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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사람을 향한 외침

요즘 ‘우리가 아는 사람’ 이야기를 곱씹게 됐다. 국내에서 전방위로 확산하는 ‘미투(#Me Too)’ 운동을 바라보면서다.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는 ‘미투’의 가해자는 우리가 아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공공적으로, 현장의 목격자로, 동시대의 사람으로…. 어느 범주에서든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그들을 알고 있다.
 
지난 5일 영화 ‘흥부’ 언론배급시사회에 갔다가 영화보다 배우 정진영의 말에 혹했다. 고전소설 『흥부전』을 재해석한 영화는 소설가 흥부가 본 착한 아우(백성의 정신적 지도자)와 나쁜 형(권세가)의 이야기다. 굳이 왜 흥부전을 차용했을까 싶을 정도의 전형적인 선ㆍ악의 대립구도와 흐름을 방해하는 편집 등은 차치하고, 인상적인 것은 정진영의 말이었다. 이야기 속 놀부가 되는 조선의 야심가 조항리 역을 맡은 그는 ‘아는 사람’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한다. “그동안 천박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뉴스에서 수없이 보지 않았나. 자연스럽게 ‘그 분’들이 모델이 됐다.”
 
이야기라는 게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들면 풍성해지기 마련이다. 알 듯한 사람 이야기가 극 속에 버무려지면 비록 허구일지라도 공감지수가 확 올라간다. 폐쇄된 구중궁궐 이야기를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들여다 본다는 쾌감도 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드라마 ‘돈꽃’에는 특히나 우리가 아는, 재계의 인물들이 복잡하게 오버랩됐다. 재벌가의 큰아들은 죽임을 당하고, 아내이자 맏며느리는 아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해주기 위해 갖은 음모를 꾸미고, 재벌가를 일군 회장은 120층 타워 건립 외에는 아무것도 안중에 없다. 이 재벌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법 선거 자금과 일감 몰아주기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다 여론의 비난을 받자 전략실 해체 등의 수를 두기도 한다.
 
재벌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서 있는 위치가, 눈높이가 다르다고 생각하니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거다. 극중에서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다 결국 미쳐버리는 맏며느리 정말란(이미숙)만 보더라도 그의 초점은 명확하다. 돈 뿐이다. ‘돈이 모든 것을 갖게 하고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아는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니 한 편으로 고민하게 됐다. 그들을 제어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없을까.
 
다시 실제 세상, ‘미투’의 시대로 돌아와 보자. 미투 운동은 일종의 역전 현상이다. 주변인의 목소리가 담겼다. 권력ㆍ재물ㆍ지위가 다른 사람보다 많아, 남다른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며 사람을 수단으로 삼던 이들을 향한 준엄한 경고다. 우리가 아는 사람인 가해자들을 겨냥한 하나의 ‘미투’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나는 다르다’ ‘나는 괜찮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안 돼요”라고, “우리가 보고 있다”고 말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가해자의 행동이 습관이 되어 그가 ‘괴물’이 되기 전에, 그를 위해서라도 이 말을 해주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글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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