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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언급하는 美, 탐색적 대화 문 열면서 북한의 유화전략 되치기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북ㆍ미 대화와 관련해 “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 예고 동영상(18일 본방송)에서 “외교부 장관으로서 나의 일은 우리가 (대화의)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연합뉴스]

 
틸러슨 장관은 물론 “우리는 지금 대화하라고 설득하기 위해 당근을 쓰지 않고 있다. 우리는 커다란 채찍을 쓰고 있다”며 전제를 달았다. 이같은 언급은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나온 ‘북·미 간 탐색적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최대의 압박과 제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귀국편 전용기에서 진행된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분명한 조처를 하기 전까지 압박을 계속하되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대화’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4일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이 우리를 확실히 이해하기를 원하며, 만약 대화의 기회가 있다면 그들에게 미국의 확고한 (비핵화) 정책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13일 브리핑에서 “(북한과)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지 의제를 설정하기 위해, 그 논의가 어떻게 될지에 관한 예비 대화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둘째),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오른쪽에서 첫째, 둘째),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앞줄 맨 오른쪽)가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둘째),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뒷줄 오른쪽에서 첫째, 둘째),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앞줄 맨 오른쪽)가 9일 오후 평창올림픽플라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대화 자체에 거부감을 보였던 미국 정부 인사들의 기존 발언과는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르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강조했던 것보다는 보다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시간 끌기''나 '제재 회피용''으로 대화에 임할지를 미리 따져보겠다는 탐색적 대화의 가능성을 살짝 열어놨다는 분석도 등장한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본질적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정부가 내용까지 양보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화 자체만으로 제재 완화와 같은 보상은 없고 ▶본협상은 비핵화 조처가 우선돼야 하며 ▶그 사이 최대의 압박과 제재는 계속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화' 언급이 향후 한반도 정세의 호전은 물론 악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복합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끝나는 3월 말 이후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선 한반도가 긴장 완화나 긴장 재고조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향할 수 있다. 그 시험대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다. 합동군사훈련을 놓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의 벼랑끝 전술로 또 나설 수 있고 반대로 이산가족 상봉 수락 등 남북 대화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모든 경우에 대비해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 가능성을 열되 미국의 대북 목표는 변화가 없음을 동시에 알렸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접촉이 많아지고, 12월 이후로 북한이 도발을 안한 상황 등을 감안해 미국도 북한이 대화를 하겠다고 나서면 못할 이유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평창 상황을 좀 더 주의 깊게 보면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도 “미국의 기본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한국 내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발언에 무게가 실리고 있을 뿐”이라며 “다만 북한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탐색적 대화를 반복적으로 언급해 ‘북한 책임론’의 근거를 마련하는 대북 ‘되치기’ 작전을 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AP통신은 이날 틸러슨 장관의 CBS 인터뷰와 관련해 “평양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면서 공을 북한에 넘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펜스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은 대화 의지와 여지가 있지만 펜스 부통령이 거절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4월에 한·미연합훈련이 진행되면 이를 빌미로 북한은 대화를 하려 했는데 못했다는 식으로 미국 탓을 할 수 있다”며 “미 국무부 입장에서는 (탐색 대화 언급으로) 북한이 전향적으로 나오면 좋은 것이고, 무언가 잘못돼도 미국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외교적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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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