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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원근법

원근법                  

-김종길(1926~2017)
 

시아침 2/13

시아침 2/13

흰 눈과 검은 숲으로
시베리아 산등성이는
얼룩말 잔등.
 
 
그 잔등을
호랑이 한 마리가
벼룩처럼 뛰며 달린다.
 
 
그놈을 추적하는
헬리콥터의 그림자가
진드기처럼 그 뒤에 붙어 다니고.  
 
 
이론이 실타래처럼 얽힌 현실을 갈피 짓듯이 원근법은 풍경의 깊이를 평면에 재현한다. 가까운 것은 크게, 먼 것은 작게. 그것은 성숙한 눈을 필요로 한다. 우리 눈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이 되기 십상이고 작은 것이 크게 보이기 일쑤다. 착오와 혼란, 갈등과 다툼이 끊일 새가 없다. 거리를 두고 보면, 광활한 시베리아 산등성이도 호랑이도 헬기 그림자도 다 조그맣다. 이 과소 풍경은 현실이 하나의 과대 풍경일 수 있음을 알려준다. 멀찍이 서 계시다 불현듯 떠나간 어른들의 깊은 눈이 그립다. 
 
<이영광 시인·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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