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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더 자리 지킬 ‘아베 돌격대장’ … 계속 돈 풀 수 있을까

‘아베의 돌격대장’이 5년간 더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다. 원래 오는 4월이면 5년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그를 떠나보낼 생각이 없다. 2023년까지 일은 총재를 맡기기로 결심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떠받치는데 구로다 총재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이다.
 

57년 만에 연임된 구로다 일은 총재
아베노믹스 핵심 경제정책 뒷받침
기업들 수출 늘고 일자리 많아져
일본 경기 확장세 61개월째 지속

미·유럽 금리인상 등 긴축 움직임
뉴욕증시 급락으로 엔화 가치 상승
양적완화 유지하는 데 부담 커져

구로다 하루히코

구로다 하루히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르면 이달 안에 구로다 총재의 연임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게 확인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의회에선 일부 야당 의원들의 반대가 예상된다. 그들에겐 아베 총리의 결정을 뒤집을 힘이 없다.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구로다 총재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보았다. 아베 총리의 신임이 두터웠고, 뚜렷한 대항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구로다 총재의 나이가 많아서다. 1944년생으로 올해 74세다. 추가로 5년 임기를 채우면 79세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NHK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인사에 관해선 아직 백지 상태”라며 연막을 쳤다.
 
일은 총재가 연임한 전례가 없지는 않다. 1961년 야마기와 마사미치(山際正道) 총재가 마지막이었다. 이미 57년이나 지난 얘기다. 연임 당시 야마기와 총재는 60세였다. 그는 건강 문제로 두번째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났다. 구로다 총재의 연임이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익명의 일본 여권 관계자는 “구로다 총재는 아베노믹스의 상징”이라며 연임의 배경을 소개했다. 아베는 2012년 12월 총리에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3개의 화살’을 제시했다. ▶대담한 양적완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공격적인 성장전략 추진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화살 한 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세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리는 건 어렵다”며 “3가지 요소를 한꺼번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3개의 화살 중 첫번째는 구로다 총재 덕분에 ‘과녁(경기회복)’에 들어 맞았다. ‘경기가 좋아질 때까지 무제한 돈 풀기(양적완화)’라는 구로다의 통화정책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로 이어졌다.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의 실적이 좋아졌다.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실업률은 2.8%로 23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 225지수는 지난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2만4000선을 넘어섰다. 일본의 경기 확장세는 사상 두번째로 긴 61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1960년대 고도 성장을 가리키는 ‘이자나기 경기’와 맞먹는 호황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두번째 화살도 순조롭게 날아가고 있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1085조 엔(약 1경880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구로다 총재의 무제한 돈 풀기 덕분이다. 금융시장에서 일본 국채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사실상 제로 금리에 팔린다. 일본 정부가 마음대로 지출을 늘려도 이자 부담은 거의 없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달 금융정책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2% 물가상승 목표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 노린추킨(農林中金)연구소의 미나미 다케시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 총재의 연임은 변동성이 심한 금융시장에 위안이 된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일본은 통화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낙관하기는 이르다. 폭발성이 강한 ‘지뢰’가 곳곳에서 대기 중이다.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출구전략에 들어가면서 금리인상 등 긴축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양적완화를 펴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으로선 출구전략에 섣불리 동참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양적완화를 유지하기에도 부담이 크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도 구로다 총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뉴욕발 충격의 여파로 지난 9일 닛케이 지수는 2만1000선까지 밀렸다. 보름 만에 3000포인트 가까운 급락세다. 엔화 가치도 오르고 있다. 달러에 비해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지난달 초 달러당 113엔대로 내렸던 엔화 가치는 최근 108엔대까지 상승했다. 아베노믹스의 요체인 ‘엔화 가치 하락→수출 경쟁력 상승’의 기조가 흔들린다. 구로다 총재의 두번째 5년은 벌써부터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그는 다음달 9일 다시 기자들 앞에 선다. 이 자리에서 그의 발언이 향후 5년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10월 일본 규슈의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1967년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해 대장성(현 재무성)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대장성에서 36년간 일하면서 국제금융국장과 재정금융연구소장 등을 거쳐 외환정책을 총괄하는 재무관(차관급)을 지냈다. 대장성 근무 시절인 1971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대 초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내각관방 참여(정책 자문역)를 맡았다. 2005~2013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지냈다. 2013년 3월 아베 신조 총리에 의해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됐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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