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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된 소화기…연이은 화재에 '10년 연한'까지 새로 생겨

인터넷 쇼핑몰에서 2만5000원에 판매 중인 3.3㎏짜리 분말 소화기. [사진 온라인 캡처]

인터넷 쇼핑몰에서 2만5000원에 판매 중인 3.3㎏짜리 분말 소화기. [사진 온라인 캡처]

 
소화기 값이 최근 ‘금값’이다. 1년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약 1만4000원에 팔렸던 3.3㎏짜리 중국산 분말 소화기는 현재 2만4000~2만7000원 선이다. 물량이 적은 국산 소화기는 이보다 1만원 가까이 비싸다.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많아 도매상들은 팔 물건을 구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소방용품 도매상인 '신아소방' 관계자는 10일 “도매상들이 소화기 제조 공장으로부터 공급을 원활히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만3000원 정도였던 3.3㎏짜리 소화기의 공장 출고 가격이 지금 1만8000원이니 도매가격도 그에 따라 오른 것이다”고 전망했다. 한국소방공사 관계자는 “주문량이 너무 많아 지금은 잠시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동작구의 한 소방 용품 판매점에 판매 중인 소화기들이 놓여 있다. 정용환 기자

9일 서울 동작구의 한 소방 용품 판매점에 판매 중인 소화기들이 놓여 있다. 정용환 기자

 
소화기 값이 치솟은 배경에는 최근 연이은 발생한 대형 화재들이 있다. 수십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형 화재들이 잇따르면서 소화기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소방용품을 판매하는 청계소방공사 관계자는 “사람들이 화재와 관련해 쉽게 떠올리고 잘 알고 있는 소방용품이 소화기다.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니 자연스레 공급이 부족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에 대비해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달라는 고객도 최근 늘긴 했지만 소화기처럼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업체들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의 상가 건물에 필요하다며 소화기를 수십 개씩 구매하는 사람들은 물론 집에 놓아야 한다며 구매하는 개인들도 늘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정용 소화기’를 키워드로 검색한 횟수는 지난해 1월 176회였는데, 올 1월에는 2139회로 늘었다. 
 
소화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 판매점이 "발송이 늦어지고 있다"고 올린 공지 글. [사진 온라인 캡처]

소화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 판매점이 "발송이 늦어지고 있다"고 올린 공지 글. [사진 온라인 캡처]

  
올해부터 10년 넘은 소화기는 새것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이 새로 생긴 것도 소화기 값이 ‘금값’이 된 이유 중 하나다.
올해부터 개정돼 시행되는 소방시설법 시행령에는 분말소화기의 사용 연한을 10년으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1월 27일부터 10년이 지난 소화기는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성능 확인을 따로 받아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소화기의 사용 연한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서울 강서구의 염경중학교는 이 규정 때문에 최근 소화기 50개를 구매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10년이 넘은 소화기는 쓰면 안 된다는 규정에 잘 따르기 위해 학교에 필요한 소화기들을 대량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소방용품 업체들에 따르면 아파트나 상가에서도 소화기를 한 번에 수백개 씩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최근 많아졌다.  
 
9일 서울 동작구의 한 학원 건물에 먼지가 쌓인 소화기들이 놓여 있다. 정용환 기자

9일 서울 동작구의 한 학원 건물에 먼지가 쌓인 소화기들이 놓여 있다. 정용환 기자

 
하지만 여전히 10년이 넘은 노화 소화기들을 그대로 방치한 곳들도 많았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노량진의 한 학원 건물에는 제조된 지 10년이 넘어 먼지가 수북이 쌓인 소화기들이 LPG 가스통과 함께 모여 있었다. 음식점들이 입점한 근처의 다른 건물에는 2006년 2월에 제조된 소화기 하나가 3층짜리 건물 전체를 위태롭게 지키고 있었다.
 
송우영·정용환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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