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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미국, 철강에 53% 관세폭탄 … 캐나다·일본 빠지고 한국 포함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우겠다. 우리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철강은 외국에 의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 부활을 지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하면서 한 말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해 이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1962년 만들었지만 95년 세계무역기구(WTO) 발족 이후엔 사실상 사문화된 상황이었다. ‘자국 법을 동원해 국제사회가 약속한 자유무역 질서를 깨뜨린다’는 비판에도 트럼프는 강경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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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서비스가 아니었다. 10개월 만에 현실이 됐다.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철강 수출국에 적용할 수입 규제안을 담았다. 미 상무부는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브라질·중국·코스타리카·이집트·인도·말레이시아·한국·러시아·남아공·태국·터키·베트남 등 12개 국가에 53%의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방안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백악관의 최종 결정은 4월 11일 전에 나온다.
 
한국으로선 두 번째가 최악의 시나리오다. 경쟁국보다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수출을 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53%는 사실상 수출을 하지 말란 뜻”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미 상무부의 조사 착수 이후 산업통상자원부는 미 정부와 의회 인사를 접촉하며 설득 작업을 해왔다.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줄고 있으며, 동맹국인 한국산 철강은 미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전략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차가웠다. 미국은 한국을 53% 관세를 부과할 12개국에 포함했다. 미 상무부는 보고서에서 12개국의 선별 기준을 기술하지 않았다. 다만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2011년 대비 대미 수출 증가율, 해당 국가의 중국 철강제품 수입량, 수출 품목의 특성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규제의 칼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017년 78만t으로 한국(365만t·미국 상무부 기준)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이 다른 나라를 경유한 ‘우회 수출’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다. 한국 업체가 중국의 강판을 사서 강관을 만든 뒤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윤상혁 산업부 철강화학과장은 “중국의 저가 철강제품 수출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 과잉이 미국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막겠다는 게 미국의 진짜 의도”라고 말했다. 한국을 12개국에 포함한 건 한국이 중국 철강의 주요 수입국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뜻이다.
 
한국으로선 G2의 통상 갈등에 어쩔 수 없이 휘말린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대미 철강 수출량이 많은 나라 중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나라는 대부분 12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수출량 1위인 캐나다는 물론이고, 일본·독일·영국 등도 제재의 칼날을 피했다. 심지어 독일은 2011~2017년 수출 증가율이 40%로 한국(42%)과 비슷하다. 굳이 한국만 제외한 건 최근의 통상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한국산이 주요 타깃이다.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무관세 협정이 있는 분야에서도 특허 침해 조사나 소송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미국이 던지는 강력한 견제구일 수 있다는 의미다.
 
‘자국 내 일자리 확대’와 ‘무역 적자 축소’ 등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확고한 만큼 상황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확실한 건 적도 아군도 없는 냉엄한 무역전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라며 “감정적으로 남 탓을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잃을 것, 얻을 것이 무엇인지 냉엄하게 따져볼 때”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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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