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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도 보호무역주의 … 트럼프 이후도 무역분쟁 계속될 것

네오콘 싱크탱크 AEI의 시저스 선임연구원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더렉 시저스 AEI 선임 연구원

더렉 시저스 AEI 선임 연구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주가 이어지고 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재앙”이라고 13일(현지시간) 말했다. 하루 전엔 ‘호혜세 부과’를 선언했다. 지난달 말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교역질서 재편을 선언했다. 16일엔 미 상무보가 한국과 중국 철강제품에 대해 수입 제한이나 최소 56%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트럼프에 보고했다. 마치 무역전쟁(trade war)을 향해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있는 모양새다. 결국 파국으로 가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더렉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AEI는 네오콘(미국 신보수주의)의 아성으로 통한다.
 
트럼프가 “무역엔 동맹이 없다”고 말했다.
“말로 하는 캠페인이다. 미스터 트럼프가 말로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본다. 협상을 앞두고 말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요즘 트럼프는 부쩍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무역에서 연간 220억 달러 남짓 흑자를 내고 있다. 그 정도는 트럼프와 그의 경제 참모들에겐 안중에도 없다. 한국과 협상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정도다. 문제는 중국이다. 트럼프의 진짜 타깃은 베이징이란 얘기다.”
 
시저스는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스탠퍼드대에서 국제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워싱턴에서 중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경제정책 등에 대한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표했다.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무역전쟁을 원하진 않는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협상이 쉽지 않다. 무역적자 규모가 너무 크다. 연간 3700억 달러 이상이다. 또 무역 적자를 바로 잡는다고 트럼프가 원하는 바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역적자 완화가 목표가 아니란 말인가.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일자리를 약속했다. 중국이나 한국과 무역적자를 줄인다고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나지도 않는다. 이런 사실을 트럼프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기간에 “중국이 환율을 조작해 우리를 등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이후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강경 발언이 곧 강경 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트럼프를 겨냥해 보복 카드를 내비치고 있다.
“맞다. 중국 쪽은 언론을 통해 자국산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해 트럼프가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중국 기업이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벌금을 물리거나,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가로막으면 중국도 보복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중국의 카드는 무엇일까.
“당장 중국 정부가 보복에 나선다면, 보잉의 여객기나 미국 농산물 가운데 콩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콩 수입을 금지하면 미국 농민들이 트럼프를 압박하고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리더들은 보복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강하게 나오면 중국이 응전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중국이나 트럼프 모두 실제로 치고 받고(tit for tat)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2~3년 전이었다면 중국 정부도 치고 받았을 터다. 지금은 아니다. 요즘 중국 리더들은 아주 신중하다. 멀리 볼 줄 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양쪽은 조만간 협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협상 밖에선 상대 진영을 겨냥해 강한 발언을 쏟아낼 것이다. 무역 협상은 몇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시간을 끌면서 상황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는 상황을 기다리는 것인가.
“한국 정책 담당자들도 비슷한 마음 아닌가? 그런데 한국과 중국이 모르고 있는 점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상황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가.
“트럼프만 아니라 민주당도 보호무역주의를 띄게 됐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어도 트럼프처럼 미국 제일주의를 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 유권자 30%가 1980년 이후 본격화한 세계화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믿고 있다. 이들의 불만이 지금 극에 달해 있다.”
 
세계화의 역풍이 불고 있다는 말인가.
“1·2차 세계대전 사이 대공황을 계기로 세계화 역풍이 불었다. 19세기 후반에 활발했던 자유무역이 공황을 계기로 후퇴했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지금은 ‘제2차 세계화 역풍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나 중국 리더들은 트럼프가 아니라 미국의 바뀐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속을 들여다 보면 민주당이 트럼프보다 훨씬 보호무역주의적이다.”
 
인터뷰 주제는 자연스럽게 미래 교역질서로 바뀌었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사실상 작동 중단된 상황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교역 질서는 무엇인가.
“트럼프나 그의 경제 참모가 큰 교역질서를 추구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양자간 협상을 통해 미국 이익을 확대할 생각이 강하다. 이는 과거 경험 탓이다.”
 
어떤 경험인가.
“2001년 미국은 도하라운드를 통해 90년대 초반에 등장한 WTO 체제를 업그레이드하려고 했다. 농산물과 서비스 교역을 확대하고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체제 말이다. 중국과 인도 등이 반발하거나 소극적이어서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미국은 포괄적인 무역체제보다 양자간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이런 양자간 협상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트럼프를 견제하기 위해 WTO 제소 카드를 쓰고 있다.
“트럼프 등 현재 미국 리더들은 WTO를 아주 불신한다. WTO가 뭐라 하든 개의치 않는다. 한국 등이 WTO 제소 카드를 쓰면 트럼프는 WTO 체제 자체를 더욱 무시할 게 뻔하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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