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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넘어 평창올림픽 자원봉사 “나는 수퍼시니어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 중 최고령인 황승현(86·서울시)씨 수퍼맨 포즈를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2018 평창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 중 최고령인 황승현(86·서울시)씨 수퍼맨 포즈를 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1일 오후 2018 평창겨울올림픽이 한창인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 붉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자원봉사자 옷을 입은 황승현(86·서울시)씨가 경기장으로 들어온 버스를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 6일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한 황씨는 이번 대회 최고령 자원봉사자다. 그는 근무 날이면 하루 6~9시간을 추위와 싸우며 자원봉사를 한다. 영하 20도가 넘는 한파가 이어졌지만, 황씨는 이 정도 추위쯤은 끄떡없다고 했다.  
 
황씨는 “한겨울에도 아침마다 찬물로 샤워하고 계곡 얼음을 깨고 들어가는 것을 즐긴다”며 “20대부터 건강을 위해 냉수욕을 해왔기 때문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최고령 자원봉사자 황승현(86·서울시)씨가 그동안 참여한 행사에서 받은 기념배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진호 기자

2018 평창겨울올림픽 최고령 자원봉사자 황승현(86·서울시)씨가 그동안 참여한 행사에서 받은 기념배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진호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 봉사를 시작한 그는 30년간 국내에서 열린 12개 국제행사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지난 2일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서 발급한 자원봉사활동 확인서를 보면 3374회에 걸쳐 총 2만714시간 51분 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황씨는 “봉사활동을 하려면 건강이 필수라 벌써 20년 넘게 매일 아침 6시부터 8시까지 배드민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1만4545명)과 패럴림픽(6293명) 자원봉사자 중 황씨처럼 80세가 넘은 사람은 11명이다.
 
100세 시대를 맞은 대한민국에 나이를 잊은 '수퍼 시니어(Super Senior)'가 뜨고 있다. 나이 80세를 넘겼지만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을 뽐내며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노인들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80대 이상 노인은 164만301명이다. 
 
강원도 인구가 155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강원도 전체 인구보다 많다. 10년 전인 2008년엔 80세 이상 노인이 76만2428명이었다. 10년 만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90세에도 단골 환자 진료하는 대구의원 김홍웅 원장
 
이러다보니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90세가 된 김홍웅 원장은 1965년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 ‘대구의원’ 간판을 내건 이래 53년째 지역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 의원엔 하루 50여명의 환자가 찾는데 대부분 ‘단골’ 환자다.
 
지난 6일 만난 김 원장은 90세의 나이에도 익숙하게 환자의 몸 상태를 묻고, 처방전을 쓰고, 간호사에게 주사약을 지시했다.
 
 90세에도 경북 경산시에서 '대구의원'을 운영하며 단골 환자를 진료하는 김홍웅 원장. 김윤호 기자

90세에도 경북 경산시에서 '대구의원'을 운영하며 단골 환자를 진료하는 김홍웅 원장. 김윤호 기자

 
그는 꾸준히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요즘도 매일 운동을 한다. 오전 5시30분 일어나 스트레칭을 15분하고, 퇴근 후인 오후 8시쯤 헬스장에서 아령 등을 들며 체력을 만든다.
 
김 원장은 “내게 진료를 받으려고 찾아오는 수십 년 된 단골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84명의 학생에게 장학금도 줬다. 자신의 몸은 사후 경북대 의대 해부학 교실에 기증하기로 했다.
 
16년째 홀몸노인 집 방문해 도시락 전달 최성숙 할머니
 
강원도 춘천에 사는 최성숙(86·여)씨는 넘치는 에너지를 이웃사랑에 쏟는 수퍼시니어다. 16년째 홀몸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최씨는 매일 오전 9시 춘천종합사회복지관에 출근해 자원봉사자들과 70여개의 도시락을 싼다.
16년째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최성숙(86·강원 춘천시)씨가 도시락가방에 반찬과 밥을 담은 뒤 즐거워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16년째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최성숙(86·강원 춘천시)씨가 도시락가방에 반찬과 밥을 담은 뒤 즐거워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그러곤 오전 10시쯤 복지관을 나와 홀몸노인 9~14가구를 다니며 반찬 두 개와 밥, 음료가 담긴 도시락을 전달한다. 도시락을 받는 이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다. 상당수는 최씨보다 나이가 적다.
 
