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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발명품, 사랑

공감 共感
“정말 연애하고 싶어요. 하늘이 푸르다든지 별이 참 예쁘다든지, 이런 쓸데없는 얘기를 해도 공감할 수 있는 애인이 생기도록 해 주세요.”
 
소망이 간절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짤방’에서 마주친 말이다. 일본만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에 나오는 대사다. 말 그대로 순정적이지만 일순간 가슴이 두근거린다. 사랑의 본질을 담고 있는 까닭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우선 ‘둘의 발명’이다. 사람들이 왁자지껄 흘러가는 거리에서 연인들은 둘만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사랑으로 둘이 하나가 된다는 말은 어리석다. 사랑은 서로를 당기는 자석이나 잘 들어맞아 모양을 이루는 칠교도 같다. 사랑은 ‘따로 또 같이’로, 상대를 부정하지 못하는 방식으로만 실현된다. 사랑이 사라지면 나는 너를 먹어치운다. 모멸하고 부정하고 숭배한다. 그러면 다시 ‘나’만 남는다.
 
나쓰메 소세키는 “I Love You”를 “달이 참 밝네요”로 옮겼다. 대가다운 솜씨다. 사랑하는 마음을 전할 때, 좋이 사나흘은 고심하지만 사실 무슨 이야기인들 상관 있으랴. “자장면이 참 맛있네요”도,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요”도, 끌리는 마음이 서로 있다면 아마 괜찮을 것이다. 문구를 수없이 떠올렸다 지우면서 표현을 고르는 것은 신체와 정신의 변용(애인되기)을 감당하려는 자기수련에 차라리 가깝다.
 
연인 간에 쓸모없는 일은 없다. 사랑은 둘 사이 존재하는 일 전체에서 가치를 발명하는 행위다. 웃음, 표정, 행동 등 로테의 사소한 행동을 전혀 놓치지 않은 채 베르테르는 꾸준히 엄청난 의미를 발굴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연인의 삶에 집중한다. 연인을 마주칠 때마다 새로운 가치를 찾아낸다.
 
쓸모란 무엇인가. 사회가 정해둔 가치다. 좋은 말로 하면 관례이자 안정이고, 나쁜 말로 하면 예속이자 억압이다. 사랑은 ‘궤도를 이탈한 별’과 같다. 사랑은 쓸모를 좇지 않는다. 신분을 초월하고, 도의를 우습게 안다.
 
단테가 지옥에서 만난 연인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시동생과 형수 사이다. 랜슬롯과 귀네비어는 신하와 왕비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 집안의 아들딸이다.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는 후견인의 부인을 유혹한다. 사랑은 사회를 초월하고 파괴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처럼, “사랑은 이 세상에 다른 것은 다 있는데, 이것만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수용하는 행위다.” 그렇다. 사랑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가치의 전적인 발명으로부터 생겨난다.
 
『트리스탄과 이즈』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최초로 사회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낳은 비극이다. 왕인 숙부를 대신해 청혼하러 간 트리스탄은 이즈와 만나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진다. 중세 교회의 법에 따르면, 불륜은 곧바로 사형이다. 끌리는 마음과 옥죄는 도덕 사이에서 갈등하던 두 사람은 이즈를 데리고 돌아오는 배에서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채 차라리 죽어버리려고 함께 독약을 마신다.
 
하지만 둘이 마신 것은 “하루를 못 보면 병이 들고, 사흘을 못 만나면 죽음에 이르는” ‘사랑의 묘약’이었고,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운명 속에서 둘은 불같은 사랑에 떨어진다. “연인들의 아름다운 몸속에서 생명이 전율하고 있었다. 그래, 죽음이여, 올 테면 와라.”
 
타오르는 이 감정의 세속적 쓸모는 ‘죽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랑을 전율하는 생명으로 느낀다. 세상에서 이미 파놓은 홈에 따라 감정이 흘러가도록, 그리하여 숙모와 조카 사이로 남도록 두 사람은 내버려두지 않는다. ‘사랑의 묘약’으로 그 홈을 문질러 지운 후, 몸속을 관통하는 생생한 흐름이 발현되도록 만든다. 트리스탄은 말한다. “이즈, 나의 연인, 이즈, 나의 사랑, 그대 속에 나의 죽음 있고, 그대 속에 나의 삶 있나니!”
 
트리스탄은 이즈 안에다 사랑의 홈을 새롭게 판다. 세상은 더 이상 둘을 상관하지 못한다. 서로 안에서만 둘은 삶을 인식하고 죽음을 맞는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파멸을 맞이했다. 중세의 억압적 세계는 사랑을 용납하지 않았다. 사랑이 고통을 그 표현형으로 얻고, 결국 ‘죽음의 선고’로 이어지는 이 운명을 바그너는 ‘사랑의 죽음’이라는 아리아로 압축했다.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 고통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으리.”
 
하지만 죽음이 반드시 끝은 아니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말한다. “그들은 오로지 자기 경험으로만 지혜를 구하려 했다.” 트리스탄과 이즈는 기성가치를 일절 거부한 채 둘 사이에서 발생한 감정만을 좇았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다. 개별적인 쓸모의 완벽한 창조. 이로부터 개성이 탄생하고, 근대사회가 만들어졌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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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