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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소주, 5만원 패딩…얇은 지갑 위안 주는 소확행(小確幸)

저성장 시대 속 소비심리가 위축되다 보니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편의점 포장마차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민욱 기자

저성장 시대 속 소비심리가 위축되다 보니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편의점 포장마차의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 김민욱 기자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G편의점 포장마차. 290여㎡ 면적의 매장 한쪽에 냉동 삼겹살·닭강정·고기만두 등 안주류가 빼곡히 진열돼 있다. 150여종이라고 한다. 음료 냉장고 안에는 주류가 가득 채워졌다. 의자·테이블도 여느 실내 포장마차와 비교해 손색없다.
 
편의점과 실내 포장마차가 결합한 편의방이 90년대 후반에 반짝 유행한 적 있다. 냉동식품 등을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안주로 즐기는 게 가능해 인기였다. 편의점 포장마차에서는 프라이팬·냄비·미니 오븐 등 조리기구와 야채 등이 갖춰져 간단한 요리를 직접 할 수 있다. 해동한 후 제품포장지를 쟁반 삼아 먹던 편의방의 냉동만두가 이곳에서는 그럴싸한 군만두 요리가 된다. 조리가 익숙하지 않으면 두부·부대찌개 등을 주문하면 된다.     
편의점 포장마차에서는 조리를 할 수 있다. [사진 G편의점 포장마차]

편의점 포장마차에서는 조리를 할 수 있다. [사진 G편의점 포장마차]

 
고객이 조리·서빙을 직접 해 인건비 부담을 줄였다. 가격을 낮춘 요인 중 하나다. 일반 소주 한 병(360mL) 값이 1900원이다. 일반 주점의 ‘반값’ 수준이다. 국산 병맥주는 2900원(330mL 기준)부터 시작한다. G편의점 포장마차가 경기대학교와 가까워 주머니 얇은 대학생, 사회 초년생에게 인기라고 한다. 솔직한 이용 후기를 블로그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G편의점 포장마차 관계자는 “저성장 고인건비 시대다 보니 가격 경쟁력을 갖춘 편의점 포장마차의 창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 편의점 포장마차에는 다양한 조리기구 등을 갖췄다. 김민욱 기자

요즘 편의점 포장마차에는 다양한 조리기구 등을 갖췄다. 김민욱 기자

 
낮은 경제성장 시대 속 얇은 지갑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저가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카드 트렌드 연구소에 따르면 저가 쇼핑점을 이용한 회원 수는 2012년(1~8월 기준) 100만여명 수준이었다. 5년 후인 지난해 동기간에는 400만여명으로 나타났다. 4배 성장이다. 소소하게 돈을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탕진잼’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소비심리 자체가 저가제품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11월 사이 소셜커머스 티몬에서는 5만원 미만의 초저가 패딩이 인기였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p 증가했다. 전체 패딩 매출에서의 비중도 10%p 늘었다. 초저가 패딩을 구매한 연령층 중 20대가 가장 많은 28%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등골을 휘게 한다’는 OOO구스 등 외국산 고급패딩이 인기를 끌던 때와 비교된다. 티몬 패션브랜드 측은 지갑이 얇은 구매층이 늘어난 영향 등으로 분석한다.
 
소비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형 유통업계 등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국내 한 대기업 계열의 슈퍼마켓은 균일가 신선식품 매장을 운영 중이다. 주요 고객층은 지갑이 얇은 1~2인 가구다. 지난해 평균 매출 증가율은 해당 대기업 내 다른 슈퍼마켓보다 소폭 성장했다고 한다. 소비자 반응이 좋자 매장 수를 늘렸다.
가격을 확 낮춘 상품을 내놓고 편의시설을 늘린 실내골프연습장. [사진 용인 B실내골프 연습장]

가격을 확 낮춘 상품을 내놓고 편의시설을 늘린 실내골프연습장. [사진 용인 B실내골프 연습장]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영덕동의 B실내골프 연습장이지만 최근 ‘짠내 레슨’ 이벤트를 내놨다. 저비용 전략이다. 주 2회 레슨비에 연습장 사용료, 개인 사물함 이용료를 포함해 19만9000원짜리 상품을 내놨다. 정상가격은 33만5000원이다. B실내골프 연습장 안모(41) 실장은 “회원을 끌어모으려 편의성도 높였다”며 “고급 원두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안마기기, 포켓볼 당구대까지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가 소비자를 유혹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결국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소비 자체가 줄었는데 업체들의 경쟁은 과열되다 보니 공급자 입장에서 고객을 유혹하는 쉬운 방법의 하나가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 낮춰서는 고객들의 소비 충성도를 높일 수 없다. 자기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력을 잃으면 유행에만 휩쓸리게 된다는 게 이 소장의 부연 설명이다. 
 
저가소비가 현 세태를 다양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천은숙 수원대 학술연구 교수는 “올해 소비 트렌드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라는 의미의 ‘소확행’이 떠올랐는데 이런 심리가 잘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삶 속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며 “편의점 포장마차의 경우 고객이 직접 서빙하고 조리를 한다고 하면, 최저임금 인상 여파도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contact) 자체를 줄인 ‘언택트’ 현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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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