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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출신이 힘센 자리 차지 … 정치권 줄대기 더 심해져

여의도 몰려간 외교관들
권력이 외교부를 휘두르자 여의도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외교관이 부쩍 늘었다. 해외 근무가 워낙 많아 변호사·언론인·교수 등 다른 전문직에 비해 정치권과의 연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대선을 3개월 앞둔 지난해 2월 문재인 캠프에선 외교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이 공식 출범했다. 23명의 전직 외교관들이 포진했다. 비공개를 희망한 전직 외교관까지 합치면 40명 안팎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 의장을 역임한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가 단장을 맡았다. 외교부 대변인 출신의 조병제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간사,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이수혁 전 주독일 대사, 추규호 전 주영국 대사, 석동연 전 주홍콩 총영사, 신봉길 전 주요르단 대사 등이 참여했다.
 
안철수 캠프에선 김대중 정부의 임성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전직 외교관 50명이 대선 한 달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임 전 수석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후보의 외교·안보·통일관은 건전하고 확고하다”며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혔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캠프엔 김숙 전 주유엔 대사를 중심으로 김봉현 전 주호주 대사 등 전직 외교관 10여 명이 핵심으로 참여했다. 오준 전 주유엔 대사, 김원수 전 유엔 사무차장,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정태익 전 주러시아 대사, 외교관 출신인 박진 전 의원 등이 포함됐다. 후보가 외교관 출신이다 보니 외교관들이 정책자문그룹을 넘어 캠프의 주축으로 배치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외교관의 정치화는 19대 대선 때 두드러지게 늘었을 뿐 이전부터 있는 현상이긴 하다. 18대 대선 때 윤병세 전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외교통일추진단장을 맡은 뒤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캠프에서 외교안보특보를 맡았던 김영목 전 주뉴욕 총영사는 2013~2016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을 지냈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종훈(외시 8회) 전 새누리당 의원, 주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낸 심윤조(11회) 전 의원이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17대 대선 승리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외교통상부 1차관에 권종락 전 주아일랜드 대사를 임명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권 전 대사는 이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합류했고, 당선인 시절 외교특보를 거쳐 친정으로 복귀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전 정부 인사가 복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중국 상하이 총영사로 임명된 박선원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이었다. 박 총영사는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서훈 현 국가정보원장이 이끌던 안보상황단의 부단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은퇴했던 조병제 전 대변인과 신봉길 전 외교안보연구소장도 같은 사례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 보직에 캠프 인사가 대거 진출하는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현장 외교관들의 눈치보기, 정치권 줄대기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작 국회에 입성한 외교관은 20대 국회에서 오히려 줄었다. 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 심윤조·김종훈 의원, 18대 때는 한나라당 박진, 통합민주당 송민순 의원, 17대 때는 열린우리당 정의용, 한나라당 박진 의원, 16대 때는 새천년민주당 김운용, 한나라당 조웅규 의원이 각각 외교관 출신이었다. 김종훈 전 의원은 “외교 현장에 대한 경험과 네트워크가 강한 외교관 출신 의원이 국회 외교통일위에 사실상 전무하다 보니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며 “대정부 질문이나 상임위 활동이 겉돌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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