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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기술 도둑질하면 피해배상 10배

#1 A사는 맥주 제조사 B에 온도 테이프를 부착해 온도를 표시하는 샘플 제품과 판매 전략을 제공했다. B사는 A사와 협의 없이 온도 테이프 부착 맥주를 출시했고 상당한 이득을 얻었다. A사는 큰 손해를 봤지만, 영업비밀 요건을 만족하지 못해 구제받지 못했다.
 
#2 C사는 D사와 납품 재계약을 체결하며 기술 자료를 넘겼다. D사는 이를 기반으로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했다. D사는 이에 더해 이전 계약에도 단가 인하를 소급해서 적용하겠다고 C사에 통보했다. 결국 C사는 수 억원의 손해를 봤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으로는 대기업이 이런 일을 벌이면 중소기업 손해액의 10배까지를 배상해야 한다. 정부가 기술탈취 손해액의 10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당정 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은 하도급법·상생협력법·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산업기술보호법 등 5개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하도급법에서만 기술탈취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중소기업계에선 관련법을 동시에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비밀유지협약서(NDA) 체결도 의무화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 자료를 요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풍토를 바꾸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에 하도급 계약에서 갑이 원하면 계약서에 마음대로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었는데, 비밀유지협약서를 통해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사유를 최소화한다. 제공한 기술 자료에 대한 반환 및 폐기 일자도 명시한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비밀기술 자료를 요구하고 보유하는 원칙을 재정립할 것”이라며 “기존 관행처럼 여겨온 구두나 e메일을 통한 기술 비밀 자료 요구를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탈취 입증 책임은 피해 기업에서 침해 기업으로 바꾼다. 현재 소송 제도에선 증거자료 제시 등 입증책임이 피해 기업에 있어 입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배석희 중기부 기술협력보호과장은 “기술 침해 혐의를 받는 기업이 피해를 본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해명하도록 입증 책임을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와 함께 중소기업 기술 보호를 위한 기술 임치(비밀기술 보관)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기술 임치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기업의 생산 및 제조방법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기술 자료를 정부가 맡아 보관하는 제도다. 외부에 공개되는 특허와 달리 임치된 기술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임치 이후 기술분쟁이 생길 경우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홍 장관은 “기술 임치제도를 활용해 중소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보 부족 등으로 2008년 기술 임치제 도입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임치된 기술은 4만3853건 정도에 불과했다. 정부는 기술임치 활성화를 위해 수수료 감면 대상을 벤처 및 창업기업으로 확대해 연간 임치료를 현재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출 계획이다.
 
기술 탈취 법률 지원도 강화한다. 중소기업 법률지원을 위한 공익법무단을 운영하고, 특허 심판에서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한다. 또 소송보험과 정책자금 등을 통해 기술탈취 피해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술탈취 사건을 전담하는 부서를 대전지방검찰청에 신설한다. 경찰은 관련 사건 발생 시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을 투입해 신속 대응에 나선다.
 
중소기업계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대책이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피해 기업이 겪는 피해 입증과 소송 장기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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