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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보다 나은 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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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올라간 우주인들은 두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두통이 생기는 이유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지구 위에서는 중력이 아래로 작용하기 때문에 직립 보행하는 인간의 경우, 심장이 열심히 피를 펌프질해서 머리로 보낸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그만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데 중력에 적응한 심장이 계속 보내는 혈액 때문에 머리 쪽의 압력이 올라가 두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이렇듯, 지금 여기의 지구에 딱 맞도록 미세하게 조정이 되어 있다.
 
우리가 공기를 떠나서 살기 어렵듯이 중력이 다른 곳에서도 사는 건 이처럼 쉽지 않다. 많은 우주여행 영화 덕분에 우리는 우주를 제법 친숙하게 느낀다. 영화 속의 우주여행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주선의 조건을 우리가 익숙한 지구와 똑같이 만들어 놓은 까닭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인이 마주치는 환경은 지구와 많이 다르다. 영화 장면에 나오는 기술들을 실제에선 모두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대기 온도의 범위도 아주 좁다. 며칠 전 대만에서 영상 10도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다고 100명을 훌쩍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난방이 준비되지 않아 노약자 층에서 저체온증 사망자들이 나왔다. 온도, 중력, 습기, 먼지, 공기의 구성 성분 같이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조금만 틀어져도 인간은 고통을 받고 죽는다.
 
방한복으로 꽁꽁 싸매거나 부채로 땀을 식히던 인간이 공기청정기, 가습기, 에어컨 등을 갖추고 사는 것은 언뜻 보기에 큰 발전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바라보면 끊어질 듯 가느다란 줄에 생명 연장 장치들을 위태롭게 매달고 겨우 숨을 쉬고 있는 가련한 모습이 아닐까? 안녕히 다녀오라는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서는 순간, 위험은 산재한다. 첨단 장비로 준비만 잘 해 놓으면 집 안은 안전한가?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앞으로 겨울은 얼마나 더 추워질까? 물론 7년 전에는 더 추웠고, 50년 전(1960-69년)의 최저기온 평균치가 영하 8.1도였단다. 2010년대 영하 6.8도보다 더 낮았다. 실내스케이팅장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 한강대교 아래 꽁꽁 언 한강 위에서 스케이트 타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다. 지구 온난화라더니 겨울에 추위는 더 심해졌다. 북극의 냉기를 가두었던 제트기류가 흐트러지는 북극진동 때문에 냉기가 흘러내린 것이라는데, 실제로 온난화가 심각하지 않던 시절보다는 아직 덜 춥다. 아직까지 시간을 가로지르는 합리적인, 일관된 설명이 부족하다. 더 추워지고 전기라도 끊기면 비까번쩍, 용빼는 기술로 지은 집안에서도 견딜 재간이 없다.
 
오래 전에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그리고 최근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위기의 지구를 탈출해서 우주로 이주하는 계획을 이야기하고 진지하게 추진할 때, 그들의 용기를 응원했다. 하지만 지구를 버리고 어디로 간들 인간에게 적당한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하는 곳을 발견할 수 있을까. 도움이나 도구가 없다면, 지구가 수십억 년에 걸쳐서 만들어 놓은 환경 중에서도 작은 지역에만 겨우 생존할 수 있는 인간이 어디로 갈 것인가? 지구 위에 살아도 위험한데, 엔타프라이즈호에 타고 우주를 떠도는 인간은 얼마나 가여운가?
 
이렇게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운명이건만 인간이 사는 지구를 여기서 건져내자는 주장과 실천들을 희화화하는 주장이 세를 얻으니 마음이 무겁다. 미국은 작년에 자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했다. 며칠 전,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기후가 따듯해지면서 동시에 추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빙산이 녹고 있다면 다 녹아 버렸어야 했을 텐데 멀쩡하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개발도상국들은 미국만큼 잘 살아 보겠다고 지구와 스스로를 아끼지 않는다. 안타깝다. 눈앞의 이익과 피부로 느끼는 추위 말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 멸종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력을 설명하고, 눈앞에는 없지만 닥쳐올 위험에 미리 대비하는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이 지구 위에서 이렇게 오래도록 생명을 이어올 수 없었다.
 
보이지 않아도, 해 본적이 없어도 믿을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인간은 신을 믿고 신뢰에 바탕을 둔 윤리적 연대를 통해 지금까지 생존을 할 수 있었다. 신의 계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놓인 상황에 대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만큼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았다. 그 지식에 허술한 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렇게나 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조심해서 눈앞의 이익이나 편리함을 참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인류가 가진 생명 연장의 비법이다.
 
 
주일우
과학잡지 ‘에피’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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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