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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핵확산방지 협상에 북한 불러내 동결·폐기 바람직”

국제전략 컨설턴트 겸 NBC 해설자 조슈아 쿠퍼 라모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 NBC-TV 해설자로 방한한 조슈아 쿠퍼 라모 키신저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북핵 문제와 관련,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옵션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본 뒤에나 쓸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 NBC-TV 해설자로 방한한 조슈아 쿠퍼 라모 키신저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북핵 문제와 관련,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옵션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본 뒤에나 쓸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빈 기자

“평창은 역대 겨울올림픽 개최지 중 ‘가장 준비가 잘된 개최지(single best prepared venue)’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TV 해설자로 방한한 조슈아 쿠퍼 라모(49) ‘키신저어소시에이츠(국제컨설팅 회사)’ 공동대표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평가가 아니라 역대 올림픽 방송을 담당했던 NBC 중계팀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라는 것이다. 라모 대표는 9일 미 전역에 생중계된 평창올림픽 개회식 방송에서 해설을 맡았다. 개회식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강남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파크하얏트호텔 24층 라운지에서 라모 대표를 만났다.
 
이번 올림픽에서 어떤 일을 하나.
“NBC와 함께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때도 개회식과 폐회식 해설을 맡았다. 생각보다 미국인들은 다른 나라에 대해 잘 모른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내가 맡은 역할은 생중계되는 장면에 대한 정치·경제·역사·문화적 맥락을 미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는 ‘수호랑’이다. 미국인들에게 호랑이는 무서운 동물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흰색 호랑이는 신령한 동물이다. 그걸 모르면 왜 호랑이가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중계하는 미국 NBC 방송 차량들. 박소영 기자

평창 겨울올림픽을 중계하는 미국 NBC 방송 차량들. 박소영 기자

그는 베이징올림픽 해설로 미 유수의 방송상인 피보디·에미상을 받았다. 평창올림픽 중계를 위해 2400명의 스태프를 한국에 파견한 NBC는 대회 기간 중 총 2500시간 분량의 생중계 화면을 전 세계에 송출한다.
 
평창의 올림픽 준비가 역대 최고라는 칭찬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 아닌가.
“빈말이 아니다. 올림픽 중계만 10여 차례씩 한 NBC 스포츠 베테랑들 얘기다. 그들은 과장할 줄 모른다. 있는 그대로 얘기한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은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처음엔 엉망이었다는 게 그들 얘기다. 평창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자기들이 본 겨울올림픽 중 최고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미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가.
“북한 핵 이슈의 렌즈만으로 한국을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한국을 보라고 할 것이다. 30년 전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TV로 봤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는 초고층건물이 몇 개 없었다. 하지만 그사이 한국은 너무나 변했다. 한마디로 ‘어메이징(amazing)’하다. 한국의 20대들과 얘기해 보면 그 재기발랄함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소프트파워에서 한국은 수퍼파워다.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미국인들은 알아야 한다.”
 
김정은은 친동생인 김여정을 고위급 대표로 평창올림픽에 보냈다. 김씨 ‘왕족’으로는 최초의 방한이다. 어떻게 보나.
“중요한 진전이라고 본다. 남북과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채널은 넓고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 남북 관계에서 중요하고도 새로운 단계가 열린 느낌이다.”
 
김정은은 600명 가까운 북한인을 이번 올림픽에 보냈다. 그들이 평창올림픽을 ‘납치(hijack)’하려 한다는 지적에 동의하는가.
“북한의 의도가 뭔지 나는 솔직히 모른다. 올림픽의 교훈 중 하나는 선전전의 승리는 상처뿐인 승리가 되기 쉽다는 점이다. 동독인들은 올림픽에서 아주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그것이 그들을 구하지는 못했다. 선전이 북한의 의도일 수 있지만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이 한·미 동맹을 이간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흔들려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를 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들의 의도를 모른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다. 설사 그것이 매력 공세라 하더라도 그로 인해 뭐가 달라지진 않는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국가 안보 등 국익이다.”
 
라모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냉전 시절 미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94) 박사가 설립한 키신저어소시에이츠에서 활동하며 국제전략 문제에도 일가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만들어 미 행정부와 언론, 싱크탱크 등에 전파하고 있다.
 
