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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의 사소한 취향] 골짜기의 봄을 기다리며

이영희 국제부 기자

이영희 국제부 기자

핀란드인 화가 토베 얀손(1914~2001)이 만들어낸 캐릭터 ‘무민(moomin)’은 어느나라에 살고 있을까. 최근 일본에서 논란이 된 주제다. 일본의 수학능력시험 격인 대입센터시험에 이런 문제가 나왔고, 출제진이 제시한 정답은 ‘핀란드’였다. 하지만 반론이 이어졌다. 작가 얀손이 핀란드 사람일 뿐, 무민 골짜기가 핀란드라는 명백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책 『토베 얀손, 일과 사랑』을 보니 무민 골짜기의 지형은 얀손의 외할아버지 댁이 있던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 섬과 꼭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논란 뒤 주일 핀란드대사관이 밝힌 정답은 이랬다. “무민 골짜기는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다.”
 
무민 시리즈는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딱 맞는다. 동글동글 하마를 닮은 무민의 느긋한 생활은 보는 이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 힘이 있다. 스펙터클한 사건이 이어지지만 분위기는 느릿하고 심심하다. 그 어떤 재난이 닥쳐오든 무민파파는 “세상은 흥미로운 일로 가득해”라며 감탄한다. 무민마마는 “아무리 힘들어도 차근차근 해결하면 돼”라고 말한다. 무민 가족은 무인도에 표류하고 해적에 쫓기기도 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와 말한다. “역시 평화롭게 감자 심고 꿈꾸며 사는 게 최고야.”
 
‘무민 골짜기의 겨울’ ⓒMoomin Characters TM [사진 예술의전당]

‘무민 골짜기의 겨울’ ⓒMoomin Characters TM [사진 예술의전당]

이 시리즈가 인기를 얻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얀센은 전쟁의 공포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여유롭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한다. 1954년부터 영국 신문 ‘더 이브닝 뉴스’에 무민이 연재되면서 스스로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지자 작가는 1959년 작품에서 과감히 손을 놓는다.(이후 시리즈는 그의 동생 라스 얀손이 이어갔다) 촉박한 일정에 맞춰 창의력을 짜내는 자신의 상황이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국에서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무민’을 봤다. “긴 겨울이 너무 싫어”라고 투덜대는 무민에게 친구 스너프킨은 말한다. “괜찮아. 겨울잠을 자고 나면 봄이 와 있을 거야. 그러면 우리 나란히 앉아 햇볕을 쬐며 겨울 동안 꾼 꿈들을 이야기하자.”
 
축제가 끝나면 이 곳에도 봄이 찾아올 것이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의 꿈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날을 조용히 기다린다. 
 
이영희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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