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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 플랫폼·블록체인, IoT기기 300억개 시대 구원투수

[IT는 지금] 차세대 네트워크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 가 인간형 로봇 페퍼를 소개하고 있다. 페퍼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해 음성인식 기능 등을 수행한다. [중앙포토]

손정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 가 인간형 로봇 페퍼를 소개하고 있다. 페퍼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해 음성인식 기능 등을 수행한다. [중앙포토]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렸다. 4차 산업혁명의 기본은 인공지능(AI)의 활용이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의 대중화를 바탕으로 한 정보 공유가 핵심 가치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은 이러한 정보를 분석해, 능동형 정보 및 자동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가치다. 참고로 능동형 정보(Actionable Intelligence)는 개인의 행동을 좀 더 합리적으로 유도하는 시사적 정보를 의미한다. 취향을 분석해 음악·영화·쇼핑 등을 제안하거나 출퇴근 시간대와 경로를 확인해 가장 효과적인 교통수단을 제시하는 것이 그 예다.
 
그런데 AI만 가지고는 4차 산업혁명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 다시 말해 AI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클라우드 플랫폼이 이런 역할을 담당한다. 클라우드 플랫폼은 개인이 본인의 기기가 아닌 중앙 서버를 이용해 각종 서비스를 받는 기술을 말한다. 중앙 서버를 이용하게 되면, 사용자가 갖고 있는 개별 기기의 성능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아이클라우드(iCloud)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애플 운영체제(OS)를 쓰는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애플 서버에 저장한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클라우드 플랫폼은 기기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도록 돕기 때문에 AI 확산에 큰 역할을 한다. AI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수퍼컴퓨터 수준의 고가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플랫폼에서는 사용자 개개인이 고가 장비를 구비할 필요가 없다. 중앙 서버에 AI를 구현해놓고, 여러 기기에서 요청하는 작업을 한 뒤 결과만 통보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 전력 절감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한 도시나 국가의 전력 소비를 분석해 각각 다른 요금을 매기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가장 요금이 싼 시간대에 가동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각각의 가전제품이나 전등에 AI를 탑재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온·오프 기능과 통신 모듈만 부착하고 AI를 통한 분석은 클라우드를 통해 중앙 서버에서 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지난해 9월 “클라우드 서비스로 AI를 보편화시켜 AI 민주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페퍼’도 마찬가지다. 페퍼는 IBM에서 개발한 AI인 ‘왓슨’을 기반으로 해 언어 인식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페퍼에 수퍼컴퓨터를 내장한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를 통해 페퍼와 왓슨을 연결했을 뿐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음성인식 AI 스피커 또한 클라우드 덕에 가능해졌다. 스피커에 고성능 하드웨어를 탑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울러 음성인식 AI 스피커를 교체하더라도, 기존 맞춤형 서비스는 그대로 받을 수 있다. 결국 클라우드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명의 기반인 셈이다.
 
 
클라우드, 자율주행차 등에 적용 어려워
하지만 클라우드는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가 직면한 한계점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클라우드의 수용 능력이다. 이는 사물인터넷(IoT)에 연결되는 기기의 폭발적인 증가와 관련이 있다. 기존에는 컴퓨터만 네트워크에 연결됐다면, 사물인터넷으로 인해 거의 모든 기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사물인터넷 기기 수는 2020년에 300억개를 초과한다. 이런 추세는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부하가 커졌음을 의미하고, 그만큼 클라우드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많아졌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같은 부담을 더욱 키우는 것이 영상 기술의 발달이다. 고화질 동영상이 많아짐에 따라 클라우드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화질 동영상은 일반 영상보다 용량이 3배 가량 크다. 자칫하면 클라우드의 수용 용량을 훨씬 초과할 수 있는 것이다. 시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가 처리해야 할 연간 네트워크 부하량은 14.1제타바이트(ZB)에 이를 전망이다. 제타바이트는 기가바이트(GB)의 1조배를 의미한다. 14.1ZB는 고화질 영화 4조 편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둘째, 한계점은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서비스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처리 지연 문제 때문이다. 중앙 서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는 데이터 전송을 위한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운전하는 시간은 집 앞 도서관까지 운전할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앞서 지적한 사물인터넷 기기의 증가는 이같은 속도 지연을 더욱 악화시킨다. 고화질 영상도 마찬가지다. 용량이 클수록 전송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서비스 제공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네트워크의 전송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서비스에서는 이같은 전송속도 지연에 따른 불편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와 같이 실시간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서비스는 약간의 지연만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에만 의존하기 어렵게 된다.
 
