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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된 연구 대신 동해안에 집중해야"…반복되는 지진 속 전문가들의 지적

11일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의 한 건물 외벽이 부서져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11일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의 한 건물 외벽이 부서져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국에서 지진이 잇따르면서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 맞는 '맞춤형 지진연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시민이 잠들어 있던 11일 오전 5시 3분에는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로 보면 가장 큰 여진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날 지진으로 22명이 경상을 입었고 곳곳에서 외벽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생겼다.
 
“잘 모르는 동해안 단층 조사에 우선순위 둬야”
김재관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소장(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지진이 연이어 발생하는 동해안 지역에 우선순위를 둔 연구가 시급하다. 원전들이 몰려 있는 동해안에 우리가 잘 모르는 단층들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난 2015년 동료 교수가 ‘동해안 지역의 역단층 지진발생원인’ 연구 계획을 세웠지만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채 지금은 은퇴했다”며 “국가 차원의 동력이 없는 우리나라의 지진 연구는 그동안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번 여진이 생긴 포항의 땅속에 아직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단층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기울어진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를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11월 지진으로 기울어진 경북 포항시의 한 아파트를 시민이 쳐다보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원전 부지도 지진에 안전하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학계에서 잘 모르던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해 원전 부지 바로 아래가 진앙이 된다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포항 지진 당시 포항시 흥해읍에서 공식 관측된 최대 지진동 수치(최대지반가속도)는 ‘0.58g’였다. 원전이 견딜 수 있는 ‘0.2~0.3g’보다 훨씬 컸다. 이 크기의 지진동이 원전 바로 아래에서 발생했다면 원전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지진학자들의 설명이다. ‘g’는 중력가속도로 지진동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파편화된 반복 연구 지양해야”
 
우리나라에선 보통 개별 전문가들이 각자의 주제를 갖고 조사하는 방식으로 지진 연구가 진행된다. 단층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연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소수라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개별 학자들이 연구를 각자 진행하다 보니 반복되는 단편적 연구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지진 학자들은 정부나 한국수력원자력에 “새로운 단층 추정 현상들이 발견돼 연구해야 한다”며 연구비 지원을 받은 뒤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아 연구가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소구 한국지진연구소장은 “지진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구하며, 서로 경쟁할 수 있는 국립지진연구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연구 기관이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지진 공학자 배제된 연구 풍토 바뀌어야” 
 
행정안전부는 5년을 주기로 ‘지진 위험도 해석’ 연구를 진행한다.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지진이 생길 것인지를 예측하고, 이에 적합한 건물 내진 설계 기준 등을 정하는 연구다. 일본의 고베 지진을 목격한 이후 정부가 1997년 처음 실시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 지진공학자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질학 위주의 연구 풍토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지진이 발생해 집을 떠난 경북 포항시의 시민들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 앉아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11월 지진이 발생해 집을 떠난 경북 포항시의 시민들이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에 앉아있다. 송봉근 기자

 
올해 진행 중인 행안부의 지진 위험도 해석 연구에는 지난해 말 지진공학회가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탈락했다. 한 지진공학회 관계자는 “정부의 평가 위원 중에는 지질 위주의 지진 전문가들이 많은데, 이들은 지진공학자들이 지진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가 탈락한 후 지진학자들은 정작 개별 연구가 바쁘다며 아무도 참여하려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행안부에 따르면 참여 의사를 밝힌 팀이 없던 정부의 이 연구는 네 번째 공고 만에 홍태경 연세대 교수팀이 신청해 현재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재관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소장은 “지진 연구는 지진학자들만의 분야가 아니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연구를 하려면 지진공학자는 물론 통계학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저명한 지진학자들이 공학을 함께 전공한 경우가 많다. 일본은 지진공학자들의 영향력이 세고, 국제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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