‘비(非)확산 국제회의’ 구상으로 불리는 그의 해법은 북핵 문제를 북·미 간 좁은 틀이 아니라 국제 핵확산 방지라는 큰 틀에서 다루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제회의에 북한을 끌어들여 그 안에서 북핵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첫 단계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참석하는 국제회의 개최다. 이 회의에 북한은 핵보유국 자격으로 참석한다. 회의에서 핵보유국들은 일정 기간, 예컨대 36개월 동안 핵동결을 선언한다. 추가 핵물질 생산이나 핵무기 제조를 중단하고 핵실험도 중단한다. 동시에 궁극적인 핵폐기도 약속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보유국들의 약속 이행 여부를 사찰하고 검증한다. 한편 나머지 비핵국가들은 현행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확산 금지 의무, 즉 핵무기 개발 포기를 선언한다.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핵확산 문제에서 세계는 매우 중대한 시점에 있다. 북한의 핵보유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핵을 보유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도 하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맹점을 안고 있는 현행 NPT 체제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북핵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옵션만 저울질하고 있지 외교적 해법에는 큰 관심이 없다. 실현 가능한 외교적 해법을 생각한 끝에 이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나고 몇 달 내 군사적 옵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지금처럼 외교가 손을 놓고 있다면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수도 있고, 북·미 간 우발적 사고나 오해 때문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코피(bloody nose)’ 옵션에 대해 알고 있나.
“물론 알고 있다. 대통령은 다양한 선택지를 요구한다. 가만히 있는 것부터 코를 가격해 피를 흘리게 하는 옵션, 다리를 부러뜨리는 옵션, 머리를 타격하는 옵션 등 여러 가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군사적 옵션은 사람들의 목숨과 직결돼 있다.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옵션은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 본 뒤에나 쓸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 돼야 한다.”
 
당신의 제안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리 없지 않은가.
“북한 핵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그 상태를 인정하고, 영원히 지속한다는 뜻은 아니다. 국제적 약속에 따라 ‘제로’ 상태가 될 때까지 핵보유고를 지속해 줄여 나갈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 안으로 다른 핵보유국들과 함께 북한도 들어오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현상 유지를 통해 상황의 추가적 악화를 막으면서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전례가 외교에는 많이 있다.”
 
한국은 핵을 포기하면서 북한이 제한적 수준의 핵무기를 갖는 것은 인정한다는 뜻인데 한국인들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런 우려와 불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 목표는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다. 이런 종류의 외교는 언제나 대단히 어려운 선택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안전 보장자로서 미국의 확장억지력을 얼마만큼 믿느냐에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믿고 한국이 이 구상을 받아들이는 결단을 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구상이다. 한국이 이 구상의 주도적 결정권자가 돼야 하는 이유다. 도저히 정치적으로 한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자체 핵무장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이 구상을 공유한 적이 있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는 지인들에게 페이퍼를 돌렸다.”
 
반응이 어떤가.
“지금까지 본 외교적 옵션 가운데 최고라고 하더라.”

 
조슈아 쿠퍼 라모 1968년 12월 미 노스캐롤라이나 더럼 출생. 뉴멕시코 로스란초스에서 성장. 고등학생 때 조종사 면허 취득. 곡예비행사로 활동. 시카고대 학사(역사학), 뉴욕대 석사(경제학). 뉴스위크 기자, 타임지 최연소 국제에디터. 2002년 베이징으로 건너가 중국어 학습에 전념. 중국어도 유창한 수준. 골드만삭스 근무. 2005년 키신저어소시에이츠 참여. 2011년 키신저어소시에이츠 부회장 겸 공동대표.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내일의 글로벌 리더’. ‘미·중 영리더 포럼’ 창설. ‘워싱턴 컨센서스’에 맞서 ‘베이징 컨센서스’ 창안. 『언싱커블 에이지』 『제7의 감각, 초연결 지능』 등 4권의 저서. 베이징과 뉴욕을 오가며 생활. 지금도 취미는 조종. 

 
 
배명복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bae.myugb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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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