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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구원투수의 마지막 쇼 "성 소수자 존중" 메시지

브랜드의 전통 체크에 무지개를 덧입힌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브랜드의 전통 체크에 무지개를 덧입힌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지난해 10월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총괄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브랜드를 떠난다는 소식은 패션계에 충격 그 이상이었다. 베일리가 누구인가. 17년간 버버리를 이끌며 ‘브랜드의 화석’이 될 것 같았던, 그래서 그가 없는 버버리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 존재감을 지켜온 디자이너였다. 그리고 곧 업계의 관심은 버버리의 2월 컬렉션이 어떤 무대가 될 것인가로 모였다. 16일부터 닷새간 열린 런던패션위크의 최고 하이라이트로 버버리를 꼽은 이유였다. 
글(런던)=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버버리
 
무지개로 "다양성이 창의성의 근본" 표현
17일 오후 5시(현지시간) 런던 딤코 빌딩. 주변은 그야말로 차들이 뒤엉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계 각국에서 1300여 명의 패션 관계자, 셀레브리티들이 동시에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행사 전부터 쇼 초청장을 두고 ‘골든 티켓’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컬렉션은 패션계의 화젯거리였다. 영국패션협회 CEO인 캐롤라인 러시는 16일 패션위크 개회식에서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마지막 버버리 런웨이가 열리는 컬렉션”이라는 말로 이 쇼에 무게감을 실었다.
기대만큼 쇼는 한 편의 예술 무대였다. 주변 사람의 얼굴조차 알아보기 힘든 어둠 속에서 음악과 함께 천장에 달려있던 조명들이 시계추처럼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때마다 런웨이가 명암을 달리하며 출렁댔다. 이는 마지막 컬렉션의 주제인 ‘시간’에 맞춰 호주 모나(MONA) 박물관의 작품 ‘우리의 시간’을 컬렉션의 조명으로 재탄생시킨 것. 베일리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지미 서머빌, 브론스키 비트의 협업을 통해 움직임과 빛 그리고 소리가 하나 되는 장관을 연출했다.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여기에 맞춰 등장한 의상 역시 압도적이었다. 점퍼·니트·스커트·모자·드레스·모자·가방 등 거의 모든 아이템에 무지개가 넘실댔다. 또 버버리 고유의 체크에 무지개를 덧씌워 ‘레인보우 체크’를 만들어냈다. 무지개는 통합과 포용, 무엇보다 성 소수자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쇼 직후 베일리는 공식 인터뷰에서 “다양성에 대한 존중은 창의력의 근본이며 이를 말하기에 지금보다 더 나은 때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버버리에서 나의 마지막 컬렉션은 성 소수자(LGBTQ+) 커뮤니티를 포함한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그와 동시에 베일리는 버버리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담으며 ‘자서전적 패션쇼’를 완성하기도 했다. ‘Burberry’s’라는 1980~90년대 오리지널 로고를 박은 티셔츠가 대표적인 예. 브랜드의 향수를 한껏 되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소비층인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아이템으로 내놓은 것이다.  
17년간을 회고하듯 모델들 역시 그간 버버리와 함께한 얼굴들이 총출동했다. 모델 애드와 아보아를 시작으로 진 캠벨, 몬텔 마틴, 애디 캠벨 등이 참여했다. 특히 7년 전 베일리가 발굴한 모델 카라 델레바인은 레인보우 레이저 스펙트럼 조명 속에 무지개 퍼 망토를 입고 나타나 인상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

어느새 모델들이 사라지고 베일리가 진짜 마지막 인사를 전할 시간. 짙은 안개가 깔리면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관객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듯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엄숙했던 패션쇼가 한순간 축구 경기장처럼 돌변했고 박수 소리가 잦아들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퇴색한 트렌치코트 브랜드의 구원투수
이토록 굿바이 무대가 성대할 만큼 그는 버버리의 ‘구원 투수’였다. 디자이너 수장이 된 2001년 버버리는 난관에 빠져 있었다. 상표 라이선스는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체크무늬 이상의 디자인을 선보이지 못했다. 영국 북동부 시골 출신의 그는 당시 런던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도나 카란을 거쳐 구찌에서 일하던 중 버버리의 미국 CEO였던 로즈 마리 브라보에 눈에 띄게 되고 스물아홉에 디자인 수장이 된다.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에 참석한 배우 최지우가 크리스토퍼 베일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버버리 2018 2월 컬렉션에 참석한 배우 최지우가 크리스토퍼 베일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버버리의 전통을 거침없이 그리고 다양하게 요리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트렌치 코트 실루엣을 변화시키고 컬러를 다채롭게 입혔다. 프린트를 더하고 레이스와 플라스틱 비닐 등으로 소재를 달리하기도 했다. 이뿐일까. 웰링턴 부츠와 페어아일 니트 등을 통해 가장 영국적인 분위기를 패션에 녹여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베일리는 트렌치 코트 메이커를 글로벌 패션하우스로 발돋움시켰다”면서 “버버리를 통해 가장 영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안내자였다”고 평했다.
버버리가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가장 큰 결단을 내린 것도 그였다. 2009년 컬렉션 장소를 밀라노에서 런던으로 옮긴 것. 버버리의 르네상스가 궤도를 타자 바이어나 기자들을 런던으로 불러들이는 전략을 선보인 셈이다.
영국 출신 모델 케이트 모스(왼쪽)과 나오미 캠벨. 버버리의 패션쇼에 단골로 초대되는 얼굴들이다.

영국 출신 모델 케이트 모스(왼쪽)과 나오미 캠벨. 버버리의 패션쇼에 단골로 초대되는 얼굴들이다.

 
피비 파일로부터 킴 존스까지 후임 후보 
무엇보다 베일리는 업계의 변화를 가장 먼저 주도한 ‘얼리 어댑터’였다. 2010년 소수만이 누리던 컬렉션을 처음으로 온라인에 생중계했다.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버버리의 새로운 컬렉션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하는 파격이었다. 지금은 보편화 된 컬렉션 현장직구(See Now Buy Now) 역시 2016년 그가 처음 주도했다. 6개월을 앞서가는 컬렉션을 당장 입을 수 있는 옷으로 바꿈으로써 달라진 시장 환경을 반영했다.
하지만 모든 도전이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2014년 그는 디자인 총괄은 물론 CEO 자리까지 오르지만 3년 만에 경영에서 손을 뗀다. 이에 대해 “아시아 시장 매출의 둔화로 실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파이낸셜타임스)”거나 “디자이너로서 생산비를 일일이 따져야 하고 고용을 줄여야 하는 일이 어려웠을 것(뉴욕타임스)”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이제 그는 떠났고 남은 관심사는 하나다. 베일리의 뒤를 누가 이을 것인가. 브랜드 측은 “여전히 탐색 중”이라는 답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이미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한둘이 아니다. 때마침 셀린느를 떠난 피비 파일로, 메종 마르지엘라를 맡은 존 갈리아노, 코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스튜어트 베버스 등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여기에 루이비통 남성복 디자이너로 슈프림과의 협업을 이끌었던 킴 존스도 강력한 후보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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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