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오래] 며칠이면 지을 수 있는 '모듈러' 주택 장점 많다

기자
손웅익 사진 손웅익
손웅익의 작은집 이야기(8)
현대인이 선호하는 간편식 [중앙포토]

현대인이 선호하는 간편식 [중앙포토]

 
간편식이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그냥 포장만 벗기면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넘쳐난다. 반찬 종류마다 완제품으로 다 만들어서 판다. 김치도 종류별로 골라서 사 먹으면 된다.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은 재료를 사다가 반찬을 만들고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외식의 빈도가 높고 집에서 가족과 식사할 기회가 적어서 밥이나 반찬을 만드는 것이 낭비일 경우가 많다. 완제품을 사 먹는 것이 만드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다. 이렇듯 우리의 음식 문화는 이미 공산품화한 지 오래됐다.
 
물론 요리의 즐거움은 잃어버렸다. 집집마다 조금씩 독특한 김치 맛을 이어가는 것도 이제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삼시 세끼 준비하고 치우는 시간에서 해방되다는 것은 가히 식문화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 속 파고드는 모듈화 바람 
협력적 주거 공동체. 건축가 조남호가 만든 모형. [중앙포토]

협력적 주거 공동체. 건축가 조남호가 만든 모형. [중앙포토]

 
시니어타운이나 코하우징과 같은 공동체 주거에 살고 싶어 하는 시니어의 상당수는 식사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선택의 이유로 꼽는다. 음식준비 시간에서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간편식은 더 간편하고 다양한 제품으로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양복을 맞춰 입을 때는 가봉이라는 절차가 있다. 처음에 몸 치수를 다 재고 재단해 양복 모양을 만든 다음 몸에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다. 이렇게 좀 귀찮은 절차와 수고를 거친 양복은 내 몸에 붙어있는 것처럼 잘 맞고 멋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기성복에 비해 비싸지만 맞춤복을 고집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사람의 체형은 변한다. 한 해만 입고 버리는 옷이라면 모르겠지만, 양복 처럼 몇 해를 입는 옷이 몸에 잘 맞으려면 그 옷을 가봉했던 시점의 체형을 유지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즉, 맞춤형 양복이 계속 맞춤형이기 위해서는 그 옷에 몸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에 반해 기성복은 내 몸과 조금의 편차가 있는 옷이다. 그러나 바지나 팔 길이를 조금 조정하는 것으로 맞춤복과 별 차이 없는 옷으로 바꿀 수 있다. 요즈음에는 몸 따로 옷 따로 사이즈를 입는 것도 개성인 시대이니 맞춤형 옷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일정한 기준 치수에 따라 여러 벌을 지어 놓고 파는 기성복. [사진 stocksnap]

일정한 기준 치수에 따라 여러 벌을 지어 놓고 파는 기성복. [사진 stocksnap]

 
이렇듯 의·식·주에서 의(衣)와 식(食)은 이미 공업화, 모듈화가 일반화했다. 그러나 주(住)에서는 상황이 좀 다르다. 국내 건축계에서는 30여 년 전부터 공업화, 모듈화가 논의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조립식 주택이나 공장 제작 모듈 주택이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름 장마와 겨울 한파 등 공사 진행이 어려운 날씨가 많은 한국에선 공사 기간을 잘 지키기가 쉽지 않다. 주택 한 채를 짓는데 짧게는 3개월에서 수개월이 걸린다. 장마를 피해야 하고 혹한기를 피해야 한다. 게다가 재료의 품질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많고 기술자들의 기능 편차도 심하다.
 
 
30년째 겉도는 주택 모듈화 논의 
모듈러 주택 (Modular Home) [사진 pixabay]

모듈러 주택 (Modular Home) [사진 pixabay]

 
가장 큰 문제는 부실공사인데 이는 입주 후 하자의 원인이 된다. 집 한 채 지으면 10년 늙는다는 말이 있다. 시공자를 잘못 만나면 돈은 돈대로 들이고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하게 되니 빈말이 아니다. 
 
반면 모듈러 주택은 제품이 균일하다. 주문부터 현장설치까지 며칠이면 가능하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도 않고 부실공사에 대해 우려를 할 필요도 없다. 그동안 건축박람회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조립식 모듈러 주택이 출품됐다. 그러나 모듈러 주택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편화하지 못하고 아직도 전통적인 수공업 방식으로 집을 짓는 수요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조립식, 공장제작, 대량생산 등의 단어가 수요자의 전통적인 ‘집’에 대한 인식에 좀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공급자의 모듈러 주택에 대한 인식이라고 본다. 작은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공간적·기능적·기술적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디자인의 완성도다. 모듈러 주택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과 더불어 꼭 갖고 싶은 디자인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수필가 badaspace@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