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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의 금융산책] 셰일원유의 역습, ‘유가 60달러’ 휴전선 생긴다… ‘신 원유 질서(New Oil Order)’ 시대

셰일원유 시추기

셰일원유 시추기

‘신 원유 질서(New Oil Order)’가 도래했다. 주요 산유국과 미국 셰일업체의 줄다리기 속에 중장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이다.
 
종전에 유가는 공급 측면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좌지우지했다. 이들이 증산하면 가격이 내려가고 감산하면 가격이 올랐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때 아랍 산유국이 석유를 무기화하면서 국제 유가를 단기간에 네 배나 올린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미국 셰일업체가 게임체인저로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셰일층(유기물을 포함한 암석)에는 원유가 갇혀 있다. 종전에는 채굴에 많은 비용이 들었다. 셰일원유가 경제성이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20세기 말 수압파쇄법(fracking)이 개발되면서 싼 비용으로 원유생산이 가능해졌다.
 
현재 셰일업계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60달러로 본다. 2014년까지만 해도 셰일원유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80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지금 수준까지 내려왔다.
 
국제 유가가 하단인 배럴당 45달러에 근접하면 셰일업체는 원유 생산을 줄인다. 유가가 45달러 밑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그러다 유가가 상단인 배럴당 60달러에 다시 근접하거나 넘어가면 셰일업체는 생산을 늘린다. 이 때부터는 가격이 내려간다. 이른바 셰일밴드 효과다.
 
미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에너지 기업 132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2%가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61~65달러에 도달하면 시추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결국 OPEC으로 대변되는 구 플레이어와 셰일업체가 상징하는 신(新) 주자가 시장에서 맞서면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선에서 유가가 형성된다. ‘신 원유 질서’의 핵심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간에 가격이 오르고 내릴 수는 있지만 국제 유가는 2020년까지는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수렴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유국 입장에서도 가격이 올라가면 좋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면 셰일업체의 생산이 늘기 때문에 가격은 다시 떨어진다. 산유국은 이때 증산을 통해 셰일업체의 목을 조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증산할수록 산유국의 수익성도 떨어진다. 
 
양 측이 치킨게임을 벌이다가 결국 배럴당 60달러 선에서 산유국과 셰일업체의 휴전이 이뤄진다는 게 골드만삭스 등의 설명이다. 
 
전통의 산유국은 유가 60달러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가격대에서 어느 정도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타협을 한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셰일원유 증산 우려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가 늘 60달러선을 유지하는 건 아니다. 종종 이상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날아 올랐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말 배럴당 71달러에 근접했다. OPEC 등 산유국은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곧 신음으로 바뀌었다.
 
저유가 기조에 기력을 소진했던 셰일업계가 전열을 정비하고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셰일업체의 특성상 ‘전원 켬’ 버튼만 누르면 원유 시추기는 바로 돌아간다. 순발력 있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셰일원유 업체의 강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유가가 오름세를 탄 지난해 11월 미국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1004만 배럴로 1970년 이후 처음 1000만 배럴을 넘었다.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1020만 배럴로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셰일원유 생산량은 미국 원유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셰일원유가 공세를 펼치자 국제 유가는 다시 주저앉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59.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8.5% 하락이다. 브렌트유도 하락세를 타 12일 배럴당 63.4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산유국과 셰일업체의 휴전선인 배럴당 60달러 선에 복귀하는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렌트와 WTI·두바이유를 평균한 올해 국제 유가를 배럴당 59.9달러로 전망했다.
 
불안 요인도 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다. 언제든 국제 유가의 급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창기 한국은행 과장은 ‘국제원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고조됐던 산유국의 정정 불안이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이후 정치·경제 상황 전개에 따라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등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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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