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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점심시간 통신 요금 상담 중단

모 통신사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정모(30)씨는 6개월 가까이 위염에 시달리고 있다. 점심시간은 물론 화장실 가는 시간조차 쪼개서 일한다. 식사는 책상 앞에서 김밥으로 때우기 일쑤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이름 모를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성 발언을 듣는 것도 병을 키웠다. 정 씨는 “감정을 억누르며 일하다 보니 퇴근 후에는 지인과 가족에게도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등 스트레스가 많다”라고 하소연했다.  
 

긴급상담만 가능…상담원 삶의 질 보장
통신사 상담원은 앞으로 '맘 편하게 점심'

평소에 식사할 시간도 없이 민원 전화를 받는 통신사 상담 직원의 근무 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된다. 통신사들이 자사 고객센터 상담사 약 1만6000여명에게 규칙적인 점심 시간을 보장하기로 하면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ㆍSK브로드밴드 등 통신 4사와 협의해 오는 4월부터 평일 점심시간(12~1시) 동안 고객센터의 일반 상담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지금까지 상담사들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 사이 6교대로 점심을 먹었지만, 앞으로는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30분 2교대로 식사를 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통신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통신사 콜센터 상담원들의 업무시간 변화[자료: 방통위]

통신사 콜센터 상담원들의 업무시간 변화[자료: 방통위]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점심 시간대에는 콜센터를 통해 요금 문의나 각종 서비스 신청ㆍ변경 같은 일반 상담을 할 수 없다. 다만 분실ㆍ서비스 장애 등 긴급 상담은 기존처럼 점심시간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통신 4사는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청구서와 자동응답 서비스 등으로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대신 점심시간에 전화를 준 고객은 통신사가 이를 기록해 상담 전화가 많지 않은 시간대에 다시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통화발신 이력관리 및 콜백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상담사들을 위한 식당과 휴게 공간도 확충될 예정이다.
 
이번 개선 방안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SK텔레콤 고객센터를 방문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상담원들이 불규칙한 점심 주기로 소화 장애 등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고충을 듣고 통신 4사와 함께 ‘감정 노동자’인 상담사의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방통위 고낙준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점심시간에 상담하지 못하는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추가 대책을 통신 4사와 협의 중”이라며 "고객의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방통위와 고용노동부는 상담원에게 욕설ㆍ성희롱 등을 가하는 고객의 전화를 중단할 권리를 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회사는 감정 노동 스트레스에 따른 건강 장해 예방조치를 의무적으로 이행하고, 치료ㆍ상담을 지원하게 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상담원들의 업무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고객의 지속적인 폭언과 욕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콜센터 직원이 실신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초에는 한 통신사 콜센터에서 실습한 특성화고 여학생이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에 몇몇 기업들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화 끊을 권리’를 보장하는 등 상담원들의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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