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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CSIS 존 햄리 소장 인터뷰, "'제재 지속' 조건만 되면 미국은 남북대화에 열린 입장"

존 햄리 미국 CSIS 소장.

존 햄리 미국 CSIS 소장.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햄리 소장(67)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CSIS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속한다'는 조건이 갖춰지면 (남북) 정상회담에 열린 입장"이라고 말했다. 
남북대화 구상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직접 대화 용의를 밝힌 한달 여 전부터 준비했던 것이라 이미 예측가능했다고도 했다. 
 
다만 미 정부로선 남북대화가 우선인 만큼 북미 대화에 나설 뜻은 없다고 덧붙였다. 햄리 소장은 다소간의 '위기'는 있었지만 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3불'이라고 규정했다. 즉 "(선제타격 등을 통한) 전쟁을 하지 않고, 북한 핵 보유를 절대 인정하지 않고, 북한에 (대화 등의 대가로) 아무 것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나. 아니면 조건을 달까.
흥미로운 부분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미 6주 이상 전에 매우 공개적으로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선 난 (남북) 회담 구상이 오랜 시간 준비됐다고 본다. 내 생각으론 '제재 지속(continuation of the sanctions)'이 (미 정부의) 조건이 될 것 같다. 과거부터 북한은 "당신과 만날테니 제재를 축소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대북제재는 강화될 것이다. 다만 (남북)대화에는 열린 입장일 것이다.  
 
왜 북한이 이 시점에 남북대화를 제안했다고 보나.
고립감을 느낀 것 같다. 중국이 이 정도까지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고 본다. 북한으로선 이대로 가다간 고립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본다. 국제사회의 압박 캠페인이 분명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전문가 초청 만찬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왼쪽 부터 매들라인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윌리엄 코엔 전 국방장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존 햄리 CSIS 소장, 문 대통령.

지난해 6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전문가 초청 만찬에 앞서 참석자들과 환담하고 있다. 왼쪽 부터 매들라인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윌리엄 코엔 전 국방장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존 햄리 CSIS 소장, 문 대통령.

 
혹시 '코피(Bloody nose)작전'(제한적인 예방적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을 두려워 해 회담을 제안한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미국이 코피 작전을 했다면 중국은 "잠시만! 너희들은 선을 넘었다"고 했을 것이고, 한국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을 게다. 코피작전은 북한에게 (자신들의 명분을 강화할) 이득이 됐을 것이다. 코피 작전이 무서워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 내에서 코피작전이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보다 냉정한 판단들(calmer heads)이 힘을 얻어가는 걸 보고 "이때 대화로 나가지 않으면 앞으로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본다.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한미 간에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분석이 많은데.
문재인 정권의 관여정책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압박정책 사이엔 늘 긴장이 있었다. 하지만 거꾸로 한국 내에 압박 찬성론자, 미국 내에 관여 찬성론자도 있다. 따라서 한·미 간에는 '두가지 관점이 모두 필요하다'는 서로 간의 공유가 있다. (한·미) 양국은 길을 찾을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많은, 긴밀한 협의가 있을 것이다. 다만 재차 강조하지만 북한이 유엔 제재를 여전히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한 존 햄리 CSIS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한 존 햄리 CSIS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미군사연합훈련이 연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그럴 것 같지 않다. 날짜도 정해져 있고 시나리오도 다 계획돼 있다.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북 간 직접 대화가 먼저 이뤄지는 게 맞다. 결국 한국의 미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선호를 따질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건 한국을 지지한다.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은 없어진건가.
도발 징후가 없음에도 미리 타격하는 걸 묻는다면 그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사실 한 달 전쯤 그런(코피 작전)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들(강경파)이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것(코피 작전)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물론 북한이 도발을 하면 별개 이야기다. 예컨대 북한이 괌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면 미국은 보복할 것이다. 대응계획도 있다. 다만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았는데 선제타격을 가하는 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  
 
지난해 6월 30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 부터 빅터차 CSIS 한국석좌, 리차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윌리엄 코엔 전 국방장관, 매들라인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문재인 대통령,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존 햄리 CSIS 소장.

지난해 6월 30일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행사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 부터 빅터차 CSIS 한국석좌, 리차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윌리엄 코엔 전 국방장관, 매들라인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문재인 대통령,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존 햄리 CSIS 소장.

하지만 대북제재 효과가 없고 시간만 지나면 결국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혹은 군사행동 밖에 없는 것 아니냐.
두가지 모두 가능성이 없다. 미국은 그들이 핵무기가 있다고 해서 그걸 인정하는 정책으로 바꾸진 않는다. 군사행동도 '노(No)'다. 지난 15년 간 미국의 대북정책은 '설득(dissuasion)'이었다. 실패했다. 그 사이 북한은 핵 개발을 진전시켰다. 따라서 지금 우리는 두 가지 옵션 밖에 없다. 하나는 군사행동이다. 북한을 침공해 핵무기를 파괴하고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새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목숨이 희생될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안 할 것이다. 결국 또 하나의 옵션, 즉 억지력(deterrence)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그게 우리의 길이다. 미국은 북한의 첫 공격을 즉각 방어하고, 바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계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걸 안다.  
 
미국은 계속 '최대한 압박' 전력으로 가는 건가.
미국은 북한이 다른 국가나 인물에 핵무기를 팔거나 넘기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또다른 전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 압박 캠페인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이유다. 북한은 엄청난 실수를 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없다. 한국이나 중국은 북한에 뭔가를 주길 원할 지 모른다. 하지만 우린 다르다. 핵 확산을 저지한다는 게 절대 침범할 수 없는 한계점이자 근간이다.   
 
김여정에 대한 인상은.
TV에 나온 모습만 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지만 뭔가 상대방을 깔보는(looks down) 듯 하다. 차갑다. 하지만 그녀(김여정)는 명령권자의 권위가 있어 보인다. 그 옆에 있던 나이 든 분(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따뜻한 성격의 소유자처럼 보인다. 난 사람을 평가할 때 늘 '엘리베이터 테스트(test)'란 걸 이용한다. '만약 내가 그 사람과 엘리베이터 안에 1시간 동안 갇힌다면 그건 내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일까, 아님 가장 짧게 느껴지는 시간일까'를 생각해 본다. 그녀(김여정)와 함께라면 완전 끔찍할 것 같다. 내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질 것 같다. 반대로 그(김영남)와 함께라면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그녀와 1시간 함께 같이 갇힐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존 햄리: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회계감사관(차관급)과 부장관을 지냈던 안보 전문가다. 오바마 정부에선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워싱턴 속사정'에 가장 정통한 인사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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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