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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대가리라고? 도구 얻으려 다른 도구 쓰는데 …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새는 진짜 머리가 나쁠까
도구로 사용하는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야생 상태의 뉴칼레도니아까마귀.

도구로 사용하는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야생 상태의 뉴칼레도니아까마귀.

지구에는 사람만큼이나 환경에 잘 적응한 동물군이 있다. 가장 추운 남극과 가장 뜨거운 사막 같은 극한의 기온과 다양한 기후, 저지대 사막에서 고지대 산맥까지, 적도에서 극지방까지, 땅이건 바다건 민물이건 간에 모든 서식지에서 이런 동물군이 발견된다. 무엇보다도 인류와 서식지를 공유할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현생 1만400종(개체 수, 2000억~4000억) 중 이런 무지막지한 생물군은 무엇일까? 바로 새다. 그러면 새는 어찌하여 인간만큼이나 강력한 생존 능력을 갖게 되었을까?
 
인간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새에서 그 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도(dodo)를 예로 들어 보자. 도도는 마다가스카르 동쪽의 모리셔스 섬에 살았다. 몸체 구조가 어설픈 데다가 포식자가 없는 섬에 살다 보니 몸체는 10~20㎏이나 나갈 정도로 무거워졌고 날개가 터무니없이 작아졌다. 새지만 날 수 없었다. 대신 튼튼한 다리와 구부러진 부리로 초식성 생활을 했다. 1507년 포르투갈 선원들이 처음 발견했는데 1681년에 마지막 개체가 목격됐다. 지구 역사상 가장 유능한 사냥꾼과 마주친 지 채 180년도 안 되어 멸종한 것이다. 도도가 똑똑했으면 어땠을까? 인간 사냥꾼을 피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속성 학습능력이 도도에게는 없었다.
 
 
한때 새는 생각 못하는 존재로 여겨져
1920년대부터 영어권에서는 멍청이를 가리킬 때 ‘새 대가리(bird brain)’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새는 뇌가 작아서 그저 날아다니며 먹이를 쪼기나 할 뿐 생각이라고는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의 뇌가 작기는 작다. 검은머리박새의 뇌는 0.6~0.7g밖에 되지 않으며, 쿠바에메랄드벌새는 고작 0.13g에 불과하다. 중력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가서 비행하고 급강하와 급상승을 반복하고 수천㎞를 이동하고 좁은 공간 사이를 날아다니는 데는 머리가 작은 게 유리했을 것이다.
 
크기만이 아니다. 새와 인류의 조상들이 그들의 공통조상에서 갈라져서 각기 다른 길로 진화하기 시작한 때는 무려 3억 년 전이다. 3억 년이나 다른 길을 걷다 보니 뇌의 구조도 달라졌다. 사람의 뇌에는 피질(cortex) 같은 조직이 있어서 영리한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새의 뇌에는 피질이 없다. 19세기 후반의 독일 신경학자 루트비히 에딩거(1855~1918)는 새의 뇌는 피질 대신 선조체(線條體)로 구성되어 있어서 생각을 전혀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20세기 초반까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새가 생각을 하고 학습을 한다는 증거들이 속속 관찰됐다. 1949년 영국에서 푸른박새가 우유병의 뚜껑을 여는 모습이 관찰되었는데 이것이 영국 전역에 급속히 퍼졌다. 1964년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휜정수리북미맷새의 노래에 지역 사투리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의 노래가 문화적으로 전승된다는 것을 말한다. 1977년 말하기를 배우던 회색앵무인 알렉스는 새에서는 기대하지 못했던 인지능력을 보여 주었다. 1996년 뉴칼레도니아까마귀들은 나뭇잎과 나뭇가지로 갈고리 도구를 만든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들의 도구 제작 수준은 침팬지와 맞먹는다.
 
2001년 새들이 먹이를 숨길 때 잠재적인 도둑들을 속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008년 까치가 거울 테스트를 통과했다. 지금까지 거울 테스트를 통해 자기를 인식할 수 있는 동물은 사람, 침팬지, 돌고래와 코끼리뿐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2011년 대사건이 발생한다. 뉴칼레도니아까마귀가 다중접근 상자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뉴칼레도니아까마귀에게 네 가지 다른 기법으로 먹이를 꺼낼 수 있는 상자를 줬다. 이 중 두 가지 기법은 도구와 관련이 있었는데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거침없이 문제를 해결했다. 종류마다 차이가 있지만 새라고 해서 생각을 못 하는 동물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8단계 문제 풀어 먹이 꺼내 먹은 007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뉴질랜드와 파푸아뉴기니 사이의 남서태평양 한가운데에 누벨칼레도니 섬이 있다. 프랑스 영토인데 영어식 표현 뉴칼레도니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원래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이제는 조류학자와 인지심리학자의 연구중심지가 되었다. 뉴칼레도니아까마귀 때문이다.
 
2014년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의 알렉스 테일러는 나무막대와 돌이 있는 ‘도구상자’ 과제를 뉴칼레도니아까마귀 007에게 주었다. 007이 먹이를 먹으려면 8단계의 문제를 풀어야 했다. 테이블에는 여러 개의 장치를 두었다. ①먹이가 들어 있는 상자 ②짧은 나무막대가 묶여 있는 줄 ③돌멩이가 들어 있는 상자 세 개 ④한쪽에 긴 막대기가 올려진 시소가 들어 있는 상자. 007은 어떻게 먹이를 먹을 것인가?
 
