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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는 문어, 전라도 병어?…설 차례상 터줏대감은

어예든동 설에는 문어를 항거(많이) 머야 되니더
뭔소리여 시방, 조상님들껜 뱅애(병어)를 올려야제!
경상도 차례상에 오르는 문어. [중앙포토]

경상도 차례상에 오르는 문어. [중앙포토]

설을 코앞에 둔 시점, 경상도와 전라도 마트에선 어떤 생선이 많이 팔렸을까. 이마트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팔린 생선을 집계해보니, 그간 설 차례상에서 위세 등등 했던 문어·병어는 정작 최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1주일 동안 경상도 지역에선 갈치·굴비·오징어가 많이 팔렸고, 전라도에선 굴비·갈치·오징어, 수도권에서 굴비·갈치·생굴이 많이 팔렸다. 경상도 31개, 전라도 12개, 서울·경기 44개 점포를 조사한 순위다. 
전라도 차례상에 오르는 병어. [그림제공=박성곤]

전라도 차례상에 오르는 병어. [그림제공=박성곤]

이상훈 이마트 수산 바이어는 “지역에 따라 잘 팔리는 생선이 있다”며 “경상도는 갈치, 전라도는 굴비가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수용 생선은 설을 하루 이틀을 앞둔 시점에 판매량이 급증한다”며 “오는 15일까지 판매량을 집계하면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설 전체 기간을 놓고 볼 때 경상도는 문어·긴가이석태·굴비, 전라도는 굴비·전복·새우, 수도권은 굴비·문어·생굴이 가장 많이 팔렸다. 
안동시에 따르면 문어가 제수용 음식이 된 것은 영덕 지방의 해산물과 안동의 산물을 물물교환하던 18세기부터다. 문어는 간을 해야만 하는 고등어와 달리 생명력이 강해 산 채로 수송이 가능했다. 살짝 데친 문어 숙회는 내륙에선 보기 드문 해산 별미였던 셈이다. 이 때문에 관혼상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영남을 대표하는 식재료가 됐다. 또 문어는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생선으로 ‘양반 고기’로 일컬어진다. '선비의 필수품인 먹물을 뿜기 때문에 양반 고기다', '알을 지키다 죽는 문어의 절개가 선비가 닮았다' 등 문어와 관련한 스토리텔링은 다양하다. 
경상도서 많이 팔린 긴가이석태(침조기). [사진 호텔신라]

경상도서 많이 팔린 긴가이석태(침조기). [사진 호텔신라]

문어에 이어 많이 팔린 긴가이석태도 이채롭다. 입에 뾰족한 침을 달려 ‘침조기’로 불리는 긴가이석태는 농어목 민어과 가이석태속으로 서아프리카 연안에서 주소 서식한다. 긴가이석태는 경상도 지역에서 전체 물량의 95%가 소진될 만큼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데, 이는 아프리카서 들어오는 원양어선이 부산항에 생선을 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기와 비슷한 맛과 저렴한 가격 덕에 즐겨 먹게 되면서 차례상까지 오르게 된 생선이다. 돔베기(토막 낸 상어)도 경상도 차례상에서 빼놓을 수 없다. 아마 마트보다는 재래시장서 많이 팔려 이마트 집계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라도는 병어’로 알려졌지만, 정작 병어는 올해(2월 6~12일) 9위, 지난해엔 5위에 올라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다. 전라도는 2년 연속 굴비가 많이 팔렸다. 하지만 병어는 여전히 전라도 차례상서 대접받는 생선이다. 병어는 입이 작고 내장이 작고 살이 통통해 먹음직한 생선으로 통한다. 이렇듯 ‘아낌없이 주는’ 병어를 전라도에선 ‘덕(德)이 있는 생선’으로 치는데, 그래서 큰 병어를 ‘덕자’ 또는 ‘덕대’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라도에서 홍어는 25위권을 기록했다. ‘전라도에선 차례상에 홍어를 올린다’는 설이 있지만, 이는 낭설에 가깝다. 흑산도서 대를 이어 홍어잡이를 하는 이상수 선장은 “제사나 차례상에 홍어를 올리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배에서 풍어제를 올릴 때는 홍어를 올리기도 한다. 
경상도서 많이 팔린 갈치. [중앙포토]

경상도서 많이 팔린 갈치. [중앙포토]

이번 설을 앞두고 전라도와 경상도서 각각 가장 많이 팔린 굴비·갈치가 수도권 매장에서도 역시 1·2위 오른 것도 이채롭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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