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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느낌? 어라, 내 사진이네

사진작가 배병우(68)씨는 지난해부터 지인들에게 “광고에서 작품 잘 보고 있어요”란 인사를 많이 받았다. 최근 사진을 내보낸 일이 없는 배씨로서는 뜬금없는 소리라 이리저리 알아봤더니 LG전자에서 출시한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제품 광고에 자신의 ‘바다’ ‘소나무’ 연작과 유사한 사진이 사용되고 있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제품 광고. [중앙포토]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제품 광고. [중앙포토]

배병우 작가의 작품 '바다'.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배병우 작가의 작품 '바다'.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또다시 불붙은 사진 저작권 논란

“사진뿐 아니라 ‘사진이 명품을 만든다’는 광고 내용이 내 사진인생을 연상케 하는 것까지 비슷했어요. 조사하는 과정에서 TV 광고뿐 아니라 홈페이지, 매장 영상 등 광범위하게 내 사진과 유사한 이미지가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동안 저작권 문제는 크고 작은 일이 워낙 많아서 일일이 대응할 수 없을 지경이지만 제 삶까지 들어간 내용이라 이번에는 한번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작가 배병우.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사진작가 배병우.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배 작가는 LG전자 측에 ‘저작권 침해 중단 등 요구의 건’ 내용증명을 보내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스톡포토(대중적 사진) 판매업체인 ‘게티이미지 코리아’(이하 게티)에서 적법하게 구매해 사용한 사진이라며 책임을 게티에 전가했다. 이에 대해 게티는 LG전자에 판 이미지는 해외작가의 작품으로 게티 본사를 통해 공급받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LG전자는 책임이 없다며 중간 이미지 판매업체 뒤에 숨는 상황입니다. 대기업이 ‘소나무 작가’로 이름난 내 이미지와 사진을 우회 도용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제가 재미난 얘기 하나 할까요? 제가 요즘은 경주 남산에 안 가요. 새벽 일찌감치 올라가도 소나무 찍겠다고 진을 치고 있는 사진가들이 벌써 수십 명이에요. ‘배병우 따라하기’를 하는 아마추어 사진가가 개인 취향으로 제 소나무 사진을 비슷하게 찍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상업적인 이용은 다른 문제죠. 국제적인 가전제품 대표 회사로 발전하는 대기업이 광고 이미지의 제작 과정을 이렇게 치사하게 관리하는 건 이해가 안 갑니다.”
 
영국 작가 마이클 케냐의 작품을 사용한 대한항공의 광고. 케냐의 강원도 '솔섬' 사진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2014년 저작권 소송으로 이어졌다. [중앙포토]

영국 작가 마이클 케냐의 작품을 사용한 대한항공의 광고. 케냐의 강원도 '솔섬' 사진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2014년 저작권 소송으로 이어졌다. [중앙포토]

배병우 작가는 2014년 영국 작가 마이클 케냐와 대한항공 사이에 강원도 ‘솔섬’ 사진을 놓고 일어났던 저작권 소송을 예로 들었다. 당시 배 작가는 의견서를 내 ‘유사 모방작품은 한 작가뿐만 아니라 이 시대 모든 창작자의 의욕 상실과 국가적, 국제적 망신’임을 토로했다. 특히 ‘(솔섬) 사진이 우연히 찍혀졌어도 큰 회사의 광고사진으로 채택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제품 광고. TV에 내장된 갤러리 기능에 배 작가의 유사작품이 사용되고 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제품 광고. TV에 내장된 갤러리 기능에 배 작가의 유사작품이 사용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대기업이라면 한국 작가를 키워서 함께 국제 사회에서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의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고 봅니다. 문화의 시대 아닙니까. 비슷하게 찍은 사진으로 콘텐츠만 연상시켜 팔려하니 아쉽습니다. 분위기만 닮는다고 그 제품의 가치가 올라갈까요? 지금 소비자들 눈이 얼마나 높은지 모른단 말입니까. 디자인의 가치, 그 오리지널 정신을 가지고 싸우는 이 시대에 그렇게 예술의 창의적 의지를 꺾어버리는 일을 하면 곤란하죠. 이름 좀 났다는 나도 이렇게 당하는데 무명작가는 어떻겠어요.”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사진 배병우 스튜디오]

 
배 작가는 “돈과 시간을 소모하는 재판에 매달리느니 차라리 사진 한 장을 더 찍겠다는 마음”이라고 에둘러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짝퉁 이미지로는 세계 시장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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