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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간장, 투명 커피 … 색깔 뺐더니 지갑 여네요

‘속 보이는’ 먹거리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화려한 색으로 시선을 끌려는 경쟁이 치열한 요즘, 오히려 색을 뺀 채 시장에 나선 것이다. 이른바 ‘투명 마케팅’ 이다.
 
대상 청정원은 지난달 ‘맑은 청간장’을 출시했다. 간장하면 떠오르는 검은색이 아닌 투명한 빛으로, 참숯을 이용해 검은 색을 걷어냈다. 소비자 의견을 받아들여 간장 제조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만든 투명 간장이다.
 
투명마케팅

투명마케팅

대상 마케팅본부 문형두 팀장은 “간장 특유의 검고 진한 색 때문에 간장을 쓰면 요리 색도 변해 소금으로 간을 한다는 소비자가 많았다” 며 “요리의 본래색은 유지하면서 나물무침이나 계란찜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고 설명했다.
 
투명한 커피도 나왔다. 지난해 상반기 영국에서 만든 ‘클리어 커피’ 는 세계 최초 투명 커피를 표방한다. ‘커피 중독자’인 슬로바키아 출신의 아담·데이비드 나기 형제가 치아가 누렇게 착색될까 걱정하다 개발했다. 겉모습만 보면 200mL 생수 같지만 1병당 카페인 100mg(에스프레소 2잔)이 들어있는 콜드브루맛 커피다.
 
유럽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달 중순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을 포함한 아시아 총판도 꾸려졌다. 아시아에선 한국에 가장 먼저 진출해 지난달부터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면세점과 호텔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태훈 아시아 총판 회장은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원두와 물만으로 만들었는데 구체적 제조 기법은 영국 본사에서도 기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대표 주류회사 산토리는 지난해 가을, 투명한 밀크티 ‘프리미엄 모닝티 밀크’를 내놨다. 천연수와 아쌈 찻잎으로 만들어 밀크티 향과 맛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쓴 뒷맛이 없는 게 특징이다. 이보다 몇 달 전 출시한 투명 레몬티와 함께 일본 편의점 인기 품목이 됐다.
 
먹거리 뿐 아니라 생활용품도 투명함을 내세운다. 동아제약 구강청결제 ‘가그린’은 지난해 광고 컨셉트를 바꿨다. 타르 색소가 들어있지 않아 제품이 무색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입냄새를 없애주거나 충치를 예방한다는 기능 위주의 홍보 전략에서 변화를 줬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구강청결제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는 용도를 알리는 일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타사 제품과 구별되는 차별점을 내세울 필요가 있어서 무색 마케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태국 화장품 칼리즈메이는 ‘투명 립스틱’으로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다. 투명한 고체에 말린 생화를 넣었는데 바른 직후엔 무색에 가깝지만 서서히 색이 나타난다.
 
업계에선 투명 마케팅이 제품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 판단한다. 매일 먹고 쓰는 제품의 경우 더욱 그렇다. 김태훈 클리어커피 아시아 총판 회장은 “무색이 깨끗함이나 속이지 않는 정직함 같은 이미지를 담을 수 있고 첨가물 없는 커피라는 제품 특징을 부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가그린은 투명함을 강조하는 광고로 바꾼 이후 매출이 전년보다 10% 정도 늘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무색을 강조한 전략이 안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주길 원하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정 관념을 깨면서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많아지면서, ‘검은 간장’이나 ‘빨간 립스틱’ 등 고정된 색의 이미지가 강한 제품은 오히려 과감하게 색을 없애면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시각적 매력을 주는 마케팅과 차별화한 것이다. 다만 호기심 수준에 그치지 않으려면 시각적 요소 이외에 제품 사용으로 얻는 장점이 커야 한다. 색채 전문가 배용진 박사는 “색은 시각뿐 아니라 냄새 등 다양한 요소와 어우러져 사용 효과를 일으킨다”며 “투명한 색이 일시적인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적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고 말했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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