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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북핵 라인 ‘병세족의 비극’ … “간부 아닌 실무급까지 영향”

‘일 좀 하지만’ 돌아오지 못하는 그들
“사실상 한두 명을 빼곤 모두 외교부를 떠났거나 외교부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한 외교관이 박근혜 정부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했던 과장 이상급 외교관들의 행로를 두고 한 말이다. 사실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대체로 “일 좀 한다”는 평을 듣는다. ‘에이스’에 가깝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 과정에서 겉도는 처지가 됐다.
 
2013~2014년 당시 근무자들만 봐도 뚜렷하다. 정무공사로 일한 조현동(외무고시 19기)은 박근혜 정부 하반기 공공대사를 거쳐 외교부 본부 내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에 올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 전반도 총괄했다. 하지만 지난해 추계 인사에서 본부 대기 상태가 됐고, 다음달까지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퇴임해야 한다. 외교 소식통은 “기조실장을 하면 대개 유럽이나 북미 지역의 큰 공관장으로 나가곤 한다. 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 정도는 나가는 게 보통인데, 조 전 실장의 경우 후배들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외 대부분의 인사도 공교롭게 외교부 본부에 있지 않다. 최형찬(24기) 당시 정무참사관은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 2016년부터는 국방부 국제정책관으로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김준구(26기) 당시 참사관은 외교부 북미국 심의관으로 일하다 지난해 2월부터 국립외교원에서 교육 연수 중이다. 건강상 이유라지만 뒷말이 나온다. 조구래(26기) 당시 참사관은 윤병세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인사기획관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북미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춘계 인사에서 교체가 유력하다. 다만 김태진(25기) 당시 참사관은 이번 인사에서 외교부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그는 인도네시아를 거쳐 박근혜 정부 말기에 청와대 외교비서관실로 파견됐다. 정부 소식통은 “탄핵 국면에 청와대에서 있었던 터라 어려웠을 텐데, 새 정부 들어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에서 기존의 주류로 꼽히던 북미·북핵 라인의 이 같은 고전은 이미 추세가 됐다. 기득권 혁신이 공식적 이유지만, 인사 불이익으로 여겨지며 부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이른바 ‘병세족’의 비극이다. 예능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에서의 ‘병만족’(코미디언 김병만과 가까운 인사들)에 빗대어 만들어진 말이다. 한 소식통은 “과거에도 정권 교체에 따라 외교부 인사들의 부침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간부가 아닌 실무급까지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NSC 사무처 사무차장과 외교부 차관보를 역임한 김홍균(18기)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주러 대사로 마지막까지 검토됐지만 결국 아무런 직위를 받지 못했고, 지난해 9월 퇴임했다. 조준혁(16기) 전 외교부 대변인은 주페루 대사로 부임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1급에 준하는 고위 공직자(실장급)다. 페루 대사는 통상 국장급이 근무 뒤 나가는 임지라 이를 ‘물 먹이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한 소식통은 “당시 공관장 인사 때 외교부 내에서는 ‘아프리카를 가느냐 마느냐’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가느냐, 이북 아프리카로 가느냐’가 관건이었다가 ‘공관장으로 나갈 수 있느냐 없느냐’로 고민의 수준이 점점 심각해지는 인사들이 태반이었다. 이번엔 유독 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던 이들도 어려운 처지다. 봄 정기인사를 앞두고 귀국한 이상덕(22기) 전 싱가포르 대사가 그중 한 명이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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