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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어른 9명 챙겨야 하는 아들·딸을 어찌할꼬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32)
설이 코앞이다. 추석과 더불어 민족의 명절이라는데 이를 맞는 기분은 세월 따라 달라진다.
 
어릴 적에는, 마냥 좋았다. 설빔 같은 거야 아예 꿈도 못 꿀 형편이었지만 세뱃돈이란 가외 수익이 생기고 맛난 음식도 먹을 수 있으니 설이 다가올수록 가슴은 부풀었다.
 
 
1970년대, 가족들이 설빔을 입고 나들이 가고 있다. [중앙포토]

1970년대, 가족들이 설빔을 입고 나들이 가고 있다. [중앙포토]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는 나름 뿌듯했다. 부모님이며 아이들, 조카들 몫으로 세뱃돈을 마련하느라 은행에서 빳빳한 신권을 준비하면서는 더욱 그랬다. 뭔가 베풀 수 있다는 느낌, 그런 것 덕분이었다.
 
퇴직 후엔 조금 버거웠다. 수입이 현역 때의 절반도 안 되게 줄었으니 설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머리가 무거웠다. 그나마 이런저런 일로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면 미리 준비도 해놓고, 아이들이 자라 제 앞가림을 하게 되면서 부담은 한결 줄었다.
 
뿐만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이들이 명절이면 다만 얼마라도 내놓으니 은근히 명절이 기다려질 지경이었다. 한데 이런 ‘행복’은 잠깐이었다. 부모 덕을 크게 보지 못한 가운데 각기 짝을 찾고, 제 살길 찾아 버둥거리는 요즘 모습을 보면 외려 명절이면 불편하다.
 
아이들이 딱해서다. 딸을 보자면 시부모와 우리 부부가 건재하다. 여기에 시할머니에 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까지 계시니, 9명의 ‘어른’을 챙겨야 한다. 아들 입장도 마찬가지로 인사를 차려야 할 어른이 본가 처가 합해 9명이다. 
 
원체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냈고, 아내가 맏딸이어서 장인 장모께서 첫 손주들이라 귀여워해서인지 아이들은 평소에도 꼬박꼬박 조부모들을 챙긴다. 또 결혼했는데 자기 짝의 조부모라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되니 이래저래 신경 써야 할 곳이 늘어날 수밖에.


 
9명 ‘어른’ 챙겨야 하는 아들·딸
설 귀성 기차표를 예매하려는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중앙포토]

설 귀성 기차표를 예매하려는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중앙포토]

 
우리 집이 다복하다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유별나다 할 수 없다. 한 가구 한 자녀 풍조에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은 세태가 겹쳐 빚어낸 풍경이어서다.
 
젊은이들로선 취업난, 주택난에 자녀 입시전쟁을 견뎌내야 하는데 생활능력이 확 떨어진 부모세대까지 챙겨야 하니, 입장을 바꿔보면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야…”라고 싸잡아 매도할 일이 아니란 생각이다.
 
베이비부머들은 부모는 모시되 자식들에겐 대접 못 받는, 이른바 ‘낀 세대’라 자탄을 하지만 젊은이들 부담도 그 못지않으리란 걸 인정해줘야 한다. 얼마 전 부모님과 장인 장모를 모시고 모처럼 외식을 하러 갔다. 우겨 타면 7인승이 가능한 차라 우리 부부까지 6명이 탔는데 가만 생각하니 평균 연령이 80세였다. 그런데 젊은 세대는 승차 인원 평균 연령 90세란 사태를 만날지도 모른다.
 
해서 아이들에게 일러주기로 했다.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가 챙길 테니 너희는 너희 부모만 신경 쓰라”고. 어쩌면 이것이 단군 이래 처음 맞는 100세 시대에 세대 간 상생의 해법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아들딸이 이번 설에 ‘봉투’를 내밀면 사양할 생각까지는 아직 없지만.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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