007은 ①번 상자의 먹이에는 자기 부리가 먹이에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곧장 ②로 가서 줄에 묶여 있는 나무막대를 부리로 빼낼 수 있을 때까지 조금씩 줄을 잡아당겼다. 줄에서 나무막대를 빼낸 007은 나무막대를 물고 다시 ①번 상자로 갔지만 막대가 짧아서 먹이에 닿지 않았다. 007은 나무막대를 물고 ③번 상자로 가서 나무막대로 상자 속의 돌멩이 세 개를 꺼냈다. 그리고는 돌멩이 세 개를 ④번 상자의 시소 판에 떨어뜨렸다, 그러자 시소가 기울어지면서 긴 막대가 나왔다. 007은 긴 막대를 가지고 ①번 상자로 가서 먹이를 꺼내 먹었다.
 
돌을 세 개 꺼내서 시소에 세 개를 던진 과정을 각각 한 번의 과제로 치면 총 8단계가 된다. 007이 8단계 과정을 거쳐서 먹이를 꺼내 먹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분 30초.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다. 도구를 사용해야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적절한 도구를 얻기 위해서든 다른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는 것이다. 새가 메타툴(metatool), 즉 도구를 얻기 위한 도구를 사용했다. 마치 사람이나 유인원처럼 말이다. 도구를 사용해서 다른 도구를 얻으려면 생각을 기억하고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새의 뇌는 결코 작은 게 아니다
새의 IQ를 측정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새의 독특한 행동에 대한 기록은 많이 있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인지심리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루이 르페브르는 아마추어 새 관찰자와 조류 전문가들이 보고한 새의 독특한 행동을 2300건 이상 분석했다. 물론 그 안에는 납득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지만 많은 건수는 개별적인 편향성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석 결과 기대한 대로 앵무과와 까마귓과 새가 가장 똑똑했다. 메추라깃과, 타조과, 칠면조과가 순위가 낮았다. 또한 혁신적인 행동을 한 새의 집단이 뇌가 컸다. 까마귀와 자고새는 몸집 320g으로 같았지만 까마귀는 뇌는 7g인데 반해 자고새는 1.9g에 불과했다. 또 몸무게가 85g으로 같은 오색딱따구리와 메추라기의 경우도 뇌는 2.7g과 0.73g으로 차이가 많았다.
 
그런데 새의 뇌는 정말 작은 것일까? 7.8㎏이나 나가는 향유고래의 뇌와 비교하면 46g에 불과한 황제펭귄의 뇌는 절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몸무게와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무게 대비 뇌의 무게 비율을 따지면 새의 뇌는 포유류에 뒤지지 않는다. 몸무게가 70㎏쯤 되는 사람의 뇌의 평균 무게는 1360g이다. 같은 무게의 늑대와 양의 뇌 무게는 200g 정도로 사람의 7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크기다. 한편 몸무게 220g의 뉴칼레도니아까마귀의 뇌 무게는 7.5g이다. 같은 무게의 원숭이보다 뇌가 50% 정도 크다. 뉴칼레도니아의 몸무게를 사람 몸무게로 키우면 뇌의 무게는 오히려 사람의 뇌보다 더 커진다. 새는 몸집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커다란 뇌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3억 년 동안 새와 사람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우리 조상이 몸집과 두뇌를 키우는 동안 새는 몸과 두뇌를 부지런히 작게 만들었다. 진화란 얼마나 진보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공적으로 생존했느냐의 문제다. 환경에서 발생한 문제를 풀어냈느냐에 따라 진화가 결정된다. 새는 환경 문제를 아주 오래전부터 월등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는 진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텃새보다 철새 뇌가 더 작은 까닭
새의 뇌의 크기를 결정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생식 전략이다. 새는 크게 조성조(早成鳥)와 만성조(晩成鳥)로 구분한다. 눈을 뜬 채로 부화해서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둥지를 떠날 수 있는 새를 조성조라고 하고 부화한 다음에 한참 동안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새를 만성조라고 한다. 처음 부화할 때는 조성조의 뇌가 더 크다. 당장 짧은 거리를 뛰어다니면서 곤충을 잡아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뇌가 거의 자라지 않는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만성조가 성체가 된 다음에는 조성조보다 뇌가 더 크다.
 
둘째는 탁란이다. 탁란하는 새는 뇌가 작다. 탁란하는 새는 위탁모의 새끼보다 빨리 자라야 한다. 그래서 뇌를 줄이는 쪽으로 진화했는지 아니면 새끼를 부양할 의무가 사라졌기 때문에 양육과 관련한 뇌 부분이 사라졌는지는 불확실하다.
 
셋째는 양육기간이다. 부모 밑에서 양육 받는 기간이 길수록 뇌가 더 크다. 다른 말로 하면 부모에게서 배운 내용을 저장할 공간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넷째는 이동성이다. 텃새보다 철새의 뇌가 더 작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뇌가 크면 멀리 여행하는 데 불리하다. 또 철새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한 장소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해서 그 정보가 다른 곳에서 유용하다는 보장도 없다.
 
다섯째는 잠이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는 새보다는 매일 깊은 잠을 자는 새들의 뇌가 더 크다.
 
새의 뇌를 보면 사람의 뇌가 큰 이유가 보인다. 사람들의 양육기간이 길고,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획득하여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게 이해가 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진화의 결과다.
 
 
이정모
서울 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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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