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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돌봄 절벽’ 독일의 해법을 보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종일교육을 법적 권리로 보장해야’ ‘부모가 더 만족하는 종일 수업’ ‘성적보다 품성이 좋아진 아이들’ ‘종일교육 확대를 위해 더 많은 예산 필요’ ‘종일학교 확대를 위해 교사 교육과정부터 개편해야’….
 

독일에선 초등생 늦게 하교하는
종일학교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
세금 많이 들지만 교육 효과 좋아
사회적 돌봄을 과감히 확대할 때

독일의 시사 주간지 슈피겔에 실린 종일학교(Ganztagsschule) 관련 보도의 제목이다. 독일에서는 한국 고3 인문계 학생에 해당하는 학생도 오후 서너 시에 학교수업을 마친다. 게다가 초등 4학년까지는 낮 12시면 수업을 마치는 게 보통이다. 이 나라에 종일학교가 처음 등장한 때는 1960년대 말이다. 몇몇 학교에서 초등 1학년부터 오후 4시까지 학교에 머물게 하는, 저소득층 자녀와 적응 부진 학생 통합을 위한 종일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대안학교 개념으로 종일학교가 생겨났다. 1969년 당시 서독의 전국 3만5000여 개 학교 중 54개교만 실시할 만큼 종일학교는 보편적 교육 기관은 아니었다.
 
그런데 부모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면서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종일학교가 대안 중 하나로 등장했다. 1990년대에 합계출산율이 1.3명 선으로 주저앉은 후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 1~4학년 대상 종일학교 확대가 당시 정치적 쟁점이 됐다. 2001년 라인란트팔츠 주정부 선거에서 사회민주당(SPD)이 당시 6개에 불과한 종일학교를 2006년까지 300개로 늘려 독일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듬해 2002년 총선 당시 집권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종일학교 확대를 위해 40억 유로(약 5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무렵 3만700개 학교 중 1650개가 종일학교였다. 지금은 독일 전국 학생 중 40%가 2만 개 이상의 종일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제는 종일학교 교육을 법적 권리로서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부모들의 종일학교 확대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종일학교 하나만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출산율도 1.5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여성 취업률은 70% 수준이다. 학교에 오래 머문다고 아이들 학업 성취도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협동심과 배려하는 마음 등 품성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식 위주 교육이 아니라 문화·예술·체육·윤리를 배우는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시론 2/12

시론 2/12

2017년 9월 총선에서는 집권 기독민주연합(CDU)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전체 학생의 80%를 종일학교 체제에 편입하겠다는 공약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실천하려면 지금보다 3만1400명의 교사, 1만6200명의 보육전문가, 사회복지사, 기타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산도 26억 유로(3조5000억원) 이상 추가로 소요된다. 더 많은 교사를 배치하는 것에서 나아가 교사들이 종일학교 개념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재교육받아야 한다. 교사 양성 과정 자체도 종일학교 개념을 반영해 개편해야 한다. 더 많은 공간도 필요하다.
 
이런 독일의 경험과 상황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른바 초등 1~2학년 ‘돌봄 절벽’ 문제 해소 차원뿐 아니라 건강한 후세대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종일학교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모가 일하는 사이 컴퓨터 게임에 지배당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방황하며 공부만 강요받는 아이들에게 이제는 공교육이 뭐라도 해줘야 지속가능한 사회,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 교육적, 가족 친화적, 사회 통합적 종일학교를 상상해 보자. 지식뿐 아니라 사회적 배움을 더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종일학교를 통해 만들 수 있다. 부모의 일과 가정 양립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종일학교는 가족 친화적이다.
 
어떤 아이는 사교육 시장으로, 다른 아이는 지역아동센터로, 또 다른 아이는 길거리 어딘가로 내몰리는 상황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는 사회 통합적이다.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다. 더 많은 교사와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교육에만 맞춰온 학교체계에 돌봄 개념을 접목해야 한다. 기존 교원들의 사고 대전환이 요구된다. 초기 행정상 불편과 어려움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돌봄 절벽의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인가. 사교육 시장에 내준 공교육의 자리를 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저출산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도록 하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가 문제다. 대대적인 사회개혁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영유아에서 시작한 사회적 돌봄 개념을 교육 과정 전반에 접목해야 할 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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