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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응원하는 대학 페미니즘…“여혐과 성폭력 대학도 만연"

최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을 시작으로 ‘나도 피해자’라는 의미의 '미투' (#METOO) 운동이 퍼지고 있다. 곧 개강을 앞둔 대학가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서 검사의 모교인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3일 재학생 등 670명과 교내 32개 단체 명의로 지지 성명서를 냈다.
 

대학생 페미니스트 대표자 7인 인터뷰
"대학 내 성문제 만연…미투 운동 지지"
총여학생회 대한 인신공격 자제해줬으면
자기 검열하는 억압된 분위기 바뀌어야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거예요" 응원

 미투 운동에 공감하는 대학생들은 "대학도 성폭력 청정지대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대학가에 만연한 성폭력·성추행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는 서울의 6개 대학 페미니즘 운동 대표자(총여학생회 및 소모임) 7명에게서 실상을 들어봤다. 대학 내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한데 모여 '여성폭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최근 '미투운동'에 대한 학교 내 분위기는 어떤가.
박지수 중앙대(이하 지수)= 최근 학교에서 ‘동아리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제가 겪은 성폭력 피해는 중앙대 내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제보 이후, 성평등위원회에 의뢰된 사건도 제법 늘었다
 
윤원정 동국대(이하 원정)= 미투운동 이후 공동체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아직 학내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인 '내'가 학교를 떠나고 마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더 얘기하기 어렵고 '얘기해봤자'라고 생각하는 피해자들이 많다.
 
김영은 고려대(이하 영은)= 대학 사회 성폭력 고발 대자보가 붙는 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미국에서는 헐리웃 여배우가 시작했고, 한국에서는 검사가 시작한 것처럼 유명인이 아니고서야 한 개인의 성폭력 고백이 이슈화 되는 일은 드물다.
 
백지은 서울대(이하 지은)=피해자들이 직접 목소리 내야하고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게 문제다. 포털 사이트에 서지현 검사 이름을 검색하면 오히려 외모나 개인적인 신상이 화제를 모은다. 오직 피해자가 누군지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한다.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대학 내에서 최근 겪은 성폭력·성추행이나 여성혐오 사례가 있나.

일동 =너무 많다.
 
영은=최근 성신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교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신여대 우리 X집인데 걔네 공학이 되면 안 된다’라는 발언이 나왔다. 나도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걸 다 읽지는 못했다. 대부분 외모를 가지고 비방한다. ‘성평등이니 페미니즘 운운하는 애들은 다 못생기고 뚱뚱하다. 그래서 남자한테 사랑받지 못한다’는 식이다.
 
김소연 고려대(이하 소연)= 요즘은 학생들이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오히려 조롱조의 발언이 쏟아진다. ‘너도 페미니스트야?’'잘못 말하면 대자보 걸리겠다?’ 이런 식이다. 내가 어디 소속인지 밝히면 뭔가 달라지는 분위기랄까.
대학생 페미니스트 패널: 왼쪽부터 박지혜 한양대 반(反) 성폭력·반 성차별 모임 ‘월담’(25), 백지은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22), 윤원정 동국대 총여학생회장(22), 송새봄 연세대 총여학생회장(23), 박지수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위원장(23), 김소연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여성주의 소모임 ‘철페’(22· 가명), 김영은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여성주의 소모임 철페(22·가명)

대학생 페미니스트 패널: 왼쪽부터 박지혜 한양대 반(反) 성폭력·반 성차별 모임 ‘월담’(25), 백지은 서울대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22), 윤원정 동국대 총여학생회장(22), 송새봄 연세대 총여학생회장(23), 박지수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위원장(23), 김소연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여성주의 소모임 ‘철페’(22· 가명), 김영은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여성주의 소모임 철페(22·가명)

 
박지혜 한양대(이하 지혜)= 지난해 총여학생회 투표에 특정 후보의 사진과 이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돌며 인신공격이 시작됐다. 학교 커뮤니티에서 우리 소모임 이름인 ‘월담’을 저격해 ‘월담인지 X담인지 하는 애들, 담 넘고 싶으면 X화여대나 가서 여성운동 해라’라는 얘기도 들어봤다.
 
