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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성의 부족" …메르스 감염 국가 책임 첫 인정

메르스 3차 감염 환자가 국내 최로로 발생했던 대전 대청병원. 사진은 2015년 6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병원내부를 방역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메르스 3차 감염 환자가 국내 최로로 발생했던 대전 대청병원. 사진은 2015년 6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병원내부를 방역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첫 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려는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같은 층 병동의 입원환자나 보호자를 접촉자로 분류할 수 있었다. 접촉자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씨가 감염되기 전에 2차 감염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었을 거로 보인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3차로 감염돼 한 달 넘게 앓았던 환자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메르스에 감염됐던 환자 본인 혹은 유족들이 국가나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사건은 많았지만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도 1년 전 1심 선고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국가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한 줄 이유만으로 기각된 것이 뒤집힌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항소4부(부장 송인권)는 발목을 접질러 병원에 갔다가 2015년 6월 30번째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던 이모씨가 "(메르스에 감염돼 겪은) 고통에 대해 국가가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을 일년간 살펴본 끝에 지난 9일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의 감염을 막을 기회가 두 번 있었는데 질병관리본부가 모두 놓쳤다고 봤다.
 
 2015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발병 국가 지도. [질병관리본부]

2015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발병 국가 지도. [질병관리본부]

 
첫 번째 기회는 2015년 5월 20일 국내 최초로 메르스 확진을 받은 '1번 환자'에 대해 이틀 전인 18일 의심환자 발생이 신고됐을 때 바로 검사를 하는 거였다.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가 바레인을 다녀왔다고 신고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다'는 이유로 검사를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 매뉴얼은 '중동지역'에 방문했을 경우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 '중동지역의 메르스 발병국'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국가로 알려진 곳은 아니었으나 지역적으로 (발병 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맞댄 인접국가로 생활권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 1번 환자의 감염 여부가 빨리 파악됐더라면 2차 감염자도 더 빨리 알았을 것이고 그러면 이씨가 3차로 감염되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 거라 봤다.
 
기회는 '1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난 후에도 한 번 더 있었다. 그 환자가 거쳤던 병원의 접촉자 조사를 제대로 하는 거였다. 재판부는 "평택성모병원은 1번 환자가 2박 3일간 입원하였던 곳이므로 가장 중요하고 충실하게 접촉자 조사가 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그런데 역학조사팀은 1번 환자가 병실에만 머물렀다는 이유로 일상적 접촉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재판부가 본 문제였다. 1번 환자의 의료진이나 같은 병실 사람들이 '밀접 접촉자'라면 1번 환자가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실 앞에서 대기하거나 접수창구 앞에 있을 때, 채혈실로 이동하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 등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일상적 접촉자'다. 재판부는 이런 일상적 접촉자들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공무원인 역학조사관이 의무기록지나 폐쇄회로TV(CCTV) 등으로 확인하고도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질병관리본부가 두 번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이씨의 '3차 감염'까지 발생하게 된 거라 보고, 이씨가 청구한 금액 전액을 국가가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2015년 5월 메르스 확산 당시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모습. [중앙포토]

2015년 5월 메르스 확산 당시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 모습. [중앙포토]

 
같은 법원은 지난달 23일에는 숨진 메르스 '38번 환자'의 자녀 등 유족들이 병원과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8부(부장 이원)는 "대청병원이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알고도 조기 검진이나 치료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정부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을 "병원 의료진의 조치가 지연됐다고 할 수 없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정부의 과실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족 측이 항소해 2심 판단을 받아보게 된다.
 
한편 메르스와 관련해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도 진행 중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4번 환자가 사흘간 머물렀고 82명의 추가감염이 일어난 곳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 "14번 환자 확진 후 접촉자 명단을 늦게 제출하거나 방역조치에 대한 정부 개입을 거부하려 했다"며 삼성서울병원이 806만원의 과징금을 내라고 처분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은 이 처분을 취소하는 것에 더해 병원이 부분 폐쇄되며 입은 607억원의 손실보상금을 보전해 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이 소송은 아직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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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