셋째, 사생활 침해 문제가 있다. 정보가 중앙 서버에 모이기 때문에 개인 관련 정보도 당연히 집중될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 등장 이전에는 중앙 서버에 모이는 정보가 많지 않았지만 갈수록 사물인터넷 보급이 늘어나면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음성인식 AI의 경우 한때 개인 대화 내용이 녹음되는 문제가 생겼다. 2016년 12월 미국 아칸소주 경찰은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보유한 음성인식 AI로부터 전송 받은 녹음 내용을 제공해달라고 아마존에 요구했다. 아마존은 용의자의 동의를 받고 정보를 제공했지만, 대화 내용이 녹음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반발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신뢰성 부분에 한계가 있다. 중앙 서버에 어떤 데이터가 저장되는지 불투명하다. 이는 관리자가 정보를 쉽게 왜곡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을 받는 것이 포그 플랫폼과 블록체인이다.
 
 
신뢰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도 활용
BMW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사진 BMW코리아]

BMW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사진 BMW코리아]

클라우드를 한국어로 해석하면 구름이다. 구름은 멀리 하늘 위에 떠 있어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그럼 구름을 지상으로 가져오면 어떻게 될까? 안개(Fog)가 될 것이다. 이처럼 수증기 위치에 따라 구름과 안개를 구분하듯이, 수집과 분석의 역할을 하는 컴퓨터의 위치에 따라 클라우드와 포그로 구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앙 서버에 있으면 클라우드이고, 서비스 수신자에 가까이 있으면 포그가 되는 것이다. 스마트 홈을 예로 들면, 사물인터넷의 정보를 일시적으로 모아서 클라우드에 전송하는 게이트웨이 장비가 수집과 분석 능력을 갖추면 하나의 포그 플랫폼 환경이 되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이 발간한 ‘2018년 주요 디지털 기술 및 산업 이슈 보고서’에서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포그 플랫폼을 꼽았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포그 컴퓨팅 관련 시장은 연평균 61.3% 성장할 전망이다. 포그 플랫폼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일반 컴퓨터의 성능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AI 수준의 분석도 어느정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포그가 클라우드의 수준을 한 단계 낮춘 네트워크 플랫폼이라면, 블록체인은 클라우드와 완전히 상반된 개념의 네트워크 플랫폼이다. 블록체인은 특정 정보를 모든 참여자(노드)와 공유해서 처리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가 중앙집권형이면, 블록체인은 분산처리형인 특성을 가지는 셈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플랫폼의 장점은 블록체인의 단점이고, 블록체인의 장점은 클라우드의 단점이다. 클라우드는 중앙의 하나에 서버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운영상 효율적이다. 반면에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의 개별 기기에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그렇지만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이를 보증하게 한다. 정보의 투명성과 무결성을 보장해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전자투표의 경우, 중앙 서버에서 투표 결과를 집계하므로 이를 조작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유권자가 투표 결과를 투명하게 감시하고 조작 방지를 위한 보증인 역할을 하게 돼, 전자투표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스페인 정당 포데모스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인 ‘아고라 보팅’을 개발해 정당 투표에 사용하고 있다. 신뢰성을 높여 신생정당임에도 적지 않은 당원을 모을 수 있었다.
 
포그와 블록체인은 개별 네트워크 환경을 구성할 수 있지만, 서로 융합해서 새로운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현할 수도 있다. 가령 포그와 클라우드를 결합해 서로의 문제점을 완화할 수 있다. 일부 정보를 포그에서 처리한다면, 클라우드가 처리할 양도 그만큼 줄어든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처리가 필요하거나 사생활 관련 중요 정보는 포그 플랫폼에서 해결하게 하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클라우드와 블록체인도 결합할 수 있다. IBM의 경우 이런 네트워크 플랫폼을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형태로 이미 제공하고 있다. 중앙의 통제가 개입되긴 하지만,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사용자들이 보증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클라우드의 문제점인 신뢰성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포그와 블록체인도 서로 결합할 수 있다. 혹은 세 플랫폼을 모두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플랫폼으로 클라우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와 포그, 그리고 블록체인을 잘 엮는다면 4차 산업혁명을 좀 더 완벽한 모습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및 보안솔루션 전문가. 전기차, 스마트시티 사업 분야를 거쳐 현재 보안 솔루션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위협』과 『미래전쟁』 등의 역서를 냈다. http://blog.naver.com/dracon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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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