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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쓰기는 좋은 죽음의 시작 … 유산 10% 사회 환원하자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끈 원혜영 의원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존엄사 문화를 만들려면 유서 쓰기, 재산 일부 기부하기 등 미리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존엄사 문화를 만들려면 유서 쓰기, 재산 일부 기부하기 등 미리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연명의료 결정 제도’가 석 달간의 시범사업을 끝내고 지난주 본격 시행 됐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로 명명된 이 법률은 우리 사회가 낮은 수준이나마 ‘죽음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단계로 한 걸음 나아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환호보다 우려와 불만이 터져나온다. 낮은 참여율과 절차의 까다로움, 법이 정하는 연명의료 대상 시술 범위의 협소함, 연명의료 상담 수가 등 시급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잔뜩이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원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그는 3년 전 ‘국회 웰다잉 문화 조성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만들어 국회에 웰다잉 선풍을 일으키며 이 법의 발의부터 통과에 이르기까지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와 이 법을 둘러싼 논란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좋은 죽음’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의료기관들은 불만이 많다. 법에 포함된 네 가지 시술(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고, 등록기관이 따로 있어 절차도 복잡하며, 처벌조항까지 있으니 새로운 규제법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의료진들이 상담도 해야 하는데 이런 시간을 내도 인센티브가 없다. 병원이 등록기관이면 가장 편리하다. 하지만 상담요원 교육과 활동비·급여 등 비용에 대한 대책도 없이 병원에 다 부담시킬 수 없다. 이 모든 게 준비된 상태로 시작하기는 어렵다. 일단 시작됐다는 게 중요하다. 뒤의 일은 우리 사회가 자발적으로 움직여 좋은 모습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안락사법’으로 오해받을까 봐 지레 겁먹고 지나치게 소극적이며 비현실적인 규제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기관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직 종교계 등에서 이 법을 반대하고 우려하는 많은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브란스 김 할머니의 사례처럼 병원이 법 때문에 연명의료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분명 진일보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국민 홍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범사업이 끝난 후 비판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솔직히 이게 홍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나서서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지적하고 감시하며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다 보면 국민들에게 저절로 정보가 제공될 걸로 생각한다. 사실 ‘좋은 죽음’에 대한 교육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되는 게 좋지만 우리는 그런 문화가 없다. 지금으로선 병원이 앞장서 교육과 홍보를 해주면 좋은데 그렇게 하라고 할 만한 유인책도 없다. 하지만 기차가 떠나면 부족한 것이 드러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족한 걸 알게 되면 채우려는 에너지와 역량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
 
교육·자원봉사 활성화로 문화 만들어야
이젠 정부나 국회가 아닌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법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매장 문화의 뿌리가 깊어서 20년 전만 해도 ‘화장’은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화장을 생각하고 실행한다. 화장문화로 넘어간 데에는 고 최종현 SK 회장의 화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년 사이 장묘문화는 빠르게 변했다. 존엄사 문제도 법이 물꼬를 터주었으니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 등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역량을 모으고 관심을 가지고 밀어내야 한다.”
 
시민의 힘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지난해부터 호스피스법은 실행됐는데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정부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명의료를 포기한다면 호스피스를 강화해야 하는데 준비가 너무 없는 것 아닌가.
“아직 호스피스 지원과 육성 정책이 미흡한 게 사실이다. 여전히 의료의 수요가 연명의료 중심이다 보니 의료시스템이 호스피스 쪽으로 방향을 바꾸기는 좀 이르다. 사실 호스피스는 죽음에 대한 종합적 보살핌 서비스라는 점에서 자원봉사자, 임종 전문가, 심리 치료사, 종교인 등 다양한 사람이 뜻과 힘을 합쳐야 문화가 일어난다. 이건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육과 자원봉사의 활성화 등 문화운동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죽음의 질을 끌어올리는 ‘좋은 죽음’을 위한 문화운동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좋을지 방향이 있어야 한다.
“오랫동안 웰다잉을 생각하다 보니 연명의료냐, 호스피스냐 같은 임종에 임박해 선택하는 죽음의 방식이 아니라 미리미리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와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죽음의 과정이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엔딩노트 작성, 유서 쓰기, 재산 정리, 장기 기증, 장례 유형 등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미리 결정하고 가족들과 공유해 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통합적인 죽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유서 쓰기’가 그 첫 단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 유서를 쓰면 생을 정리하게 된다. 또 마지막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의미로 유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문화를 만든다면 사회에도 유익할 것이다.”
 
유산 기부 등 돕는 노인기본법 구상 중
요즘 유산 기부를 강조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유산의 10%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운동이다. ‘유산 십일조’ 운동이라고 할까. 영국은 기부총액의 30%, 미국은 8%가 유산이다. 한국은 통계가 없다. 한국은 조만간 고령화인구 1000만 시대가 된다. 국가는 기초연금 등 노인 복지에 많은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노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뜻있고 유익하게 마무리한다는 의미로 유산에서 10% 정도를 사회에 환원한다면 이 재원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 뜻있게 쓰이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집 한 채 있는 사람이 10%를 기부하려 해도 방법을 찾기 힘들다. 기부문화를 확산하려면 일단 쉽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부터 해야 하지 않나. 예를 들어 은행이나 보험회사를 통해 기부 의사를 밝히면 알아서 처리해 주는 등의 편리한 제도가 필요하다.
“사실 방치된 영역이다. 현금 가치가 없는 농지 같은 경우 기부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데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 집의 10%를 어떻게 기부하겠나. 그래서 지금 노인을 위한 통합적인 법인 ‘노인기본법(가칭)’을 구상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교육, 마지막 정리를 위한 통합적 정보 제공, 유산 기부 시스템 등을 모두 다루는 법이다. 고령화시대를 앞두고 노인들의 웰빙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시스템과 이를 안내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양선희 선임기자 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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