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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보수의 미래와 MB의 선택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배가 고파도 견딜 수 있지만 꿈이 없으면 버티기 어렵다. 당장 힘들어도 곧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힘이 된다. 그렇지만 꿈이 없으면 방향을 잃어버린 배 신세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야당이 그 모양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반 토막도 안 된다. 조사기관에 따라 지지율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곳도 있다. 정부가 실수해도 그 반사이익조차 챙기지 못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해를 넘기고 있으니 괴로울 것이다. 당을 만들고, 당이 밀어 대통령이 된 사람이 국민 다수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든 씨가 먹힐 리 없다. 박 전 대통령과 어물어물 선을 그으려 했지만 이제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발목을 잡는다.
 
6월 13일이 지방선거다. 선거에서 현상 유지라도 하려면 초조할 수밖에 없다. 공격의 날을 세우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다고 판세가 얼마나 바뀔까. 대안 정당으로서 믿음을 줄 수 있을까. 홍준표 대표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말을 쏟아내도 반응이 시원치 않다.
 
정치는 표가 말한다. 표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어야 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말만 무성하다. 과거에 대한 정리도, 현재의 판세를 이끌어 갈 리더십도, 무엇을 하겠다는 미래도 불투명하다. 한마디로 꿈이 없다.
 
사실 야당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권해도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은 제한돼 있다. 책임질 일 없는 야당 의원이 더 좋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정치인도 있다. 하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는 집권이다. 정치인은 즐거울지 몰라도 지지자는 절망을 씹어야 한다. 집권의지를 잃은 당은 국민이 버린다. 대통령선거만 포기하는 게 아니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도 버림받는다.
 
지방선거가 급해도 할 일은 해야 한다. 탄핵사태를 겪고도 과거 정리는 말뿐이다. 그 일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모든 일의 시작이다. 그런데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이렇게 무신경할 수가 없다. 당시 집권당에 책임이 없다면 그게 모두 국민 잘못인가.
 
김진국칼럼

김진국칼럼

박 전 대통령은 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다. 비선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최순실씨의 집사 노릇을 했다. 비서관을 수행비서처럼 부리고, 정부 인사를 좌지우지했다. 입시를 왜곡하고, 대기업 돈을 갈취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을 몰랐다고 해도 그 무능함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MB는 어떤가. 검찰 수사를 보면 개인 회사의 사익 추구에 집중돼 있다. 다스가 MB 것이든, 형님 것이든 대통령 재임 시절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변호사 비용도 대납시켰다는 게 사실이라면 모두 사적 이익을 취한 것이다. 한국당의 뿌리인 한나라당은 한때 ‘차떼기’로 소멸 위기를 겪었다. 그래도 그것은 정치자금이다. 아무리 액수가 더 적어도 개인의 재산을 불리기 위한 건 아니었다. 임기 말 서울 내곡동 사저 터를 매입할 때도 경호용 땅을 위한 나랏돈을 훨씬 더 많이 내게 했다. 그런데도 경호실 관계자가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더구나 사면을 돈을 받고 팔았다면 국가 법질서를 팔아 사익을 도모한 게 된다. 중세의 면죄부나 수탈을 위해 마구잡이로 옥살이시키던 탐관오리들과 다를 게 없다. 물론 아직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1월 17일 MB의 기자회견으로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 “정치 보복이다” “나에게 직접 물어라”고 했지만 사실 관계는 밝히지 않았다. 참모들도 ‘지분의 법적 소유 관계’만 말할 뿐이다. 형사 피의자로서는 지능적인 대응이지만 전직 대통령의 품격과 책임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보수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희망이 있어야 딛고 일어설 수 있다. 무엇을 할 것인지 비전이 있어야 미래가 있고, 꿈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도 당을 다시 세워야 한다. 지도자의 언행을 통해 지지자들이 자존심을 세우고, 긍지를 느끼고,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권력을 추구하면 안 된다. 정치는 꿈이다. 그 꿈을 이루는 데 모든 걸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탄핵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은 몇 번이나 실기했다. 고비마다 최악의 선택을 했다. 사태를 키우고, 또 키웠다. MB는 더 나빠질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 피의자라면 매우 적절한 처신이다. 그러나 그는 전직 대통령이다. 명예를 생각하고, 보수세력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스스로 전말을 밝혀야 한다. 사실이 아니라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지지자들이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도록 해 주는 게 도리다.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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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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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