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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외 추가 부실 나오면 감당 못 해” 두 손 든 김상열 회장

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포기한 이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에 인수를 포기하면서 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공능력 기준 13위인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평가했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업계 3위로 뛰어오르며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강남 재건축 시장에도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지난 8일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대우건설이 이달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기자재 문제로 생긴 3000억원의 손실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반영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처리)단행한 것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매각 과정에서 이같은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을 호반건설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은이 부실을 미리 파악하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신의 문제가 불거지고, 실적발표 전날에야 이런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산은 주장대로라면 대우건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3000억원은 호반건설 연 매출액(2016년 기준 1조2000억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수차례 매각 논의가 있었던 대우건설인데 추가 부실 발생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경영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호남의 중소건설업체였던 호반건설은 지금까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김상열(사진) 호반그룹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광주 지역과 광교·판교 등에서 싼 값에 나온 알짜 부지를 싸게 사들이며 사세를 키웠다. 분양 수익으로 조성한 1조원의 자금으로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2010년), 우방이엔씨(2015년), 울트라건설(2016년), 제주퍼시픽랜드(2017년)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에 금호산업을 비롯해 동부건설, SK증권 등 10여곳의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막판에 발을 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브랜드 인지도만 높이고 빠지는 행동을 반복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호반건설 측은 “추가 부실이 없다는 산은 말을 믿고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해외 사업장 한 곳에서만 3000억원의 손실이 났다”며 “경영진 내부에서 인수 완료 후 추가 부실 나올 경우 감당할 수 있느냐는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분양 중인 아파트의 계약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다음 분양사업을 시작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인 경영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남 기업 특혜 의혹, 헐값 매각 논란, 대우건설 직원의 반발 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대우건설 매각은 당분간 다시 추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 사업장의 부실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데다 국내외 건설업황도 좋지 않다. 산은은 3조2000억원을 쏟아부은 대우건설을 절반 가격에 넘긴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앞으로 매각 대금은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매각이 불확실해졌고 실적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아졌다”며 “주가도 당분간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9일 종가 기준 5060원으로 연초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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