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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허벅지, 제자리 점프 107㎝ … 아이언맨 비결은 과학

윤성빈, 썰매 황제 등극
‘아이언맨’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2018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챔피언 윤성빈이 17일 강릉 올림픽플라자 내 코리안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아이언맨’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2018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챔피언 윤성빈이 17일 강릉 올림픽플라자 내 코리안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성빈아, 너 스켈레톤 해 보면 어떻겠냐?”
 
2012년 7월 서울 신림고의 김영태 교사가 평범한 학생 윤성빈에게 던진 이 한마디가 한국 스켈레톤 새 역사의 시작이었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테스트를 보러 한국체대 운동장에 간 윤성빈은 스켈레톤이 어떤 종목인지도 몰랐다. 그저 ‘체대에 갈 수 있다’는 작은 꿈만 갖고 운동화를 갈아 신은 윤성빈은 힘차게 운동장을 뛰었다. 5년7개월 뒤 그는 압도적인 스피드로 평창슬라이딩센터를 쏜살같이 내달렸고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24·강원도청). 평범한 학생에서 올림픽 챔피언이 된 그의 성장 과정은 만화 같다.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은 “피 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윤성빈이라는 대형 선수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윤성빈은 어떻게 6년 만에 ‘스켈레톤의 황제’에 즉위할 수 있었을까.
 
‘원석’에서 ‘보석’으로 진화한 스켈레톤 전사
윤성빈은 엘리트 운동 선수가 아니었다. 축구·육상(초등학교), 배드민턴(중학교), 농구(고등학교) 등을 즐겼던 윤성빈은 학교에서 ‘운동 좀 하는 친구’로 불렸다. 김영태 교사는 “제자리 멀리뛰기를 시켰는데 3m나 뛰었다. 키는 1m78㎝인데 점프해서 농구 골대 림(3.05m)을 잡고 100m 달리기도 남들보다 10m 뒤에서 달려 따라잡은 아이였다”며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면서 엘리트 선수를 안 한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스피드와 파워, 탄력을 고루 갖춘 윤성빈은 기본적으로 스켈레톤을 하기에 딱 맞는 조건을 갖고 있었다.
 
스켈레톤에 입문한 뒤 윤성빈은 ‘원석’에서 ‘보석’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2012년 9월 대표팀 상비군에 뽑힌 윤성빈은 본격적으로 스켈레톤 기술을 익혔다. 그러나 70㎏ 초반이었던 몸무게가 약점이었다. 중량을 늘려야 경사진 얼음 트랙을 더 빨리 내려갈 수 있다는 걸 깨닫곤 2012년 12월부터 두 달간 하루 8끼를 먹는 강행군을 했다. 밥·라면은 기본이고 살을 찌울 수 있는 건 뭐든 먹었다. 윤성빈은 “살면서 그렇게 많이 먹고 힘들었던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90㎏까지 불렸던 몸무게는 경기하기에 가장 편한 수준으로 맞춰나갔다. 평창올림픽엔 86㎏으로 경기에 나섰다.
 
몸을 불린 다음엔 근육을 키웠다. 대표팀 초기 윤성빈은 스쿼트(하체 강화를 위해 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130㎏ 들었다. 힘이 붙으면서 스쿼트 무게를 차츰 높였고 현재는 240㎏까지 든다. 전문 보디빌더 수준이다. 이용 감독은 “성빈이가 가끔씩 더 무겁게 들려고 하니까 코칭스태프가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스쿼트로 강철 하체를 만들고 매일 팔굽혀펴기 1000회로 상체를 단련한 윤성빈은 근육질 몸매의 ‘스켈레톤 전사’로 거듭났다.
 
윤성빈은 스쿼트 무게를 240㎏까지 늘리는 강훈련으로 ‘왕 허벅지’를 만들었다. [SBS 화면 캡처]

윤성빈은 스쿼트 무게를 240㎏까지 늘리는 강훈련으로 ‘왕 허벅지’를 만들었다. [SBS 화면 캡처]

그의 허벅지 굵기는 24.7인치(약 63㎝)로 성인 여성 허리둘레 수준이다. 지난해 7월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에서 측정한 윤성빈의 서전트 점프(제자리 점프)는 107㎝였다. 탄력 좋은 국내 프로농구 선수의 서전트 점프가 90㎝ 정도다.
 
기본적인 몸과 근육을 만든 뒤엔 더 체계적인 관리가 들어갔다. 윤성빈은 8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에게 2016~2017시즌 월드컵 전적 3승5패로 밀렸다. 난공불락이었던 두쿠르스를 따라잡은 시즌이었지만 완벽하게 넘기엔 ‘한 끗’이 모자랐다. 지난해 여름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KISS는 머리를 맞대고 분석했다. 그 결과 윤성빈의 양쪽 하체 근육이 불균형하다는 걸 확인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을 담당하는 민석기 KISS 선임연구원은 “스켈레톤에서 폭발적인 파워를 내려면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의 힘이 100%일 때 대퇴사두근(허벅지 앞근육)의 힘이 70%여야 한다. 그런데 윤성빈의 왼 다리 비율은 42%로 오른 다리(61%)에 비해 약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강화 훈련을 통해 오른 다리(69%)뿐 아니라 왼 다리(50%) 힘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또 1차 시기보다 2차 시기 기록이 처지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계에 올라 몸을 떨게 하면서 근력 회복을 높여주는 바이브레이션 훈련 프로그램도 소화했다. 신체를 더 세밀하게 다듬은 윤성빈은 올 시즌 7차례 월드컵 중 5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차갑게, 당당하게 … 최강자의 여유
윤성빈을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힘은 ‘강철 멘털’이다. 윤성빈은 지난달 31일 미디어데이에서 “준비는 모두 끝났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넘쳐흘렀던 그의 당당함은 그대로 경기력으로 연결됐다. 그는 이번 대회 네 차례 주행에서 세 차례나 트랙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민석기 연구원은 “심리검사에서 윤성빈은 불안 수준이 낮은 반면 자신감이 높게 나온다. 제어장치 없이 몸의 감각만으로 경기를 해야 하는 스켈레톤에 최적화된 선수”라고 분석했다. 윤성빈은 모든 걸 단순하게 생각하려는 스타일이다. 징크스나 루틴도 없다. 쉬는 시간엔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대신 훈련과 경기 중엔 무섭게 집중력을 발휘한다. 리처드 브롬리(영국) 대표팀 코치는 “윤성빈은 썰매에 올라타서도 두려움이 없다. 차가운 마음으로 도전을 즐긴다”고 말했다.
 
당당함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유로 연결됐다. 이용 감독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온 성빈이에게 ‘누구든 신경 쓰지 말고 자신에게만 신경 써라’고 했다. 그때부터 성빈이의 주행도 더 여유로워졌다”고 귀띔했다. “스켈레톤은 아주 작은 격차로 순위가 바뀌므로 정말 심리가 중요한 종목”이라고 한 윤성빈은 “주행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그걸 채우기 위해 노력했고 조금씩 개선되면서 모든 주행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홈 이점도 윤성빈을 도왔다.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가 생긴 뒤 윤성빈은 320회 주행을 통해 올림픽 트랙을 몸으로 익혔다. 윤성빈은 ‘평창올림픽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여러 차례 되뇌었다. 그는 “어떤 트랙에서든 세계 1위를 하는 게 목표다. 홈 트랙이 아닌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서도 당연히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강력하게 진화한 ‘아이언맨’ 윤성빈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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