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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튀어야 산다 … 페더러가 핑크 운동화 신은 이유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전 경기 중인 로저 페더러. 새파란 코트와 핑크색 운동화, 흰색 운동복이 마치 스포츠 브랜드의 화보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사진 나이키]

2018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 결승전 경기 중인 로저 페더러. 새파란 코트와 핑크색 운동화, 흰색 운동복이 마치 스포츠 브랜드의 화보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사진 나이키]

무심코 시청하는 스포츠 경기 속 시선을 사로잡는 브랜드, 스폰서 기업의 로고에는 치밀한 계산이 숨어 있다. 우리가 몰랐던 스포츠 마케팅의 숨겨진 전략을 짚어봤다.
 
지난 1월 28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로즈 레이버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의 결승전. 세트 스코어를 주고받으며 5세트까지 진행됐던 치열한 경기. 그 중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로저 페더러 선수의 핫핑크 운동화였다. 멜버른 경기장의 선명한 파란색 코트 위에서 로저 페더러의 나이키 핫핑크 운동화와 흰색 운동복은 마치 브랜드 단독 화보인양 시선을 사로잡았다.
 
물론 우연은 아니다. 로저 페더러의 공식 후원 브랜드인 나이키의 컬러 전략이다. 선명한 파란색 코트는 멜버른 경기장의 상징.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이를 미리 고려했다. 파란색 코트에서 가장 임팩트가 큰 색상은 뭘까. 그 결과 화면에서 봤을 때 특히 강렬해 보이는 핑크가 간택됐다.
 
호주 멜버른은 테니스 팬들이 많은 미국·유럽과 시차가 있는 지역으로 생중계보다 하이라이트 방송이나 SNS 게시물을 통해 결과를 확인한다는 점까지 고려했다. 순간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단순하면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과감한 컬러를 활용했다는 얘기다. 나이키 테니스 의류 디자인 팀장 샘 시플리(Sam Shipley)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경기 하이라이트는 삽시간에 퍼져나간다”며 “선수들의 스타일은 물론 경기장 컨디션 등을 고려해 의상과 신발을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컬러 마케팅은 스포츠 경기에서 사실 흔한 사례다. 한양대 스포츠 산업학과 박성배 교수는 “미국 야구 경기장에서 자주 보인 광고가 바로 초록 잔디와 대비되는 오렌지 주스 광고”라며 “색상의 대조가 강렬할수록 인상에 남는다는 것을 고려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직관보다 TV 중계로 관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경기의 경우는 카메라 노출 포인트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여기에는 장소 아닌 인물도 포함된다. 스타 골프 선수의 캐디가 대표적이다. 카메라에 항상 같이 잡히기 때문에 골프 선수 못지않은 광고 효과를 낸다.
 
프로 골퍼 로리 매킬로이(오른쪽)와 9년간 함께했던 캐디 J P 피츠제럴드. 프로 골퍼의 캐디도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EPA=연합뉴스]

프로 골퍼 로리 매킬로이(오른쪽)와 9년간 함께했던 캐디 J P 피츠제럴드. 프로 골퍼의 캐디도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EPA=연합뉴스]

매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캐디 수입 순위를 발표하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2017년 6월 “일부 톱랭커들의 캐디는 자체적으로 모자나 셔츠에 스폰서 로고를 넣는 등 그들 자신의 광고 효과로 돈을 벌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금액도 상당하다. 필 미켈슨이나 로리 매킬로이, 전성기 시절의 타이거 우즈 등 TV 중계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선수의 캐디들은 이런 스폰서십 광고로 평균 연간 20만 달러(약 2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캐디와 비슷하게는 가족도 있다. 코트 위 여신으로 불리는 테니스 선수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의 아버지는 경기 중 수시로 카메라에 잡힌다. 그는 종종 딸을 후원하는 나이키의 모자를 쓰고 등장한다.
 
관중들 사이에서 로고가 박힌 핑크색 우산을 들어 TV 중계에 노출시킨 골프 브랜드 엘로드. [크라우닝]

관중들 사이에서 로고가 박힌 핑크색 우산을 들어 TV 중계에 노출시킨 골프 브랜드 엘로드. [크라우닝]

골프 경기의 갤러리(관중)에 주목한 사례도 있다. 골프 경기 갤러리들은 햇볕을 가리기 위해 큰 우산을 사용할 때가 있다. 2005년 미국 프로골프(PGA)투어에서 골프 브랜드 엘로드가 이 우산을 활용해 재미있는 마케팅을 시도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엘로드 로고가 크게 새겨진 우산을 TV 중계 노출 포인트에 들고 있었던 것.
 
스포츠 경기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하는 스포츠 선수야말로 광고 효과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일등공신이다.
 
양용은 선수는 우승 세리머니로 백을 들어올렸다. [사진 크라우닝]

양용은 선수는 우승 세리머니로 백을 들어올렸다. [사진 크라우닝]

2009년 양용은 선수가 타이거 우즈를 꺾고 미국 프로골프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세리머니로 자신의 골프백을 치켜든 적이 있다. 영광의 순간, 양 선수의 만면 가득한 웃음과 함께 중계 화면 가득히 잡힌 테일러메이드 골프백의 모습은 웬만한 광고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현재 1등 선수가 아닌 언더독(under dog·스포츠에서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 즉 유망주를 키우는 것도 한 전략이다.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를 만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아예 ‘언더독을 후원한다’는 기업 가치를 내세운다. 현재 언더아머의 간판 모델인 미국 프로농구(NBA)선수 스테판 커리(미국)와 골프 선수 조던 스피스(미국)가 대표적이다. 스테판 커리는 막 두각을 나타냈던 2013년 모델 계약 후 2015·16년 2년 연속 시즌 MVP를 차지했다. 조던 스피스와는 햇병아리 시절인 2013년 1월 후원 계약을 맺었고 2015년 미국 프로골프(PGA)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대박을 쳤다. 아직 몸값이 높지 않은 선수나 비인기 종목을 미리 점찍을 수 있다는 점에서 ‘블루오션’ 전략으로 불리기도 한다.
 
경희대 스포츠 경영학 김도균 교수는 “유망주를 발굴해 눈에 띄는 결과를 냈을 때 오랫동안 뒤에서 후원하고 투자한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해 대중들이 진정성을 느끼고 호감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 자체가 감동적인 스토리가 되는 데다 새롭게 등장한 스포츠 스타로 인해 신선한 이미지까지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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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