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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등장한 김여정, 북한 외교 ‘얼굴마담’ 할 듯

국제무대에 여동생 데뷔시킨 김정은
‘북한의 이방카(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북한의 신무기’ ‘평창 올림픽 홍보 금메달’.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대한 외신들의 평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평창 겨울올림픽 참관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지난 9일부터 2박 3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을 만나고 돌아갔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 겨울올핌릭 이후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다. 평양에서 김여정과의 두 번째 만남이 예상된다.
 
김여정은 절묘한 시기에 절묘하게 등장했다. 북한은 유엔 대북제재의 강화와 미국의 군사옵션 거론으로 꼼짝달싹 못 하고 있던 터였다. 김정은은 이런 참에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전 세계가 북한을 주목할 만한 카드로 그는 혈육인 김여정을 꺼냈다. 북한 김씨 일가의 일원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 세계적인 뉴스메이커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아울러 군부나 꼭두각시 관료가 아닌 ‘김일성혈통(북한에선 백두혈통이란 부름)’으로서 특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북한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북한 대표단장은 실질적인 2인자로 평가되는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대신에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냈다. 세계 각국의 정상급 인사가 모이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국가수반을 파견해 전 세계에 북한이 ‘정상 국가’임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다. 국가수반이 참가해야 정상급 국제관례에 따른 대접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남은 지난 9일 개막식에 앞서 외국 정상급 등이 참석하는 리셉션장에 참석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대화를 나눴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에 김여정을 선보이면서 북한의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했다. 김영남은 김정은이 추구하는 새로운 이미지에 맞지 않는 사람이다. 반면에 젊고 세련된 김여정은 김정은이 구상하려는 북한의 이미지에 최적임자일 수 있다. 구(舊)와 신(新)을 조화시키면서 신(新)에 방점을 두려는 계산이다.
 
김정은은 2012년 모란봉악단을 창단하면서 관계자들에게 지도할 때마다 “새것, 새것, 또 새것을 창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을 본뜨는 것은 자멸의 길”이라며 아버지 김정일과 다른 것을 요구했다. 그래서 창단한 모란봉악단은 그해 7월 첫 공연에서 여성 예술인들이 하이힐과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미국 영화 ‘록키’와 팝송 ‘마이웨이’를 연주해 대내외에 충격을 주었다. 김정은은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국제무대에서도 김여정을 통해 새것을 보여 주려고 했다.
 
김석환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러시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통해 국내외에 방향성과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김정은이 러시아를 따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면 고르바초프는 ‘신(新)사고’를 표방하면서 1957~85년까지 소련 외무장관을 맡았던 안드레이 그로미코(1909~1989) 대신에 새로운 인물로 에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1928~2014)를 내세웠다. 셰바르드나제는 한·소 수교 등 ‘신사고’에 부합하는 외교를 펼쳤다. 김 교수는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서방 교육을 받았으면서도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김여정을 통해 변화의 방향을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과 스위스 베른에서 몇 년간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여정은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무대에 자주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향후 북한 변화의 방향을 유연성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김여정의 방남 결과보고를 받고 “이번 올림픽경기대회를 계기로 북과 남의 강렬한 열망과 공통된 의지가 안아 온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를 계속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화를 강조했다. 지난해 핵·미사일에서 보여 준 ‘대결’ 일변도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아울러 향후 남북관계 발전방안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실무적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북한은 김정은이 지시한 구체적인 남북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의 의지가 매우 강하며, 필요한 경우 전례 없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조총련의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이 신문은 12일 “북남 대화와 관계개선의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 북측이 핵실험이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타당성이 있다”고 밝혔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표현했다. 조선신보는 김정은의 문 대통령 방북 초청에 대해 “조선반도(한반도)를 둘러싼 역학 구도가 변하고 분단 극복의 지금 길이 마련된 천금과 같은 기회”라고 밝혔다.
 
이처럼 김정은은 유연성을 보여 주면서도 김일성혈통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말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거나 그 결심을 수행할 주체가 결국은 김일성 혈육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의한 정권 교체는 이런 부분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알아줬으면 하는 기대가 포함돼 있다.
 
이런 김정은의 계산에는 한계가 있다. 김여정의 깜짝 등장이 국제사회에 지속해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북·미, 남북 대화 등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보여 줘야 국제사회에 던지려는 그의 메시지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대북 특사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요구를 김정은에게 전달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설득하는 한편 미국의 지원과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 교수는 “김여정의 방남으로 생길 수 있는 남남갈등을 최소화하도록 정부는 야당을 포함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수석 기자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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