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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1 수능 수학, 이과는 쉬워지고 문과는 어려워진다…EBS 연계율은 70% 유지

올해 고교 1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에서 인문계열 학생이 주로 보는 ‘수학 나형’은 출제범위가 확대돼 학습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연계열 학생이 주로 보는 ‘수학 가형’은 출제과목이 줄어 쉬워진다. 수능에서 문과 수학이 어려워지고, 이과 수학이 쉬워져 이과 쏠림이 심해질 수 있다.
 

교육부, 19일 공청회서 수능 출제범위
문과는 수학은 범위 넓어져 학습부담 증가
이과는 ‘기하’ 제외돼 한결 쉬워질 가능성
EBS 연계, 지난해 발표와 달리 70% 유지

교육부는 19일 오후 서울교대에서 현 고1이 치르는 수능 출제범위 관련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발제를 맡은 정진갑 계명대 교수는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과 출제범위를 동일하게 하되, 교육과정 개정으로 출제범위를 바꿔야 할 때는 학습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 13일간 교사·대학교수·학부모·학회 등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공청회 등에서 의견을 수렴해 이달 말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확정한다.
올해 고1이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수능 수학은 이과는 쉬워지고, 문과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학생들이 국어영역 문제지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올해 고1이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수능 수학은 이과는 쉬워지고, 문과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학생들이 국어영역 문제지를 받고 있는 모습. [뉴스1]

현 고1은 학교에서 올해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배운다. 2015 교육과정은 문·이과 통합, 융합 교육, 발표·토론·프로젝트 등 과정 중심 평가가 핵심이다. 교육과정 변화에 맞춰 수업에서 배우는 교과목도 달라진다. 고1은 국어·영어·수학·한국사·통합사회·통합과학·과학실험탐구 등 7개 공통과목을 배운다. 이중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신설 과목이다. 

 
정부는 현 고1 대상의 2021학년도 수능을 개편해 지난해 8월 발표 예정이었다. 하지만 절대평가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커 발표 시기를 올해 8월로 1년 연기했다. 개편 수능의 적용 시기도 현 중3이 치르는 2022학년도로 미뤘다. 이에 따라 고1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과 수능 시험을 치르는 과목이 일치하지 않는 처음이자 마지막 학년이 된 것이다.
교육부가 공개한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 따르면 국어·수학 영역의 변화가 크다. 정 교수는 문과생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를 수학Ⅰ·수학Ⅱ· 확률과통계로 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여욱동 대구 달성고 수학교사는 “수학Ⅰ에 포함된 내용이 기존 수능 범위였던 지수와 로그의 정의 부분을 넘어 함수까지 다루고 있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각함수는 사인법칙과 코사인법칙까지 출제범위에 포함되는데, 이 부분은 문과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반면 이과 수학은 출제범위가 수학Ⅰ·미적분·확률과통계로 현재보다 축소된다. 특히 이과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기하와 벡터’ 가 수능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졌다. 2015 개정교육과정에 ‘기하’는 진로선택, ‘벡터’는 전문교과로 분리돼 있다. 기하까지 수능 범위에 포함될 경우 학생들이 배워야 할 과목이 지금보다 늘어난다. 
 
정 교수는 “기하까지 출제하면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늘고, 다양한 선택과목을 학습한다는 2015 개정교육과정의 취지와도 맞지 않아 제외하기로 했다”며 “설문조사에서도 수학 가형에 기하를 제외하는 데 찬성하는 의견이 전체 2119명 중 1790명으로 84%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 교사는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수학 기초 소양이 부족해질 수 있다. 대학에서 기하와 벡터를 처음부터 공부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고1이 치르는 수능에서 출제범위가 달라지면서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수능이 끝난 후 입시설명회장을 찾은 학부모들 모습. [중앙포토]

올해 고1이 치르는 수능에서 출제범위가 달라지면서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수능이 끝난 후 입시설명회장을 찾은 학부모들 모습. [중앙포토]

국어영역도 과목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학습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 고2까지는 ‘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와 문법’ 3개 과목만 수능에 나온다. 하지만 고1은 ‘독서와 문법’이 ‘독서’와 ‘언어와 매체’로 분리되면서 공부해야 할 과목이 하나 더 늘었다. 정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언어(문법)를 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68%로 출제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28%)의 두 배가 넘었다”며 “일각에선 ‘언어와 매체’ 중 문법 부분만 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한 과목 내에서 출제를 분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4개 과목을 모두 포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체’ 영역이 기존 수능에서 출제된 적이 없어 2021학년도 수능에서는 유보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구본관 서울대 교수는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매체’ 영역 문제를 내본 적이 없고, 매체 영역의 특성상 5지 선다형 문제를 내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매체 영역의 출제 여부는 후속 연구를 거쳐 2022학년도 수능부터 반영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 영어·사회탐구 영역은 현재와 달라지는 게 없고, 과학탐구도 Ⅱ과목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수능 출제범위 시안이 공개된 뒤 현장의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국어영역은 정책연구팀이 발표한 것처럼 ‘언어와 매체’를 다 포함시키는 게 맞다. 학생 입장에서는 과목 수가 늘어나지만, ‘매체’ 과목의 내용 자체가 까다롭지 않아 학습부담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창영 휘문고 수학교사는 수학의 난이도가 달라져 이과로 몰리는 학생이 많아질 것을 우려했다. 우 교사는 “현재도 이과가 대학가기 수월하고, 취업이 잘된다는 인식 때문에 이과로 가려는 학생들이 많다. 이과 수학이 쉬워지고, 문과 수학이 어려워지면 이과 쏠림 현상이 현재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수능 응시생 중 이과 학생은 2011학년도 수능에서 31.9%로 최저를 찍었다가 점점 상승해 2018학년도 수능에선 46%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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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EBS 수능 연계율은 현행을 유지한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뤄진 2021학년도 수능 출제과목에 대한 기자 대상 정책토론회에서 “수능 EBS 연계율은 기존과 동일하게 70% 유지하겠다. 교육과정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EBS 연계율까지 조정하면 현장 혼란이 커질 것 우려해 2022학년도 대입개편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EBS의 수능 연계는 교육부가 지난해 수능 개편 1년 유예를 발표하면서 2021학년도부터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경기도의 한 일반고 수학교사는 “현 고1부터 EBS 연계율을 축소한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왜 이제 와서 말이 달라지는지 모르겠다. EBS 교재가 교과서보다 중요성이 커지는 등 학교 현장을 파행시키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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