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리우 박상영 이어 평창선 임효준 … 2030 열광시킨 ‘캔두’

쇼트트랙 천재로 주목받다가 부상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임효준은 ’너의 실력을 의심하지 말라“는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연합뉴스]

쇼트트랙 천재로 주목받다가 부상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임효준은 ’너의 실력을 의심하지 말라“는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연합뉴스]

 
“포기하고 싶을 땐 자신을 믿으세요.”

올림픽이 보여주는 긍정의 힘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긴 임효준(22·한국체대). 우승 소감을 묻자 “부상으로 시름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그동안 힘든 순간이 많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주변에서 ‘너의 실력을 의심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큰 힘이 됐다”며 “그 말을 항상 머리에 새기고 운동을 했다.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임효준 “포기할 순간, 목표 정해 극복”
 
“자신을 믿으라”는 임효준의 말은 2016년 리우 여름올림픽에서 펜싱 박상영(23)이 주문처럼 읊조린 “할 수 있다”는 말과 오버랩된다. 리우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결승에서 박상영은 헝가리의 임레 게저(44)에게 9-13으로 몰렸다. 두 점만 더 내주면 금메달이 멀어지는 상황. 
 
남자펜싱 박상영 선수가 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상대 제자 임레에게 금메달을 확정하는 공격을 성공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남자펜싱 박상영 선수가 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3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에서 상대 제자 임레에게 금메달을 확정하는 공격을 성공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은 마치 주문을 외우듯 혼잣말로 “나는 할 수 있다”를 중얼거렸다. 이 장면은 그대로 중계 카메라에 잡혀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박상영은 10-14의 위기에서 내리 5점을 따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주문은 “해냈다”는 긍정의 결과로 나타났다. 박상영의 경기를 지켜본 많은 사람은 그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다’며 공감했다.
 
박상영의 ‘할 수 있다 정신’은 ‘캔두이즘(Candoism)’이란 시대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올림픽 이후 박상영은 책과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이에게 긍정의 힘을 전파했다. 스포츠 스타가 던지는 메시지의 힘도 증명했다.
 

“눈물은 옛말 … 웃으며 고생담 털어놔”
 
임효준이 손가락으로 1등을 상징하는 포즈를 취하며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임효준이 손가락으로 1등을 상징하는 포즈를 취하며 시상대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임효준의 사례도 비슷하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는 “고통의 시간을 극복한 스포츠 선수들의 희망 메시지는 ‘N포 세대(N가지의 것들을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 2030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며 “많은 것을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N포 세대’가 긍정적인 자세를 갖기엔 삶이 너무 팍팍하다. 이런 상황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가 던진 말 한마디는 큰 위안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N포 세대’는 요즘 2030의 상황을 상징하는 수식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은 물론 집과 사회경력까지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박상영은 왼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리우올림픽을 6개월 앞둔 시점까지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올림픽에 출전할 당시 세계랭킹 21위에 불과했지만 자신보다 강한 상대들을 차례로 만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태극기와 임효준 [평창=연합뉴스]

태극기와 임효준 [평창=연합뉴스]

 
임효준은 중학교 때부터 한국 쇼트트랙의 미래를 책임질 ‘천재 스케이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잇따라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하며 무려 7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다. 중1 땐 정강이 뼈가 골절 돼 1년 반 동안 운동을 못했다. 고2 땐 오른발목이 부러졌고, 6개월 뒤 오른쪽 인대가 끊어졌다. 이후엔 손목과 허리까지 다쳤다. 오뚝이처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났고, 지난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림픽을 앞두고 허리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긍정의 힘으로 이를 극복했다.
 
금빛 미소 임효준 [강릉=연합뉴스]

금빛 미소 임효준 [강릉=연합뉴스]

 
임효준은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한 뒤 동료들과 웃으며 축하인사를 나눴다. 경기장에 있는 보조 요원들과도 하이파이브를 했다. 금메달 소감을 밝힐 때도 그는 눈물 대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최동호 스포츠문화연구소 이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표선수들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임효준처럼 웃는 선수가 많다”며 “과거에는 올림픽 메달 획득이 국가의 성취와 동일시됐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선수들은 메달을 개인의 성취라고 생각한다. 압박감에서 벗어난 선수들이 인터뷰에서도 긍정적인 말을 할 수 있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상영.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심리학에서는 ‘긍정의 힘’으로 좋은 영향을 이끌어내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스포츠 멘털 훈련의 기본이다. 선수들은 혼잣말(셀프토크)을 하며 끊임없이 ‘할 수 있다’를 되뇌인다. 
 
고려대에서 학생선수 심리 훈련을 맡고 있는 최영준(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임효준의 인터뷰를 보니 ‘상대 선수가 아닌 나 자신을 이기고 싶다’고 말하더라. 막연히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를 외친 것이 아니다”며 “7차례나 수술을 하면서도 ‘나를 이길 수 있다’고 혼잣말을 하면서 긍정의 최면을 건 것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취직·결혼 힘든 청년층 ‘위로 메시지’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는 “펜싱 박상영은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로 역전해 냈다. 사람들은 이 점에 열광했다”며 “임효준의 금메달은 기회가 많지 않은데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해 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극과 감동을 줬다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효준이 금메달을 딴 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햄버거'였다. 대회를 준비하며 몸 관리를 위해 식단을 철저히 관리해 왔던 임효준은 "햄버거가 먹고 싶다. 그동안 전혀 못 먹었는데 이제 한 개 정도는 먹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정효 박사는 "선수들은 욕망을 억제하며 보통사람들과 다른 삶을 산다. 이를 모두 극복해 낸 임효준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게 '햄버거'였다. 소박하면서도 인간다운 소감이 더 큰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임효준은 …
●1996년 5월 29일생
●계성초-경신중-오륜중-동북고-한체대
●2012 제1회 겨울유스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은메달, 1000m 금메달
●2017 전국 남녀종합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남자부 종합 우승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
 
강릉=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