송새봄 연세대(이하 새봄)= 지난해 12월 ‘연세대 문과대 교수 사건’이 공론화됐다. 한 수업에서 조모임을 하는데 남교수가 여학생을 앞으로 불러낸 뒤, 남학생들에게 ‘이상형이 뭐냐?’ 물어보고 마치 '룸살롱'인양 여학생을 골라 데려가도록 한 거다. 뒤풀이 자리에서도 ‘여자가 술자리에 없으면 칙칙하다’며 테이블마다 여학생을 놓고 춤과 노래를 요구했다. 해당 교수는 현재도 공개사과 하지 않고 있다.
  
# 대학생 페미니스트 대표자로서 힘든 점은.
원정=나 자신을 검열하는 것이다. 분명 맞는 말을 하더라도 그걸 완곡하게 표현해야 한다. 진짜 혀 밑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는데,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도마 위에 올라갈 게 너무 뻔해 하지 못한다. 작년 총여학생회 부회장의 경우 페이스북 어느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르고 있는지까지 일부 남학생들이 찾아내 조롱하더라. 나도 선거 출마 이후 어떤 페이지에도 좋아요를 누를 수 없었다.
  
소연= ‘니가 뭔데 그런 말을 해서 우리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냐’는 말을 들었을 때다. 내가 많이 지치고 상처받더라도 대학 4년간은 계속 다녀야 하지 않나. 아직도 ‘니 엄마·아빠는 너 이러라고 돈 버니? 너 학교에서 이러는 거 아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 컸다.
  
새봄=내 부모 걱정을 다른 분들이 더 많이 해주신다. (웃음) 내가 선거 기간에 고통스러웠던 건 모든 신체와 몸이 하나씩 품평 당하는 일이었다. 결국 내가 주목받은 건 ‘여성으로서의 나로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내가 갈기갈기 찢긴 느낌이었다. 그사이에서 삭제되거나 무시되는 우리들의 정책과 가치들이 너무 아쉬웠다.
 
# 총여학생회나 여학생 자치기구에 대한 비난은 어떤 게 있나.  
새봄=우선 투표권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남성도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총여학생회가 반(反) 성폭력을 기조로 하면서 왜 남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보편의 목소리가 아닌, 소수자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게 총학생회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원정= ‘총여학생회가 왜 남학생도 같이 내는 학생회비를 쓰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이건 학생회 체계에 대해서 일반 학우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다. 학생회비를 얼마나 가져갈지에 대한 건 모든 대표자가 모여서 만장일치로 의결 받아야 한다. 
 
지혜=우리 학교도 총여학생회가 3년간 공백이 있었다. 지난해 총여학생회 선거는 여학생 투표율이 절반에 못 미쳐 무산됐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교에 총여학생회가 있는 곳은 연세대, 동국대뿐이다.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설득하지 못한 건 반성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대학 내 성 평등이 이뤄지기 위한 방안은?
소연=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세미나를 하더라도 욕은 많이 하는데 막상 오는 사람이 없다. 우리도 그저 배척하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갈등을 넘어서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있는데 뭔가 벽에다 외치고 있는 느낌이다. 
 
새봄= ‘진짜 힘을 가져야겠구나’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총여학생회처럼 투표, 선거라는 정당성에서 비롯된 권위를 다른 학교들도 많이 가졌으면 한다. 페미니즘 단체들이 항상 인수·인계나 조직화가 안 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지은= 성 평등이 이뤄지려면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일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질문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페미니즘이 '적대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수=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거야’라는 유명한 페미니즘 문구가 있다. 이 인터뷰 통해 아직 용기 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던 또 한 명의 여학우가 용기를 얻으실 것이라 믿고 나왔다.
 
최규진·홍상지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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