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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셈을 덧셈으로 바꿔 천문학적 숫자 계산 손쉽게

[수학이 뭐길래] 거듭제곱 이용한 로그
로그 사용이 가능한 계산자.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들이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는 미션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실제 사용됐던 계산자다.

로그 사용이 가능한 계산자.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들이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키는 미션을 완수하는 과정에서 실제 사용됐던 계산자다.

계산자 광고. 다섯 번의 아폴로 미션 과정에 탑재된 것임을 알리고 있다.

계산자 광고. 다섯 번의 아폴로 미션 과정에 탑재된 것임을 알리고 있다.

얼마 전 딸이 이번 기사는 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로그를 다룰 거라고 하니 “로그, 로그!” 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로그 함수의 미적분을 배우던 딸에게는 로그가 그저 또 하나의 수학 과제를 더한 원망의 대상이었나 보다. 로그가 있어서 수학 계산이 더 간단해진 거라고, 만약 로그가 없었으면 더 괴로웠을 거라고 이야기했지만, 딸에게는 와 닿지 않는 것 같았다. 로그를 개발했던 수학자들이 들었으면 억울해했을 것이다. 로그는 수학 계산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해 고안됐고, 이후 수학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오랫동안 과학 분야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로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됐고 어떤 식으로 활용됐는지를 소개한다. 이 글을 통해 문제집과 씨름하는 학생들에게 로그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라도 풀리길 기대한다.
 
 
사인·코사인 값 자체가 길고 복잡
로그는 처음 천문학 계산의 노고를 덜기 위해 고안됐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과거 천문학 계산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간략하게 돌아보자. 16세기 천문학은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 구조를 그대로 계승한 것이었다. 따라서 행성들은 모두 완전한 원운동을 한다고 여겨졌다. 이때 가령 오른쪽 그림에서 한 행성 V가 태양 S를 중심으로 원운동하고, 그 바깥 궤도에서 다시 지구 E가 원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자(그림1). 이때 지구에서 볼 때 행성 V가 반원으로 보이면 각 SVE는 직각이 된다. 이때 지구와 태양까지의 거리를 알면, 행성 V와 태양 S까지의 거리는 SE*sinθ가 된다(sinθ=SV/SE 이므로 SV=SE*sinθ). 마찬가지 방식으로 지구 E에서 행성 V까지의 거리는 SE*cosθ가 된다(cosθ=EV/SE가 되어 EV=SE*cosθ).
 
이런 방식을 응용하면 sinθ와 cosθ를 알 때 다양한 천문 계산 값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프톨레마이오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인값을 구한 뒤 반지름을 60으로 놓고 1/2도부터 1/2도 간격으로 180도까지의 현의 길이(2R*sin(a/2))를 계산해 표로 작성했다(그림2). 이는 다양한 천문 계산에 더없이 유용한 것이었다. 르네상스기에 이르러 사인값은 더욱 정밀해졌는데, 가령 코페르니쿠스의 제자였던 레티쿠스는 반지름이 1015인 원을 대상으로 1초(1/3600도) 간격으로 사인값을 소수점 이하 15자리까지 계산해 정리하기도 했다.
 
일부 천문학자들이 삼각함수 값을 정밀하게 계산해 정리해주었는데, 이후 천문학자들은 왜 그리 어렵고 지루한 계산을 계속해야 했을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천문학자들의 계산이 단순한 삼각함수 값을 구하는 것을 넘어서 사인과 코사인의 곱셈과 나눗셈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령, sin(α+β)=sinα cosβ+cosα sinβ라는 식을 생각해 보자. 만약 sinα, sinβ, cosα, cosβ 는 알고 있어도 sin(α+β)의 값은 모른다면 sinα cosβ와 cosα sinβ의 값을 구해야 한다. 그런데 레티쿠스가 사인값을 소수점 이하 15자리까지 계산했듯이, 사인값과 코사인값 자체가 길고 복잡했으므로, 그것을 곱하거나 나누는 경우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연산 개선한 ‘네이피어 막대’ 발명
1614년에 출판된 존 네이피어의 『경이적인 로그법칙의 기술』에 실린 로그 표.

1614년에 출판된 존 네이피어의 『경이적인 로그법칙의 기술』에 실린 로그 표.

그런데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는 천문학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튀코 브라헤와 케플러, 그리고 갈릴레오를 포함하여 여러 천문학자가 정밀 관측과 계산에 기반을 둬 새로운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천문학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지루하고 고단한 계산에 쏟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천문학자들은 삼각함수의 곱셈을 덧셈이나 뺄셈으로 변환해 계산했다. 그러나 이 방식에도 한계가 있었다. 효율적인 천체 계산의 필요는 한껏 증가하고 있었다.
 
