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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분쟁과 행복한 노후

상속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큰 곤란을 겪는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남 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발생한다. 

 
최근 상속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 기사가 적지 않다. 자신의 사망 후 가족 간에 상속문제로 갈등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비율이 50%를 초과한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필자보다 연상인 주변의 어른들은 대부분 평생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분들이다. 이 분들은 일제시대를 거쳤고 한국전쟁을 겪으며 처참한 빈곤을 경험했으며, 이후 경제성장기에 힘입어 부동산을 포함해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게 된 경우가 대다수다.
 
이분들의 특성을 들여다보면 자식들의 유학·결혼 비용 부담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재산을 자손에게 미리 증여하는 것은 꺼린다. 자식들이 그 재산으로 인해 성실한 생활을 하지 않거나 부모를 방치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 증여는 가능한 피하고, 대신 공익법인에 기증하는 등의 사회 환원을 바라는 분들이 적지 않다. 사회 환원 후 남은 재산은 자녀들에게 상속하되, 특별한 유언이 없더라도 상속인들이 별다른 다툼 없이 법정상속 비율대로 나누어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러한 예상은 맞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 어려운 법률 적용으로 인한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민법 제1008조에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라고 하고 있다. 그 조항의 의미는 공동상속인 중에 미리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것이 있으면 그 증여 또는 유증 받은 재산을 상속재산에 합산하여 다른 상속인들과의 사이에서 공평하게 나누라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학설이나 판례는 장차 상속인이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을 미리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이를 ‘특별수익’이라고 부르며, 상속재산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합산하여 계산토록 한다. 그리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에서는 그 재산을 증여한 시기를 문제 삼지 않고 소급하여 모두 상속재산의 범위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년 전 장남의 결혼 때 사주었던 아파트, 10여 년 전 차남 해외 유학 시절에 송금했던 학자금, 수년 전 삼남이 사업을 하는 데 도와주었던 사업자금 등이 모두 특별수익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는 것이다. 또 부모가 연로하여 근처에서 계속 돌봤던 삼남이 관리하던 부모 재산도 모두 포함되어 상속재산으로 처리되어야 한다.
 
문제는 부모가 아들과 딸, 그리고 첫째와 둘째를 다르게 생각하는 관습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과 미리 준 재산의 가액이 상속 개시 시점에서 볼 때 그 재산적 가치가 많이 변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수 십 년 전에 부동산을 증여 받았던 장남의 입장에서는 당시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로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가 현업에서 물러난 이후 공부를 하느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고, 최근 상당한 금액의 사업 자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실패하여 경제적으로 곤궁한 입장에 처한 삼남의 입장은 다르다. 삼남에게는 아파트 집값이 많이 오른 것을 감안할 때 장남이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재산을 나누어야 할 대상으로 여길 수 있다.
 
십 수 년 전 유학비용을 지원받았던 차남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학비 및 생활비의 제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형제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차남은 상당한 금액의 유학비용을 증여 받았을 뿐만 아니라 박사학위 덕분에 취직을 잘 하여 현재는 금전적으로 부족함이 없이 살고 있다는 점에서, 부모 덕을 상대적으로 많이 본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처럼 서로 자신의 처한 입장에서 보면 다른 형제들에게 제공된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특히 자식들이 결혼을 하여 배우자들이 들어오게 되면 아무래도 가족 관계가 눈에 보이는 금전을 중심으로 냉정하고 복잡하게 변하기도 한다. 장남이 연로한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 사고가 사라지고 있고 자식 중의 어느 누구도 부모를 모시지 않고자 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나름대로 공평하게’ 나누어준 것이니 자식들 사이에서 분쟁은 없을 것이라는 부모의 예측은 빗나가기가 십상이다.
 
물론 이런 사전 증여가 된 재산이 있다고 하여 제공한 모든 재산이 특별수익으로 규정되는 것은 아니다.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 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하여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에서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판례에 따르면 사회적·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하여 주는 사업자금, 집을 사는 데 필요한 자금 등 상당액의 증여는 특별수익이 된다고 판단하게 될 것이고, 대학교육이나 유학자금도 특별수익으로 보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자식들의 잠재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유언장을 작성할 것을 권한다. 법률적인 의미의 유언은 ‘자기의 사망으로 인하여 효력을 발생시킬 것을 목적으로 행하는 단독의 의사표시’를 의미한다. 그래서 자신의 재산의 처분에 관하여 법률적인 의미의 유언을 남기도록 하고, 그 결과 자식들이 부모님의 의사에 따라 재산을 처분하고 분쟁을 일으키지 아니할 것을 권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의미로 국어사전에 나오는 유언이란 ‘죽음에 이르러 남기는 말’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중에 자식들이 다투지 않도록 기존에 증여한 재산을 포함한 유언장을 작성하여 줄 것을 요청하면 부모들은 “내가 내일 죽기라도 하냐”며 야단 치거나 “너희들은 싸우면 안 되지”라는 훈계가 앞서기 때문에 더 이상 유언장 작성 진행이 어려워진다.
 
유언이 자식들에게 재산만을 나누어주는 금전적인 것으로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유언은 유언자가 평소에 자식들과 나눈 인생관을 토대로 재산에 대한 철학이 반영된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부모의 재산에 대한 철학과 의지를 그대로 받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망 이후에도 자식들이 부모의 유지를 존중하고 남은 자식들 사이의 화합이 유지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확신은 아름답게 노년을 보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다.
 
최병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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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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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