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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백억 적자 내는 시가총액 7조 기업 건강할까

[이것이 실전회계다] 주식의 공정가치
셀트리온의 한 연구원이 신약 개발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수년간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하지만 성공할 경우 이익이 큰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앙포토]

셀트리온의 한 연구원이 신약 개발 실험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수년간 대규모 개발비를 투입하지만 성공할 경우 이익이 큰 바이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앙포토]

지난해 하반기부터 바이오 기업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업 가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항암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한 회사의 경우, 임상 테스트에서 성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해마다 수백억원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7조원을 웃도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은 연구개발에 지출한 비용을 과도하게 자산으로 처리해 영업이익 부풀렸다는 회계 논쟁에 휩싸여 있다. 신약을 개발중인 자회사를 합병하려던 한 회사는 금융감독원이 합병가치평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결국 합병을 포기하기도 했다.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최근 바이오 신약개발 전문회사인 라이프리버(비상장사)를 합병하려던 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이 라이프리버에 대한 가치평가가 적절치 못하다며 근거자료를 요구했지만 회사측이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보자. 상장사 주식의 공정가치는 증권시장 거래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 주식은 하루동안 약 92만 6000건이 거래됐고 이날 종가는 16만 2000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가격을 현대차 주식의 공정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시장에서 다수 참가자간 빈번한 매매를 통해 정해지는 가격이 공정가치가 된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가 합병하는 경우
비상장주식의 경우는 어떨까? 회계기준에서는 재무정보 뿐 아니라 평가대상기업을 둘러싼 경제여건, 해당 산업 동향 등에 관한 비재무적 정보를 수집한 다음 일반적으로 인정된 평가모형을 사용하여 측정한 가격을 공정가치로 인정하고 있다. 평가모형으로는 회사가 실현한 이익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 회사와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상장사의 주식가치와 비교하는 방법,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의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 등이 사용된다.
 
㈜백두가 ㈜한라를 합병한다고 해 보자. 이 때 소멸법인인 ㈜한라 주식은 다 소각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으로 ㈜백두는 ㈜한라 주주들에게 현금을 주든지 ㈜백두의 주식(신주 또는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을 지급한다. 이 때의 교환비율을 합병비율이라고 한다. 합병시 두 회사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다. 두 회사가 모두 상장사라면 간단하다. 최근 한달간의 주가흐름(기준시가)으로 평가한다. 두 회사가 모두 비상장일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에 정해진 규정이 없다. 실무적으로는 대개 세무 문제를 줄이기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정한 비상장주식 평가방법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현금흐름할인법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백두는 상장사, ㈜한라는 비상장사인 경우는 좀 복잡해진다. 상장사 ㈜백두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기준시가)을 사용하면 된다. 단, 기준시가가 자산가치에 못 미치는 경우 자산가치를 합병가치로 정할 수도 있다. 비상장사 한라는 주식시장 거래가격이 없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1 대 1.5 비율로 가중평균한 가격(이를 보통 본질가치라고 함)을 사용하라고 한다.
 
 
라이프리버 평가에 적용한 현금흐름할인법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라이프리버간 합병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비상장사인 라이프리버의 수익가치 평가다. 평가를 담당한 회계법인은 라이프리버 수익가치를 평가할 때 현금흐름할인법을 사용했다. 일정한 미래 기간 동안의 추정 세후(稅後) 영업이익(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비용을 뺌)을 구한 뒤 예상되는 감가상각비, 운전자본 증감, 설비투자지출 등을 반영하면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산출할 수 있다. 미래의 잉여현금흐름에다 적절한 할인율(가중평균자본비용)을 적용하여 현재가치를 구하는 방법이 현금흐름할인법이다. 두 회사간 합병비율은 <표2>와 같이 산출됐다.
 
수익가치 산정은 보통 향후 5년간 추정실적으로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5년 이후에 대해서는 회사의 수익이 일정하게 성장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그런데 라이프리버의 경우 21년간의 현금흐름을 반영했다. 회사측은 그 이유에 대해, 신약은 개발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일반적인 성숙기업의 현금흐름분석기간(5년)을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회사측은 “개발 기간과 제품 승인 후 특허 만료기간, 기술보증기금에서 평가한 파이프라인(신약제품군)별 수익창출가능기간 등을 고려하여 21년간의 현금흐름을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근거와 입증자료를 제출토록 요구했으나, 회사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업체는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 판매허가 획득 등에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익가치를 발생시키기 어렵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근거 제시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겠으나, 바이오 산업 특성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유연하게 고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개발비 자산화 비율 높은 셀트리온
한편, 바이오 업계의 개발비(자산) 회계처리 타당성에 대한 지적도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연구개발 지출을 모두 당기 비용으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회사의 미래수익창출과 직결될 수 있는 일부 지출은 개발비라는 항목으로 일단 자산처리한 다음, 일정한 기간에 걸쳐 비용으로 배분한다. 예를 들어 15억원의 연구개발지출에 대해 5억원은 당기비용(판매관리비 또는 제조원가)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10억원은 자산으로 처리하여 10년동안 비용처리한다고 하자. 연구개발과 관련한 당기의 비용반영 금액은 6억원(5억원+1억원)이 되며, 자산화한 개발비 가운데 나머지 9억원은 앞으로 해마다 1억원씩 비용처리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당기의 이익이 커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 존속했다가 소멸할 기업이 아니고, 해마다 연구개발 지출을 꾸준하게 실행하는 기업이라면 자산화한 개발비가 미래 비용으로 계속 누적반영된다는 사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 셀트리온의 개발비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이 회사가 당기 연구개발 지출 가운데 개발비로 자산화하는 비율이 업계 다른 기업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표3>. 회사측은 “오랫동안 동일한 기준으로 개발비 자산을 처리해왔고, 이에 대해 외부감사를 받아왔기 때문에 회계기준을 지켜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발비 처리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올해 회계감리(재무제표작성과 회계처리가 회계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사하는 것) 테마 중 하나로 개발비 처리를 정해놓았다. 따라서 바이오 업계의 개발비 회계문제가 앞으로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당기이익 부풀린 의혹
금감원은 또 현재 진행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정밀감리 결과를 상반기 내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 등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앞두고 2015년 결산을 하면서 당시 종속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기업으로 재분류 해 당기이익과 자산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결산과정에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 85% 보유)에 대한 단독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이 회사를 연결회계 대상의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하고 가치평가를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15%를 보유한 미국 바이오젠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 지분 85% 가운데 35%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는 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됐고, 이로 인해 적자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에 회계상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게 됐다. 금감원은 콜옵션과 가치 재평가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측은 상장 과정에서도 검증을 거치는 등 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이재홍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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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