존 네이피어는 바로 그러한 천문 계산을 효율화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수학자였다. 그는 이전부터 복잡한 연산을 편리하게 하는 방법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복잡한 곱셈 연산을 덧셈 계산으로 바꾸어 손쉽게 계산할 수 있도록 한 ‘네이피어 막대’ 발명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복잡한 곱셈 계산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체계적인 수학적 원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곱셈을 덧셈으로 치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관심을 기울였다. 마침내 1614년, 15년 가까운 연구의 결과물인  『경이적인 로그 법칙의 기술』이 출판됐다.
 
네이피어는 이 책에서 로그라는 새로운 계산법의 원리와 로그표를 소개했다. 네이피어의 로그는 간단히 정리하면, Naplog(107)=0이고 a/b=c/d일 때, NapLog(a)-NapLog(b)=NapLog(c)-NapLog(d)가 되도록 한 계산법이다. 복잡한 천문 계산이 연구의 동기가 되었던 만큼, 그는 자신의 책에서 로그를 삼각법에 적용하여 계산을 효율화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가령, NapLog(tanθ)=NapLog(sinθ)-NapLog(cosθ)가 되어서 나눗셈 계산을 뺄셈 계산으로 치환할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sinα*sinβ의 값을 구하기 위해서는 양변에 로그를 취해NapLog(x)=NapLog(α)+NapLog(β)와 같이 덧셈 연산으로 바꾸면 계산이 수월해진다.
 
따라서 네이피어는 로그표를 작성하면서 sinθ를 포함해 log(sinθ), log(sin(180-θ)), log(sinθ-sin(180-θ), 즉 log(tanθ) 등 다양한 값들을 포함했다. 왼쪽의 네이피어의 계산표를 보면, 왼쪽부터 순서대로 다음과 같은 값들이 계산되어 있는데, 이 표를 통해 삼각법의 계산이 좀 더 간편해질 수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네이피어의 로그는 곧바로 수학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가령, 옥스퍼드대학의 헨리 브릭스는 네이피어의 로그를 접한 뒤 log1=0, 그리고 log10=1로 정의하여 로그의 밑이 10이 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비록 네이피어가 곧바로 브릭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브릭스는 독자적으로 밑이 10인 상용로그표를 작성해 1617년 『로그 입문』 그리고 1624년에 『로그 계산』을 통해 발표했다. 특히, 1624년의 저작에서는 1부터 20000, 그리고 90000부터 100000까지의 수의 상용로그 값의 표를 작성하였다. 소수점 이하 14자리 값의 목록이었다.
 
로그가 소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로그는 국내외 학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행성 운동의 법칙을 고안하던 케플러는 자신의 천체 계산 작업을 진행하던 와중에 네이피어의 로그를 접하면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로그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복잡한 로그 계산을 편리하게 해 주는 계산 기구 역시 등장했다. 가령 건터자와 원형자는 20세기 중반까지도 로그 계산을 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됐다. 계산자는 컴퓨터 발전 이전에 천체 연구와 항해 및 지도 제작 등의 기술이 발전하는 데 중요한 이바지를 했던 도구였다.
 
 
우리 주변에 로그 활용된 곳 많아
물론 요즘에는 계산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컴퓨터가 있으니 큰 수를 계산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로그는 배울 필요가 없는 걸까? 사실 로그는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큰 수를 다루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대만에서 6.4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가 이어졌다. 이때 6.4라는 수치는 지진의 강도를 의미하는 것인데, 사실 이것 역시 log(100㎞ 떨어진 지진계에서 측정되는 지진파의 진폭/진폭이 1미크론[100만 분의 1m]이 되는 기준 진동)의 값을 의미한다. 이때 지진이 없고 그저 기준 진동만 있을 경우, 100㎞ 떨어진 지점에서의 진폭 역시 기준 진동 1미크론으로 동일할 것이므로 평상시의 리히터 규모는 log1=0이 된다. 리히터 규모 2의 지진은 2=log100이 되어 지진파의 진폭이 평상시의 100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마찬가지 방식으로 6.4 규모의 지진을 생각하면, 100㎞ 떨어진 곳에서 기준 진동에 비교해 106.4배, 약 2511886미크론, 즉 2.5m 진폭의 진동이 발생하는 지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우리 주변에는 로그로 표현되는 값들이 많다. 음의 세기를 표현할 때 쓰이는 데시벨이나 용액의 산, 염기 농도를 나타내는 ph 수치 등. 이렇게 큰 수를 다루면서 그대로 쓰거나 계속 지수를 사용해야 한다면 복잡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수학 기호가 언뜻 보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더욱 간단하고 편리하게 표현하려는 과정에서 고안된 것들이다. 수학 기호를 미워하기보다 사랑했으면 좋겠다.
 
 
조수남 수학사학자 sunamcho@gmail.com
서울대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박사. 현 서울대 강사이다. 과학사와 수학사를 연구하고 있다.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단에서 연구했으며, 『욕망과 상상의 과학사』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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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