최씨 역시 홀몸노인이다. 현재 42.9㎡(13평) 크기 아파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가 도시락 배달을 시작한 건 2002년부터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온 최씨는 나라에서 받은 도움을 나누고 싶어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다고 했다. 2015년 9월엔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한 공을 인정받아 국회에서 주는 표창장을 받았다.
 
최씨는 “남을 돕는 일을 하다 보니 마음도 편안해지고 아픈 곳도 없다. 앞으로 몸이 허락하는 한 도시락 봉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기간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을 해온 공을 인정받아 국회에서 주는 표창장을 받은 최성숙씨. 박진호 기자

오랜기간 독거노인에게 도시락 배달을 해온 공을 인정받아 국회에서 주는 표창장을 받은 최성숙씨. 박진호 기자

 
건강한 수퍼시니어는 자신에 대한 사회의 부양 부담을 줄여줄 뿐 아니라 다른 노인의 처지까지 끌어올리는 긍정적 효과를 낸다. 수퍼시니어가 많아지도록 국가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대한노인의학회 김용범 이사장은 “의학 발전과 자기관리를 하는 어르신들이 늘면서 수퍼시니어도 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관련 대책은 많이 부족하다”며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노령층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제도, 노인성 만성질환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 프로그램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슈(태극권) 실버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던 ‘금메달리스트’ 정명자(83·여·경기 부천시)씨. 최모란 기자

우슈(태극권) 실버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던 ‘금메달리스트’ 정명자(83·여·경기 부천시)씨. 최모란 기자

 
우슈 실버대회 금메달리스트 정명자 할머니  
 
수퍼 시니어도 생애 내내 강철체력을 자랑했던 건 아니다. 우슈(태극권) 실버대회에서 메달을 휩쓸던 ‘금메달리스트’ 정명자(83·여·부천시)씨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건강을 되찾은 경우다. 
 

정씨는 60세 무렵 당뇨병이 심해져 병원 치료와 함께 식단 조절까지 해야 했다. 병을 고치기 위해 우슈를 시작한 정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정도 태극권 등으로 몸을 풀고 하루 평균 6000~1만보 이상을 걸었다.
 
내친김에 2003년 우슈 지도자 자격증도 땄다. 이후 지난해까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우슈를 가르쳤다.
 
정씨는 “우슈를 하지 않았다면 당뇨가 심해져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것”이라며 “꾸준히 운동해온 덕에 또래들이 많이 앓고 있는 혈압이나 무릎 등 관절 통증도 없고 건강한 편”이라고 말했다.
 
수퍼시니어 테니스 1위 김응기, 마라토너 배명조 할아버지
 
2015년과 2016년 80세 이상 전국 수퍼시니어 테니스 대회 연말 랭킹 시상에서 1위를 차지한 김응기(84)씨, 팔순의 나이에도 마라톤 풀코스(42.195㎞ )에 도전하는 배명조(80·경남 창원시)씨도 수십년간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수퍼시니어다. 
2015년과 2016년 80세 이상 전국 수퍼시니어 테니스 대회 연말 랭킹 시상에서 1위를 차지한 김응기(84·사진 왼쪽)씨. 박진호 기자

2015년과 2016년 80세 이상 전국 수퍼시니어 테니스 대회 연말 랭킹 시상에서 1위를 차지한 김응기(84·사진 왼쪽)씨. 박진호 기자

팔순의 나이에도 마라톤 풀코스(42.195㎞ )에 도전하는 배명조(80·경남 창원시)씨. 송봉근 기자

팔순의 나이에도 마라톤 풀코스(42.195㎞ )에 도전하는 배명조(80·경남 창원시)씨. 송봉근 기자

 
차흥봉 한국고령사회비전연합회 회장은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한 80대가 많이 늘면서 막 직장을 퇴직한 60대는 이제 노인이라고 할 수 없는 사회가 됐다”며 “노년층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중요한 문제가 된 만큼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이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의미 있게 살아가려면 그에 걸맞은 제2, 제3의 인생도 설계해야 한다. 그러려면 노년층을 위한 교육·학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평창·경산·부천·청주=박진호·김윤호·최모란·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 수퍼시니어(Super Senior)
80세 이상으로 암, 치매, 당뇨 등 주요 노인성 질환이 없고 활기차고 자립적으로 생활하는 건강한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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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