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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장갑·호리병주법…독자기술로 만든 '쇼트트랙 코리아'

한국 대표팀이 개발한 개구리장갑과 호리병주법.

한국 대표팀이 개발한 개구리장갑과 호리병주법.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한국 국가대표들이다. 한국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마치고 나오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중국·네덜란드 등의 기자들이 모여든다.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외신 기자들은 인터뷰가 끝나면, 한국 기자들에게 선수들의 대답을 통역해 달라고 한다. 외신이 이토록 한국 쇼트트랙에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이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2일 현재까지 한국은 43개의 메달(금22·은12·동9)을 가져갔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한국이 딴 금메달은 27개인데 쇼트트랙이 80%가 넘는 22개를 딴 셈이다.
 
한국이 처음부터 쇼트트랙을 잘했던 건 아니다. 쇼트트랙은 미국과 유럽에서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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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미국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평창올림픽 특집으로 ‘한국은 왜 쇼트트랙을 잘하나’라는 기사를 썼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80~90년대 올림픽에서 잘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았는데, 새롭게 나온 쇼트트랙 종목이 낙점됐다. 이후 집중적 지원을 받아 반복적인 군대식 훈련, 전략 연구 등으로 단시간에 메달을 싹쓸이했다.
 
쇼트트랙은 빠르게 코너를 돌며 순위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유연성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서양 선수들보다 체구가 작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당시 ‘바로 나가면 금메달을 몇 개 딸 수 있다’고 쇼트트랙 전향 권유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알베르빌동계올림픽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한 김기훈 선수가 남자 1000m에서 우승한후 태극기를 치켜들며 트랙을 돌고 있다. [중앙포토]

알베르빌동계올림픽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한 김기훈 선수가 남자 1000m에서 우승한후 태극기를 치켜들며 트랙을 돌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기훈은 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1000m, 5000m 계주 우승으로 한국 겨울올림픽 44년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기훈은 ‘호리병 주법’ ‘외다리 주법’ ‘개구리 장갑’ 등 다양한 기술을 탄생시켰다. 호리병 주법은 직선 주로에서 인코스로 달리다가 다시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상대를 앞서 나가는 기술이다. 외다리 주법은 코너에서 원심력을 극복하고 스피드를 이어가기 위해 한 발로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말한다. 손가락 끝부분에 에폭시 수지를 붙여 코너를 돌 때 마찰력을 줄여주는 개구리 장갑도 발명했다.
17일 오후 화이트링 경기장에서 벌어진 98나가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김동성이 중국의 리쟈준을 한발 앞서 골인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나가노=사진공동취재단]

17일 오후 화이트링 경기장에서 벌어진 98나가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김동성이 중국의 리쟈준을 한발 앞서 골인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나가노=사진공동취재단]

 
결승선 앞에서 ‘날 밀어 넣기’도 한국 선수들이 처음 시도했다. 98년 나가노 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전이경은 오른발을 내밀어 우승했다. 당시 남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김동성도 리자준(중국) 뒤에 있었지만 날을 먼저 넣어 이겼다.
 
빙판에서 하루 200바퀴 이상 도는 맹훈련으로 쌓은 강철 체력으로 ‘바깥돌기’도 뛰어나다. 바깥돌기는 경쟁이 치열한 인코스를 포기하고 순간 속도를 내서 아예 바깥쪽으로 크게 회전하는 것인데, 트랙을 한 바퀴 돌 때 5~10m의 거리를 더 달려야 한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3관왕을 이룬 안현수와 진선유가 탁월했다. 진선유는 “아웃코스로 돌려면 힘과 스케이팅이 모두 좋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힘은 '분노의 질주'도 가능하게 했다. 2002년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김동성이 시작과 동시에 전력질주를 해 13바퀴 반 동안 1위를 지켰다. 2014년 소치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선 심석희가 한 바퀴 반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아웃코스로 질주해 역전 우승을 이뤘다. 이번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예선에서도 이유빈이 넘어져 크게 뒤처졌지만 다른 선수들이 엄청난 질주로 1위로 골인했다.  

 
강릉=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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