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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 논란 … 서울시, “철거 계획 없다”

원로시인 고은(84)과 그의 연작시『만인보(萬人譜)』를 기념해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사) 3층에 조성된 ‘만인의 방’이 논란에 휩싸였다. 고은 시인에 대한 후배 문인의 성희롱·성추행 의혹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다. 
 
서울도서관에는 ‘만인의 방’과 관련된 시민들의 문의나 항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온라인에는 ‘만인의 방’을 두고 “철거하라” “미투(Me too)의 방으로 만들어라” “(전시장에) 성추문 사실도 기록해 두라”는 비판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도서관 3층에 있는 '만인의 방'에는 고은 시인이『만인보』를 집필하던 경기도 안성시 서재가 재현돼 있다. '만인의 방'은 고은 시인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적절성 논란에 휩싸였다. 임선영 기자

서울도서관 3층에 있는 '만인의 방'에는 고은 시인이『만인보』를 집필하던 경기도 안성시 서재가 재현돼 있다. '만인의 방'은 고은 시인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터져나오면서 적절성 논란에 휩싸였다. 임선영 기자

‘만인의 방’(60㎡)은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약 3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고은 시인이 『만인보』를 집필하던 경기도 안성시 서재를 재구성했다. 공간의 이름도 『만인보』에서 따왔다. 『만인보』는 1986년부터 2010년까지 고은 시인이 25년간 쓴 4001편의 인물시(詩)를 총 30권으로 엮은 연작시집이다.
 
‘만인의 방’에선 고은 시인이 집필 당시 사용한 서가와 책상(일명 ‘만인보 책상’), 『만인보』 육필원고를 만날 수 있다. 인물 연구자료와 도서 3000여 권, 메모지 등도 전시돼 있다.  
 
서울시는 당초 이 공간을 기한없이 보존한다는 계획이었다. 개장 이후 평일 하루 10여 명, 주말에는 30여 명이 찾고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고은 시인이 과거 후배 문인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만인의 방’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고은 시인이 경기 안성시 자신의 집 서재에 있는 모습. [중앙포토]

고은 시인이 경기 안성시 자신의 집 서재에 있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는 이런 논란에 난감해하면서도 “당장 공간 철거나 폐쇄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작품 자체에 의미를 뒀을 때 이 공간을 당장 없애는 게 쉽지 않다. 또 만인의 방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이기도 하다. 고은 시인의 작품을 통해 독립 운동가들을 기리는 의미가 크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론 등 사태의 추이는 계속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만인의 방’에는 『만인보』 중에서 한용훈·김구 등 항일 독립 운동가와 관련된 시들의 육필원고 원본이 전시돼 있다.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만인의 방'을 놓고 고민에 빠졌지만 "당장 철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선영 기자

서울시는 고은 시인의 '만인의 방'을 놓고 고민에 빠졌지만 "당장 철거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선영 기자

하지만 관련 행사들은 줄줄이 취소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이 공간과 연계한 다양한 행사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정수 관장은 “올 4월 고은 시인이 참석한 가운데 『만인보』를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과의 포럼을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이 행사는 개최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서울도서관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대학생 오병석(21)씨는 “작품과 사생활은 별개로 봐야한다. 작품을 통해 배울점이 있다면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원정혜(22)씨는 “서울시청 도서관에 성추문이 불거진 문인의 기념 공간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대학생 최유진(22)씨는 “성추문의 진위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 이 공간을 한시적이라도 폐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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