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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SF 속 진짜 과학 25. '트렌센던스'와 양자 컴퓨터

일려스트=임수연

일려스트=임수연




25화. '트랜센던스'와 양자 컴퓨터
 
가까운 미래, 세상에 큰 변화가 밀려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천재 과학자인 윌이 인간의 지능 그 이상의 능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를 만든 것이죠. 하지만 완성을 앞두고 윌은 '인공지능은 인류에 대한 위협이다'라고 주장하는 반 과학단체의 습격으로 죽고 맙니다. 윌의 연인과 동료들은 안타까워하며 그의 의식을 컴퓨터에 업로드 하죠. 컴퓨터 안에 들어간 윌.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 세상으로 힘을 뻗어나갑니다.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 버린 윌. 그는, 그리고 인류는 어떻게 될까요?
 
영화 '트랜센던스'는 컴퓨터 속에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정신이 컴퓨터 속에 들어가 생활한다는 사실도 흥미롭지만, 정말로 놀라운 것은 사람의 뇌를 그대로 옮길 수 있을 만한 엄청난 컴퓨터가 나온다는 사실입니다.컴퓨터 기술이 발달하여, 바둑 같은 게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고 있지만, 현재의 컴퓨터는 인간의 뇌보다 많이 떨어집니다. 뇌의 속도만으로도 슈퍼컴퓨터에 비해 30배쯤 빠르지만, 그보다도 놀라운 것은 1000억 개에 달하는 뉴런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이죠.
 
두뇌의 기억 용량은 페타바이트(peta byte)에 이른다고 하는데, 이는 컴퓨터 하드 디스크 용량을 표시하는 테라바이트의 1000배에 달합니다. 1기가 영상을 100만 개쯤 넣을 수 있는 양이죠. 이것만으로도 엄청나지만, 사실 우리 두뇌는 컴퓨터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에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저장하고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특히,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처럼 연상을 통해 뭔가를 기억하는 것에 있어서는 어떤 컴퓨터도 따를 수 없다고 할 정도죠. 그런 인간의 두뇌를 컴퓨터로 옮긴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계산 속도가 빠른 정도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필요해요.
 
현재의 컴퓨터는 전기가 흐르는지 아닌지에 따라 1과 0으로 표시해 작동하는 디지털 방식입니다. 하나의 0과 1을 나타내는 단위인 비트(bit)를 여러 개 모아 동시에 신호를 보내면 그만큼 큰 자리 숫자를 표현할 수 있죠. 가령 8개 비트(이를 바이트(byte)라 합니다)는 0부터 255까지 256(2의 8제곱)개의 숫자를 표시할 수 있으며, 요즘 집에서 많이 사용하는 64비트 컴퓨터에서는 한 번에 2의 64제곱. 약 1844경까지의 숫자를 표시할 수 있죠(그보다 큰 숫자는 두 번 이상 나누어서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디지털 컴퓨터는 정확하게 작동하는 게 장점입니다. 0과 1의 두 가지 기준 밖에 없으니 컴퓨터 회로를 만들기 쉽죠. 하지만, 정확한 답 '하나만' 얻을 수 있다는 건 단점이기도 합니다. 자연에는 단 하나의 답만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거든요. 여기서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가 등장합니다. 양자 컴퓨터는 하나의 답이 아니라, 확률을 찾아내요. 큐비트라고 불리는 양자로 된 비트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양자는 광자나 전자처럼 매우 작은 단위입니다. 이처럼 작은 세계에서는 특이한 일이 일어납니다. 가령 양자가 정확하게 어디에 존재하는지 알아낼 수 없게 되죠. 대충 어디에 있는지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큐비트는 0인 동시에 1이 될 수 있으며, 심지어 0과 1 사이 모든 수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비트보다 작은 분량으로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매우 특별한 계산이 가능합니다. 수많은 정답을 내고 그중에서 오답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어서, 기존의 디지털 컴퓨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답을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가 디지털 컴퓨터보다 무조건 빠르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때로는 기존 컴퓨터보다 느릴 수도 있죠. 하지만 양자 컴퓨터에 어울리는 문제를 제시한다면, 기존의 어떤 기계보다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특히 암호 해독에 필요한 소인수 분해 같은 데 응용하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암호가 한 순간에 풀려버릴 수 있어요. 영화 속에서 컴퓨터에 들어간 윌은 연인을 돕고자 하룻밤에 수백억원을 벌어들이고, 전국의 모든 시스템을 해킹하여 테러범을 추적합니다. 양자 컴퓨터로서의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특정한 분야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양자 컴퓨터가 있다면, 온갖 수학과 과학 문제를 해결할지 모릅니다. 영화처럼 인간의 의식을 모방할 가능성도 있죠.현실에서 양자 컴퓨터는 초기 단계지만, 세계 각지의 많은 회사가 양자 컴퓨터를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가까운 장래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가 탄생할 가능성은 높습니다.양자 컴퓨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양자 컴퓨터는 도구이며, 그것을 어떻게 쓸지는 우리에게 달렸다는 겁니다. 영화 속 컴퓨터가 윌의 의식에 따라 변화하며 길을 선택했듯이 양자 컴퓨터의 스위치는 우리가 누르는 것이니까요.
 
 
 
글=전홍식 SF & 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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