역 내 농작 농가를 선정, 한국산 고추 종자를 포함해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했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닌투어성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킴으로써 빈곤 퇴치에 기여함과 동시에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현지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어 김치의 세계화 기반을 마련한 좋은 사례다.
 
이마트가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역시 공유가치창출의 좋은 보기다. 이마트는 유통판매업의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충청남도 당진의 당진어시장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이마트 ‘노브랜드’상품으로 발전시켜 권역 내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서 판매했다. 당진어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의 유통 인프라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마트는 ‘상생의 상품기획’을 실천한 케이스로, 지역사회와 함께 말 그대로 ‘상생’을 실현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 해결이 기업에도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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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쏟아지는 시대, 우리나라에서도 공유가치창출의 중요성이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제 환경으로 급격하게 변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딜로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월드클래스(WorldClass)’ 활동도 같은 맥락이다. 2030년까지 전세계 5000만 명을 목표로 각국 딜로이트 회원사들이 저소득층 아동 및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기술교육, 리더십 교육, 취업 기회 제공 등을 통해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지원한다.
 
이재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

이재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

이제 공유가치창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공유가치창출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략과 실행방안이 기업 속에서 내재화되어야 한다. 기업이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명확한 정의, 구체적인 목표와 실행 방안이 치밀하게 준비돼야 하는데, 이때 임직원들의 이해와 참여는 필수적이다. 네슬레가 공유가치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 경영진의 전략이 전 세계 460여 개 공장을 포함한 현업 직원들에 의해 실행되었다는 데 있다. 직원들 사이에 사회적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이 형성될 때 회사에 대한 소속감은 높아지고, 직원들 상호 간에 또 다른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 대한 평판은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회자될 것이다.
 
이재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 jaeillee@deloit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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