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핫팬츠에 화려한 춤 … 논란 피하며 계획한 노래 다 불렀다”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 강동완 교수가 본 강릉 공연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북측 예술단 공연에서 송영(왼쪽)과 김옥주가 ‘J에게’를 부르고 있다. 2차 공연은 11일 오후 7시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북측 예술단 공연에서 송영(왼쪽)과 김옥주가 ‘J에게’를 부르고 있다. 2차 공연은 11일 오후 7시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사진공동취재단

강동완(44) 동아대 교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북한 공연·예술 전문가다. 당초 북한 내 한류를 연구하던 그는 2012년 7월 모란봉악단이 결성된 뒤 북한 공연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모란봉악단과 청봉악단·왕재산예술단 등 북한의 대표적인 악단 공연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분석에 몰두했다. 공연 CD를 구하기 위해 북·중 접경 지역도 숱하게 다녀왔다. 그러다 보니 레퍼토리 변천사는 물론 여가수의 치마 길이와 화장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도 줄줄이 꿰고 있을 정도다.
 
화제를 모은 지난 8일 북측 예술단의 강릉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강 교수에게 생생한 참고자료가 됐다. 그는 “북한이 선곡 과정부터 정치적으로 굉장히 고려를 많이 한 것 같다”며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피하면서도 부르고 싶은 노래는 거의 다 부르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2014년 연구 결과를 모아 『모란봉악단: 김정은을 말하다』를 펴낸 데 이어 올봄엔 속편을 출간할 예정이다.
 
이번 방한 공연을 총평하자면.
우려와 달리 무난하게 끝났지만 한곡 한곡 분석해 보면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달려가자 미래로’가 대표적이다. 2012년 8월 김정은이 이설주와 함께 동부전선을 시찰할 때 모란봉악단이 처음 부른 곡으로 ‘내 나라 부강조국 낙원으로 꾸미자’ 등이 핵심 가사다.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기념공연 등에서 널리 연주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선 여가수들이 남한 걸그룹처럼 핫팬츠를 입고 화려한 춤을 추며 노래해 청중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체제 선전곡을 북측 공연단의 이미지 개선용으로 적절히 활용한 셈이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구성은 어땠나.
북한의 주요 악단들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한 듯싶다. 모란봉악단의 고유 레퍼토리를 삼지연악단이 연주하고 노래는 청봉악단 소속 가수들이 맡는 식이다. ‘J에게’를 부른 송영과 김옥주는 청봉악단의 대표 가수다.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전자악기도 북한 내에서는 모란봉악단 공연 때만 등장하는 거였다. 이번 예술단이 연합군 성격을 띠면서 각 악단의 대표 상품을 두루 차용한 모양새다.
 
그는 북측 예술단이 기존에 없던 삼지연관현악단이란 이름으로 방한한 데 대해 “모란봉악단과 왕재산예술단·공훈국가합창단 등이 공연한다고 하면 남한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 3개 악단은 최근까지도 북한 전역을 돌며 화성-14형 발사 축하공연 등을 주도해온 만큼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연주 전문인 삼지연악단의 이름을 썼을 것이란 설명이다.
 
모란봉악단을 연구하게 된 계기는.
2012년 첫 시범공연 직후 통일부에서 의뢰가 왔다. 북한에서 미키마우스 분장을 하고 영화 ‘록키’ 주제가를 연주하는 등 파격적인 공연을 했는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봐야 하느냐며. 당국자들도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북한 내 한류와 연관 지어 충분히 연구할 만하겠다 싶었다.
 
김정은이 왜 그런 시도를 했다고 보나.
집권 초기에 자신이 젊은 지도자라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강했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이전 시대와의 차별화를 위해 아버지 김정일과는 전혀 다른 컨셉의 음악정치를 시도하려 했다는 거다. 실제로 모란봉악단 공연을 본 북한 주민들을 중국에서 만나보니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니까 뭔가 바뀌는구나’라는 긍정적 평가가 북한 내에 꽤 퍼졌다고 하더라.
 
모란봉악단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한마디로 ‘모란봉악단을 보면 김정은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후에도 여러 악단이 중용됐지만 그래도 으뜸은 늘 모란봉악단이었다. 2014년엔 평양에서 열흘간 연속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노동신문이 하루도 빠짐없이 관련 기사를 실었다. 김정은이 직접 악단 이름도 지어주고 오합지졸 같은 악단을 하나로 모으며 무대 배경과 조명까지 챙겼다는 설명도 나온다. 더 나아가 전 예술 분야는 물론 사회주의 경영 열풍에 모란봉악단의 창조 기풍을 따라 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모란봉악단이 김정은의 친위대이자 김정은 시대의 성과를 홍보하는 제1의 나팔수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현송월 단장도 관심의 대상인데.
이번 연합군을 누가 이끌고 오느냐에 따라 공연단의 성격과 위상이 전혀 달라질 거라고 봤는데 결국 현송월이 단장으로 왔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 입지가 굳건하다는 방증이다. 현송월은 북한의 대표 인기곡인 ‘준마처녀’를 부를 때부터 널리 알려진 가수다 보니 신상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김정은의 음악정치를 가장 잘 드러내는 최적의 인물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강동완 동아대 교수

일각에선 한두 번도 아니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록 댄스를 추는 서구적 공연을 지속하는 게 폐쇄적인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겠느냐는 분석도 적잖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맞다. 그래서 한류의 영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영상물에 워낙 익숙해져 있다 보니 기존의 딱딱한 체제 선전용 공연은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북한 정권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정은이 직접 ‘세계적 추세에 맞춰 인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그대로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우리식대로 바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 내 한류 실상은.
주민들 사이에서 ‘남한 노래 한두 곡 정도는 부를 줄 알아야 세련된 사람’이란 말이 유행하는 게 상징적이다. 심지어 북한 군대에도 한류가 깊숙이 퍼져 있다. 당 간부들이 압수한 남한 영상물을 몰래 재판매하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도 스마트폰으로 남한 뉴스와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 스위치를 누를 때 불이 들어오는 건 보이지 않는 벽 속의 전선을 통해 전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한류도 벽 속의 전기처럼 이미 북한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언젠가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할 날이 올 것이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